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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오레곤 팀버라인에 대하여 ...........
01/13/20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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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스키투어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 오리건주 마운틴 후드다. 3,000m가 훌쩍 넘는 산 중턱에 자리한 오래된 산장에 머물며 낮에는 파우더 신설에서 원없이 스키를 탔다. 저녁에는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벽난로 가에서 정찬 코스 요리에 피노누아 와인을 마셨다. 극진한 대접으로 치자면 일본의 료칸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마운틴 후드에서 보낸 며칠은 스키 인생 최고의 성찬이지 싶다. 그래서 더욱 기억이 새롭다.

 

눈은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것일까? 이른 아침 오리건주의 주도 포틀랜드를 출발할 때만 해도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렸다. 그러나 동쪽을 향해 가면서 비는 진눈개비로, 다시 함박눈으로 변했다. 해발 1,000m를 넘어서자 도로가에 쌓인 눈이 2m가 넘었다. 흰 눈을 가득 이고 있는 더글라스 전나무 가지는 축 쳐진 채 힘겨워 했다.

 


포틀랜드시에서 마운틴 후드로 가는 길. 계속되는 폭설로 도로가 아이스링크처럼 변했다.

마운틴 후드에 펼쳐진 광활한 더글라스 전나무숲. 이 숲 위로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마운틴 후드가 솟아 있다.
 

 

마운틴 후드(3427m)로 가는 길은 매일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도로는 아이스링크가 되다시피 했다. 길을 따라 꽂아놓은 스노 폴(Snow Pole)만 없었다면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숲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도로는 숨 가쁘게 산자락을 타고 올라갔다. 고도계는 1,500m을 가뿐히 넘었다. 시야는 제로에 가까웠다. 퍼붓는 눈발 탓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인 팀버라인 롯지(Timber Line)가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굴곡은 더욱 심했다. 그러나 체인도 치지 않은 SUV는 거침없이 달렸다. 이러다가 차가 계곡으로 처박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운전사는 가슴이 콩알 만해진 여행자의 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차를 몰았다. 이제 그만 갔으면, 더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런 간절한 바람을 되뇌고 있을 때, 홀연히 돌로 외벽을 쌓은 고풍스런 산장이 나타났다. 팀버라인 롯지 였다. 4층 높이의 산장은 거의 눈에 파묻힌 듯했다. 눈은 산장의 지붕에까지 쌓여 있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고도계를 확인했다. 해발 2,000m였다.

 


팀버라인 롯지로 가는 길림길. 이곳을 지나 팀버라인 롯지까지 1km는 아주 굴곡진 길을 따라 간다.
 


눈에 절반쯤 파묻힌 팀버라인 롯지. 이곳의 연간 적설량은 15m에 달한다고 한다.

온 종일 내린 눈으로 팀버라인 롯지에 주차된 차가 눈에 파묻혀버렸다.
 

연간 적설량 15m의 ‘눈의 나라’

태평양과 접한 미국 서부는 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어 있다. 태평양과 북미 대륙 지각판이 부딪치면서 위로 솟구쳐 만들어진 산맥이 캐스캐이드다. 캐스캐이드산맥에는 이름난 산들이 많다. 마운틴 후드도 그 산 가운데 하다. 캐스캐이드산맥의 높은 산들은 여름은 하이킹, 겨울은 스키의 명소가 된다. 이 가운데 마운틴 후드는 남쪽에 있는 배칠러 리조트와 함께 오리건주를 대표하는 스키장이다.

마운틴 후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상징이다. 미국 정부는 1차 세계 대전 후 찾아온 대공황으로 나락에 떨어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벌인다. 라스베이거스에 후버댐을 만든 것도 이 때다. 오리건주에서는 마운틴 후드에 스키장을 조성하고 트레일을 정비했다. 지금 호텔로 운영되는 팀버라인 롯지도 스키장을 조성하면서 함께 지은 것이다. 마운틴 후드에는 팀버라인 롯지를 비롯해 서미트 스키 에리어, 마운틴 후드 스키보울(Mt. Hood Skibowl), 마운틴 후드 메도우스(Mt. Hood Meadows) 4개의 스키장이 있다. 이 가운데 스키장의 역사나 규모, 높이 등을 고려할 때 팀버라인 롯지가 단연 톱이다.

 


팀버라인 롯지에서 바라본 마운틴 후드 정상. 오리건주의 상징과도 같은 이 산에 1930대 미국 대공황 시절 스키장을 조성했다.

