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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도 성도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사모님 우리 사모님
08/19/20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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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도 성도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사모님, 우리 사모님'

기사승인 2014.01.28  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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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도 성도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사모님, 우리 사모님'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 삼중고에 우울증 앓는 사모들 늘고 있어 …

교계의 인식과 대우 개선 필요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튀지도 묻히지도 않게 늘 적절한 위치를 찾아 재빠르게 행동해야 하는 사람. 성도도 아니고 목회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오늘도 성도 눈치, 목사 눈치 봐야 하는‘우리 사모님’들의 모습이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가 2007년에 열린 한 사모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 아내 726명을 대상으로 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자의 59.9%가 ‘자신이 우울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중 10%는 심한 우울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아내가 개인 및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요인으로는 ‘경제적인 문제(21.6%)’, ‘고충을 나눌 대상이 없음(19.23%)’으로 조사됐으며 교회에서 겪는 갈등 요인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부분은 ‘교회성장문제(22.22%)’,‘성도와의 관계(20.45%)’,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20.20%)’순이었다. 설문참여자의 95.6%가 ‘목회자 아내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에 동의했고 상담프로그램의 내용으로는 ‘남편과의 문제’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갈피 못 잡는 사모의 역할

교회에서 목회자의 사모라는 직분은 종교개혁을 분기점으로 생겨난 자리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사제들이 독신주의를 고수했기에 교회의 지도력은 사제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종교개혁 이후 목회자들이 공식적으로 가정을 갖게 되고 여성들을 위한 상담자가 필요해지면서 사모라는 직분도 생겼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의 가부장 제도의 영향으로 사모들은 ‘말 없는 내조자’의 모습으로 머물러 왔다.  

때문에 목회자 사모의 모범은 목회자를 조용히 내조하고 성도들을 섬기며 말없이 봉사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시대의 여성상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변해감에 따라 사모에 대한 기대감이 변하고 있으나 그 기준은 여전히‘성도님들 마음대로’다. 사모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설친다'며 나무라고 행동을 조심하고 숨죽이면 '게으르다'고 비난한다. 사모의 옷차림, 습관부터 자녀들까지 함께 도마에 오른다. 옷을 화려하게 입으면 '사치한다'고 하고 소박하게 입으면 '감각이 없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사모가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목사는 '기도가 부족하다'며 힐난할 뿐이다. 결국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 신경쇠약 등 '직업병'에 걸리는 사모들이 늘고 있다. 

 개척교회 사모의 경우는 사정이 더 딱하다. 인력이 부족한 교회의 특성상 목회자 비서, 기사, 교회 관리, 청소, 식사 준비, 교인 심방과 상담 등 멀티 플레이어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문제다. 한 개척교회 목사의 사모는 하루하루 아이 우유값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에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 세상 욕심을 탐한다"는 교인들의 힐난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며 눈물 지었다. 불안하기는 대형교회 부목사의 사모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자리가 언제, 어느 곳으로 바뀔지 몰라 안정을 찾지 못하는데다 설사 안정적인 자리를 얻었다 해도 교회를 부흥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함께 짊어진다. 

 

  
 

의무는 있지만 권리는 없는 자리

부담과 의무는 있지만 권리는 없는 자리가 사모의 직분이다. 내조라는 이름으로 아내의 헌신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면서도 정작 그에 합당한 권리는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속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교회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못하게 하는 남편, 말씀에 대해 논의하거나 교인들의 신앙을 도우려고 하면 '신학도 공부하지 않았다'며 무시하는 남편, 여집사님 생일은 챙기면서도 부인 생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남편, 교회에서 속상한 일이 생겨 털어놓으려고 하면 위로는커녕 '사모가 참아야 한다'며 훈계만 늘어놓는 남편 등등. 오직 남편 하나 믿고 따라온 사모들은 배우자에게 이해 받지 못할 때 가장 큰 상처를 입는다고 말한다.

