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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04/03/2020 11:40
조회  609   |  추천   1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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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시험을 위하여 많은 시를 외었어야 하였다. 그 중에 인상 깊은 시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였다.

 

그 시를 읽으면서 일본 식민지 시대에 느끼는 암울암과 분노가 느껴졌었다. 이 글 제일 아래 옮겨 놓았다.


그런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 독감 때문에 들을 빼앗긴 느낌이다.  외국인도 많이 오는 스카짓 밸리 튤립 축제로 분주하였던 여기 4월이  지금은 텅빈 느낌이다. 앞산에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가운데 수선화는 이미 만개하였다.


가까이 간 수선화 밭의 모습이다.  굉장히 커서 흡사 지평선까지 펼쳐 지는 느낌을 준다. 3월말이 한창이고 지금은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스카짓 밸리 튤립 축제에서 가장 큰 튤립 전시장이 튤립 타운과 루젠가르데이다. 예년 4월이면 주차하기 힘들고 사람이 밀려 다니던 이곳이 올해는 적막에 휩싸여 있다.


그래도 정성껏 준비한 튤립이 이제 이쁘게 피고 있다. 옆에서 보면서 안타까움이 든다. 1년을 준비하여 정성스럽게 가꾼 튤립이 보아 주는 사람 별로 없이 지고 말 것이다.


루젠가르데에서 2년전 4월에 길거리 모델을 섭외하여 사진 보내 주기로 하고 찍은 사진이다. 남자가  영화 타이태닉의 주인공과 흡사하지 않나? ㅎㅎ


그 곳을 나와 부근의 워싱턴초등학교 앞을 지나가 보니 벗꽃이 만개하였다. 정상적으로는 이 나무 아래에 어린 학생들이 꽃을 즐기고 있어야 하는데 휴교가 내려져서 여기도 적막에 휩싸여 있다.


 그 바로 앞집에 목련이 봄을 알리듯 화려하게 피어 있다. 그러나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흡사 전쟁나서 다 피난간 듯한 풍경이다.


집으로 돌아 오니 자두나무의 순백색 꽃이 나를 반겨준다. 이 나무를 봄에 쳐다 보면 흐뭇한 기분이 든다. 이집에 8년전 이사 오기 전에 사과, 블루베리 다른 오래된 자두 나무에서 과일이 많이 낳었다. 그런데 위 나무는 내가 직접 6년전에 꼬챙이 만한 묘목을 심은 것인데 잘 자라서 3년전부터는 향기롭고 맛있는 녹색 및 자주색 자두를 많이 주고 있다. 올해에도 비료를 많이 주었는데 꽃이 만개한 것으로 보아서는 지인들과 나누어 먹을 정도로 많은 자두를 5월말이면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 워싱턴주는 꼭 필요한 일이 없는 한 외출을 삼가하라는 주지사 명령이 내려 있다. 어제 시내에 급한 볼일 보고 오면서 아쉬움에 들린 스카짓 밸리 튤립 축제장 부근은 꼭 빼앗긴 들과 같았다. 그래도 만개한 꽃을 보니 봄은 오고 있다. 여름 지나고 신종 독감 사태가 진정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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