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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느 노부부의 추억여행의 끝
01/20/2020 05:19
조회  258   |  추천   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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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미안해요. 다음엔 좀 더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서 당신을 섬기며 살아갈게. 당신이 받아만 준다면..

언제부터, 어떤 실마리가 잘못되었는지, 내가 운전을 잘 했어야 하는데...

아니예요. 당신, 우리 열심히 살았어요. 우리 다시 같이 태어나서 모든걸 잊고 그 땐 훨훨 날아봐요. 미안해요. 


두 사람은 대학때 커플로 만나 평범한 사랑을 나누다 결혼하여 평범한 자녀 둘을 낳고 중산층의 가정을 이루며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았다. 두 아들은 부모의 양육으로 자라나서 한 명은 미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 아들에게도 아픔은 있을 것이다. 또 한 명은 모국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코자 열심히 생활하였으나, 5년 만에 되돌아와 몇 개의 회사를 전전하다 늙은 부모의 집으로 들어와 이 년여를 같이 살다가, 올해 초 다시 작은 비영리단체에 들어가서 나름대로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이제 결혼들을 해야 할텐데.     

 

여보, 우리가 애들을 너무 과잉보호 해서 키웠나? 아니예요. 걔들 너무 착하고 잘 큰 거예요. 돈이 네 애들도 그렇고 전부 부모들이 어릴때부터 힘들더니 지금 보세요.. 그렇지? 우리애들, 대학도 잘 들어갔고, 장학금에 우리돈 반도 안 들었으니 착한 애들이지.. 여자애들 똑똑한 애들 만나서 잘 살아야 할 텐데..


60 초반까지만 해도 노부부는 남자는 직업을 갖고 성실히 일했으며 뒤늦게 합류한 두 아들과 완전한 가정을 이루고 항해하는 가정호의 1대 선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활했다. 다만 어릴때부터 딱히 부족한 점이 없이 자란 탓인지 가끔 너무 낭만적인 상상으로 헝그리정신이 부족한 채 그리 절약하지도, 독하게 운동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젊은 시절을 바친 대기업의 퇴직을 끝으로, 그리고 인생 2막을 덤으로 산다는 생각으로 입사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사 직을 쉬엄쉬엄 하며 운동과 절제의 끈을 놓았다.  게다가 퇴직 직전 사이클을 구입하여 심하게 탄 날, 그가 자랑하던 튼튼한 다리의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고, 치료가 제대로 안된 채, 이 년 후에 수술한 것이 잘 안되어, 영영 달리기나 등산은 꿈도 못꾸게 되었다. 그 이후 급속히 그의 운동부족과 자신감 결여로 인한 건강생활은 멀어졌다.


모든 것을 그에게 의지하고 있던 그의 부인은 항상 웃음이 많았고 명랑하였다. 그러나 역시, 급속히 그의 우울과 체력저하가 전염되어, 그의 평범하되 건강했던 가정은, 빠르게 우울하고 생기를 잃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회의 첫 진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자식들이 돌아오자, 반갑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가정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어느 순간 집 안에 들어서면 약 냄새가 먼저 나는 그런 노쇠의 기운을 보이는 집안이 되었던 것이다. 


친척이나 친구들은, 항상 건강하고 풍요로왔던 그들의 가정의 급속한 변화를 보며 안타까워 했으나, 어쩌랴. 나 살기가 바쁜 것이 현대인의 생활아닌가. 어느 순간 그 부부 사이의 사랑은 쇠락하였지만, 이제 서로에 대한 연민의 정과 서로에 대한 미안함이 자라나 서로를 기대며 살아가는 생활이 되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에게 집중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생활이 또 서로를 진저리 치게 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의 존재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삶이 된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괞찮았다.  어느날 자신의 미래에 자신의 가슴속에 키우는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노인들은 눈동자의 생기와 웃음을 잃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다 된 남자가 당뇨병이 심해지고, 대장암 수술을 하게 되고, 눈도 잘 안보이게 되면서, 운동부족까지 겹쳐 그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 졌고, 그런 그를 보는 부인은 적극적으로 야외활동이나 체육을 주도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부인도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타입으로, 아프기 전의 남편이 주도하여 그나마 균형을 이루던 것이었다. 어느날, 부인도 당뇨를 진단받게 되고, 손을 많이 떨게 되는 병을 갖게 되며, 노인병의 징후를 진단받게 된다. 아직 이른 나이에. 이제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진통제를 먹어야만 고통을 참을 수 있는 경우가 자주 찾아왔다.  자식들은 매일 새벽까지 불이 켜 있기도 하고, 출근이 없는 날은 오전내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아들의 방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꿈꾸는지 도무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심 그 녀석들도 힘들게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노 부인은 매일 거실에 붙어있는 두 아들의 젖먹이때 사진과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젖병을 물고 둘이 잔디에 누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귀여움과 가여움에 가슴이 아려온다. 


두 노인이 십 만불을 인출하여,  그들이 처음 만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이즈음이다.  20대 초 중반, 그들은 우연히 유럽의 배낭여행과 출장 중에 영국의 어느 카페에서 눈이 맞았던 것이다. 그 밝게 황금색으로 빛나던 젊은 날의 추억이 생생하다.  여자는 아침의 이슬처럼 금발처럼 빛났고, 남자는 새벽에 느티나무처럼 아름다웠었지.. 여자가 자신의 아르바이트 용돈으로 남자의 시계를 사주던 날, 남자는 여자에게 베이지색 코트를 내놓았다. 그것이 서로의 영원한 언약이 되었었지..  


부부는 이 주일 간의 추억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아일랜드의 절벽가 작은 호텔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댄채 가까운 해안절벽을 산책했다. 두 손을 꼭 잡고, 바닷가의 떠오르려는 태양을 바라보던 두 노인은, 새벽의 화창해 지는 새벽 낭떠러지 산 기슭으로 두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차를 몰고 갔다.    


2019. 11월 겨울

노인의 삶. 희망,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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