 

 "입으로는 경건과 거룩을 외치지만 일상에서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남편이 저에게는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직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운동하고 기도하고 말씀 보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만 직장일과 가정, 교회 일을 병행해야 하는 저는 지쳐갈 뿐이죠. 방 두 칸 중 한 칸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데 남편은 안방에서 찬양을 틀어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냐?'고 하면 남편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산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남편이 바리새인 같기만 합니다.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인간적인 걸까요? 지금 저의 소망은 그냥 사랑 받는 아내로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을 뿐입니다."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사모를 위한 상담의 한 사례다. 이렇듯 목회자 남편이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가정에서도 유지하려고 하고 사모에게 모든 희생을 강요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누구보다 예배의 자리에 빠지지 않고 나아가지만 일상의 생활을 함께하고 인간적인 약점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는 남편의 설교를 통해 은혜 받는 것 또한 힘든 일이다.

 두 번째 난관은 자녀다. 사모들은‘다른 건 다 참아도 자녀 문제를 참는게 가장 힘들다’고 입 모아 말한다. 목회자 자녀는 일반 가정의 자녀들과는 달리 사생활의 보장이 어렵다. 언제 어디서나 타인의 모범이 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외려 탈선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늘 교인들의 평가에 노출되어 있다.

S교회의 사모는 "목회자 자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는 걸 알기에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늘 친구를 배려하고 양보해라. 때리지 말고 싸우지 마라'고 말했지만 막상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왔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남편은 무슨 그런 일로 속이 상하냐고 했지만 저는 끝없는 감시와 눈총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여성들의 경우, 대인관계에서 실망하고 관계 유지를 위해 분노나 실망을 억제하며 관계에서의 실패를 자아의 실패로 여기게 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한다. 끝없이 성도의 심기를 살피고 맞춰줘야 하는 사모들은 교회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일거리를 찾지만 이에 대한 본인의 확신도 없고 주위의 인정도 없다.

 

  
 

2006년 ‘한국 교역자 사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계발 연구’를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가한 사모들 대부분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목회자 아내에 대한 역할 규정이 정확치 않고 교육 프로그램의 부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교회 내에 사모의 위치와 역할, 그에 대한 대우에 대해 명확히 제시된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정체성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사모로서의 사명보다는 남편과의 결혼을 중점으로 둔 경우, 남편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목회의 길을 걷게 된 경우 소명감의 결여로 인한 갈등이 심하다. 성경공부 모임 등을 통해 영적인 힘을 공급 받고 교제를 할 수 있는 일반 성도와 달리 개인적인 큐티나 남편의 설교 외에는 영적인 공급처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1년 ‘사모님 카페’에서 346명의 사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목회자 사모가 현재 신앙의 성장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육방법은 신앙서적이 42.6%, 교육경험으로는 사모 세미나가 72.8%로 가장 높았다. 앞으로 원하는 교육방법으로는 교회교육기관이 39.6%로 가장 높았으며 받고 싶은 교육으로 상담학 부문에서는 내적치유(45%), 사회복지학부분에서는 호스피스(71.4%), 교육학 부분에서는 주일학교 교육(52.1%), 신학부문에서는 영적리더쉽(48.8%), 예능부문에서는 지휘와 성악이 각 27.7%로 집계 됐다. 또한 ‘강사의 주도적인 강의에 의존하기보다는 목회자 사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상호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들의 역할과 복지, 대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모들을 위한 세미나와 프로그램, 단체 등이 개설되고 있다. 감리교 목회자 부인들을 위한 ‘감리교목회자부인연합회’는 사모들을 위한 신학교육원을 개설하고 졸업장과 심방전도사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으며 기수별로 친교모임과 졸업여행을 떠나는 등 자기계발과 교제의 장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송길원 교수(숭실대학교기독교학대학원)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모들을 위해 ‘사모의 날’을 제정하고 위로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송 교수는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뒤안길에 수많은 사모들의 헌신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나에게 기념일을 제정할 권한을 준다면 제일 먼저 ‘사모의 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명시된 ‘현숙한 여인’을 여성상의 모델로 내세우며 ‘조신하고 참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모델로 내세운다. 그러나 표준 새 번역은 현숙한 여인을 ‘유능한 여인’이라고 원문에 가깝게 해석하고 있다. 성경 속에서 말하는 현숙한 여인이란 무조건 순종하는 여인이 아니라 지혜와 부지런함으로 주님을 닮아 일하는 ‘힘 있고 능력 있는 여인’이라는 뜻이다. 사모들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해온 태도는 오히려 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힘있고 능력있는 사모 양성을 위해 교계 차원의 대안과 처우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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