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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그리고 음주 습관과의 싸움>
02/20/2017 14:39
조회  770   |  추천   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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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알콜 중독과의 싸움이라고 해야 하는데...
어려서부터 범생이로 자라 온 나에게 술이나 담배 등은 스스로 세운 경계의 대상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몇개월간 담배를 피웠지만 도저히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은 몸에 안 맞는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는 관념이 머리 속에 철저히 박혀 있어서 때문일 것이다.

술은 달랐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막걸리 받아오라하면 여름철 같은 경우 땡볕에 무거운 주전자들고 먼길을 다녀오다 보면 뚜껑에 따라 한 두잔 씩 마셨고 이것이 별로 잘못되거나 문제있다고 느끼질 못했다. 다만 목마른 이 순간 마실 수 있는 것이, 당시 시골 어린이들의 로망인 콜라나 사이다나 환타가 아닌, 이 쓰고 고약한 막걸리 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을 뿐이었다.

고등학교 쯤 되니 학교엔 이미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이가 좀 많은 어떤 동급생은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다. 어떤 선배들은 하숙집에서 선생님들과 형 동생하며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학교 성적을 그럭저럭 잘 유지한다는 것이 약간 이해가 안 될 따름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술자리가 많아지고 음주문화에 동화되었다. 과학원 응시를 포기하고 들어간 직장. 당시 월급을 모아 몰래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그 잦은 회식자리에서도 몇잔을 마시는 척만 하거나 다른 곳에 몰래 붓는 식으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유학마저 포기, 회사 업무 끝나고나서 사회 활동량 부쩍 증가하면서 술자리가 더욱 많아졌고 회식 없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

미국 Seattle 로의 파견 생활하며 술자리가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현지 직장 동료, 보잉 직원들과의 사업적인 회식, 한국으로부터의 방문자 그리고 현지 동포들과의 술자리는 여전히 지속.

결국 직장생활을 접고 사회 활동도 접고 이제는 동남부의 조그만 시골에 떨어져 외롭게 지내며 자영업에 집중하는 시기가 왔다. 학교 생활, 직장 생활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다가 말설고 물설은 곳에서 처음해 보는 자영업은 미래를 알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결국 초기의 어려움이 극복되고 그야말로 일정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야말로 이제 미국 땅에서 내 힘으로 먹고 살 수는 있게 되었구나..아니 이 정도면 무엇이 부러울까 하는 정도의 극적인 국면으로 들어서자, 그 기쁨은 술로 연결되었다.

고된 업무 그리고 나서 성취감과 안도감 속에서의 한잔 ! 이는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처음 일주일에 두어번 마시기. 그러다가 몇년 후에는 곧 매일 한잔 그리고 몇년 뒤엔 거의 매일 포도주 한병 등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돈 주고 술을 사다가 혼자 마시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술자리에 자의반 타의반 가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술을 사러 가서, 술을 사다가, 술을 따서, 혼자서 마시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그런 습관이 거의 10년을 맞이할 무렵인 지난 1월 초에 (나중에 알았지만 대장염으로 인한) 복통으로 며칠을 잠도 못 잘 정도로 고생을 하고 나서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술은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게되는 기적이 생긴 것이다.

이게 한달 반이나 계속되었고, 술을 딱 안 마시니, 아침에 술 기운 때문에 생기던 피로감도 없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 같다는 어떤 정신적 압박감도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다시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밤에 술을 마시지 않으니 퇴근후에도 활동하는 일의 결실이 많아지고 책도 읽을 수 있고 다큐멘타리 등 교육적인 영상물도 더욱 많이 보게되어 여러모로 좋은 상태가 계속 되고있다. 출근할 때의 발자국 소리가 벌써 달라진다. 처 벅 처 벅 ... 보무도 당당하게 출근 !!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 평일에 술을 안 마시는 것은 잘 지켜지는데, 복통의 기억이 조금씩 멀어져 갈 수록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 시작한다. 주말에 시람들과 자리했을 때 정종이나 막걸리 등 약한 술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마시게 된다. 사람들과의 모임이 없던 지난 주말엔 급기야 너무나 심심하다고 느껴져 다시 혼자서 술을 입에 대었다. 일을 고되게 마쳤다는 핑계, 심심하다는 핑계, 이 핑계 저핑계 찾아서 스스로 핑계를 대가며 음주를 합리화 하는 이 것이 바로 알콜 중독의 대표적인 증세인데....

오늘 월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 온다, 또 다시 외로운 밤이 시작된다. 나는 오늘은 그리고 지난 한달 반 동안 그랬듯이 평일에 술은 마시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복통의 쓰라린 경험이 아직 몸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말이 되어 마시는 것을 조금씩 허용하다 보면 평일에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며 또 술을 입에 댈까 무섭다.
과연 나는 알콜 중독을 극복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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