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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찾아 횡성까지
09/13/2017 13:10
조회  604   |  추천   1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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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횡성 버스 터미널에서 내렸지만 생판 생소한 곳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터미널은 새로 지었는지 깨끗하고 모든 게 새것이다.

어느 시골 터미널보다 신선하고 쾌적했다.

한 시간을 서성댔으나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이 고향인 사람에게 물어봐야 그래도 좀 나을 것 같은 생각이다.

택시 운전사에게 이곳 태생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세상에 지역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모두 굴러 들어온 사람들이란다.

 

점심이나 먹을 생각으로 물어물어 시장으로 향했다.

장날이 아니어서 한산하고 뜸한 게 손님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기웃대다가 2014MBC 방송에서 기분 좋은 날이라는 프로에 방영한 집이라는

선전 사진을 지금까지 우려먹고 있는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차림표를 보니 곤드레 비빔밥이 그럴듯해 보였다.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할머니에게 곤드레 비빔밥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해 줄 테니 염려 말고 들어오란다.

자리에 앉았다. 군청 직원들이 여럿 올 거라며 나를 구석 자리로 몰아넣는다.

소머리 국밥이 맛있는데 왜 딴 걸 시키느라고 그래?”

한번 먹어보려구요.”

콩나물밥은 금세 되는데 어때요?”

곤드레라는 거 맛 좀 보려고 그래요.”

곤드레밥은 새로 지어야 해서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는 거 상관없어요. 해 주세요.”

오히려 새 밥을 지어서까지 해 주겠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새 밥은 맛이 더 좋을

테니 기다리는 게 뭐 대수냐.

기다려야 한다던 곤드레밥이 금세 나왔다.

아니 한참 걸린다더니 어떻게 금방 나왔어요?”

배고파할까 봐 빨리 만들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밥 짓는 시간이 있는 건데 십 분도 안 돼서 나오다니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밥을 새로 지었을 리는 없고 찬밥을 데웠는지 남은 밥으로 얼버무려 주는 건지

이런 추잡한 생각을 하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양념간장이 맛있어서 곤드레 비빔밥이 덩달아 맛있다.

할머니는 횡성에 인구가 줄어들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시골 풍경이 아직 남아 있는 곳으로 학곡리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학곡리는 가깝고 둔내로 가야 멀어서 그래도 좀 남아 있을 거란다.

나는 둔내 가는 마을버스를 타기로 했다.

마을버스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적당히 잘 달렸다.

버스는 항재 고개를 힘에 겨워 억지로 헐떡대며 넘었다.

현천리에 가니까 그런대로 찾는 시골 같은 감이 잡힌다.

현천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아랫말, 웃말이 나오고 범바위 다음으로 부채골이 나온다.

하궁리 가는 길이다. 아직도 조선 시대에 쓰이던 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 지방이 있다니?

지명만 얻어도 오늘 소득은 괜찮은 것 같다.

온종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정리되기도 한다.

 

둔내에서 마을버스는 곧바로 돌아 나온다. 버스 삯이 천 이백 원이다.

오천 원짜리를 넣으려고 했더니 안 된단다. 꼭 맞는 돈을 넣어야 한단다.

버스는 떠나려고 하는데, ! 이 일을 어쩌나? 다음 버스는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앞에 중국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거시려 줄 잔돈 없단다.

한길로 나가봤다. 가게는 없고 맨 미장원, 카페 같은 생뚱맞은 상호들만 있다.

삼거리로 달려갔다. 7-11 편의점이 있다.

생수 한 병을 사 들고 빨리 버스 타는 곳으로 달려가야 할 텐데 그사이에 떠나갔으면

어쩌나 했다.

문을 열고 나서니 버스가 길에 서서 클랙슨을 울린다.

나를 따라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고마워서 얼른 올라탔다.

차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중할머니들이 하나같이

차비를 두 곱으로 내야 한다면서 한바탕 웃어젖힌다.

시골 인심은 여전히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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