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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직 저만치 있네
10/23/2017 14:26
조회  1019   |  추천   2   |  스크랩   0
IP 24.xx.xx.153

 

가을인데도 가을 같지 않다.

가을이 왔나 했더니 아직 저만치에서 서성인다.

호수 공원으로 가는 길에 플라타너스와 박달나무가 숲을 이룬다.

나무마다 잎을 떨군다. 하나씩 둘씩 선별해 가며 떨군다.

인구 숫자보다 많은 잎을 언제 다 떨구려나 한심해 보인다.

지금처럼 떨구다가는 겨울 다 지나도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바람 몹시 불거든 눈 딱 감고 떨궈버려, 그 길만이 다 떨어버리는 길이다.

 

어떤 나무는 곱게 물든 잎을 골라가며 떨구고

어느 나무는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잎만 골라 떨군다.

어떤 잎은 떨어졌을망정 곱디고와 집어 들고 싶고

어느 잎은 떨어지고 나면 보기 흉해 발길로 차 버린다.

 

플라타너스 너, 네가 떨군 잎은 보기 싫어야, 어쩌면 그렇게 지저분하게 노니?

말라비틀어지도록 붙들고 있다가 어쩔 수 없어서 놓아버리면 말라빠진 잎사귀

시체를 누가 좋아하겠니?“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매달려 있다가 마지못해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은 가랑잎이 되어

가벼운 가을바람에 날려 어느 시멘트 담벼락 귀퉁이에 몰려 덜덜 떨며 밤을 지샌다.

비 오는 날, 비에 젖어 길바닥에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시간을 끌다가

결국, 청소부에게 쓸려나가고 만다.

 

욕심을 버리고 일찌감치 손을 놓은 박달나무 잎은 마르지 않고 물기 남아 있을 때

곱게 옷 갈아입고 떨어진다.

곱디고운 잎은 나무 밑에 누워 인간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보인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바람을 막아줘 편안히 누워 나무와 함께 호흡한다.

잎이 발산하는 고운 빛은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이 왔음을 깨우쳐준다.

잎이 너무 고아, 절로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몇 잎 주어다가 책갈피에 넣어둔다.

 

오스트리아 건축학자 루돌프 스타이너(Rudolf Steiner)

둥근 집에 살면 둥근 마음이 생기고,

네모난 집에 살면 네모난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지구에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마다 수많은 잎이 달려 있다.

나뭇잎만큼 많은 인간도 나뭇잎처럼 지구에 매달려 있다.

가을이 왔는데도 떨어지기 싫어, 진 빠지도록 붙들고 늘어져 애걸복걸하는 이.

하늘의 표정을 보고 가을임을 알아차려 스스로 손을 놓는 이.

누구나 마음에 둥근 나무든 네모난 나무든 간직하고 있으리니.

너는 둥근 나무에 매달려 있니? 네모난 나무에 매달려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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