팀버라인 롯지는 워낙 고지대에 자리한 스키장이라 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 사진은 스키장에 조성된 파크에서 점프를 하는 스키어(팀버라인 롯지 제공)
 

팀버라인 롯지에는 41개의 슬로프가 있다. 7개의 리프트가 운영되며, 스키장에서 가장 높은 곳은 2,602m다. 팀버라인(수목한계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키장 중간에 있는 호텔을 경계로 위에는 나무가 없다. 호텔 아래로는 더글라스 전나무숲 사이로 슬로프가 조성되어 있다. 오픈된 대사면에서 스키를 타고 싶다면 위로, 울창한 숲이 바람을 막아주는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거나 트리런의 묘미를 즐기고 싶다면 아래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의 슬로프는 하단부에 몰려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리프트는 상급자만 이용할 수 있다. 스키장의 표고차는 1,125m. 한마디로 정상과 베이스의 공기가 다르다. 최장 슬로프는 5.8km로 허벅지가 터질 때까지 타도 몇 번을 쉬어 가야 한다. 전체적인 슬로프 구성은 초보 25%, 중급 50%, 상급 25%로 되어 있다. 중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상급자들이 속도감을 즐기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슬로프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슬로프 기준이다. 슬로프 밖에는 훨씬 더 많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테면 슬로프 사이의 숲에서 즐기는 트리런이나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 있는 스키장 상단부의 대사면에서는 차원이 다른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롯지 하단부를 오가는 리프트. 호텔이 스키장 중턱에 있으며, 호텔 아래에 있는 슬로프는 대부분 숲 사이로 나 있다.

더글라스 전나무가 우뚝 솟은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스키어들. 슬로프는 중급 코스가 많아 상급자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다.
 

팀버라인 롯지를 기준으로 위쪽보다는 아래쪽에 훨씬 더 많은 슬로프가 있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애써 상단부의 대사면으로 갈 필요가 없다. 시야가 탁 트인 곳은 바람도 강하고, 가스도 많이 낀다. 그러나 숲 사이로 난 슬로프는 다르다. 숲이 바람을 막아준다. 또한, 구름 속에 들어가 한치 앞도 안 보일 때도 숲으로만 들면 시야가 트인다.

 


슬로프 가장자리는 비압설이라 언제나 파우더를 즐길 수 있다. 적설량이 풍부해 거의 매일 파우더 데이가 된다.
 

팀버라인 롯지가 특별한 이유 중에 하나는 호텔이 스키장 중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스키장은 아주 드문 편이다. 유럽 알프스의 오래된 스키장에서나 볼 수 있다. 일본 스키의 발상지로 알려진 니가타현 묘코 고원에 있는 아카쿠라칸코 스키장도 이와 비슷한 컨셉이다. 팀버라인 롯지에서는 호텔을 나서면 바로 다운힐 활강을 시작한다. 스키를 모두 마친 다음에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후 호텔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팀버라인 롯지는 서머 스키로도 이름이 났다. 한여름에도 정상부는 눈이 남아 있다. 때로는 지난 해 쌓인 눈이 다 녹기 전에 다시 첫눈이 내리기도 한다. 5월이 지나면 반팔 차림의 스키어와 점프나 묘기를 부리며 파크에서 노는 스노보더를 볼 수 있다.

 


스키를 탄 후 팀버라인 롯지로 돌아오는 스키어. 만약 호텔 아래 슬로프에서 놀았다면 폐장하기 전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야 호텔로 갈 수 있다.

온 종일 내린 눈으로 눈에 거의 파묻힐 정도가 된 차량이 마운틴 후드의 엄청난 적설량을 보여준다.
 

벽난로의 온기 가득한 산장의 밤

온종일 스키를 타고 팀버라인 롯지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렸던 터라 저무는 줄도 모르게 해가 졌다. 그런데도 눈은 계속 내렸다. 어둠이 내리자 몇 명 되지 않던 스키장의 스키어들은 서둘러 포틀랜드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이 호텔은 다음날까지 온전히 투숙객의 차지다. 롯지를 개조해 만든 호텔은 규모가 작다. 객실 60개가 전부다. 이처럼 객실이 작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마운틴 후드에 있는 스키장 가운데 제대로된 숙박시설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팀버라인 롯지 로비 중앙에 자리한 엄청난 규모의 벽난로. 벽난로 주변에 푹신한 소파가 있어 휴식의 즐거움이 있다.

겨울 동안 내린 눈이 2층 객실로 가는 계단에 있는 창문까지 가득 쌓여 있다.

원목으로 벽을 장식해 산장풍을 그대로 살린 팀버라인 롯지의 객실. 현대적인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한 정취가 있다.
 

팀버라인 롯지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만들어져 90년 세월을 견뎌왔으니 미국에서는 보긴 드문 역사적인 건물이 됐다. 객실은 물론 롯지 내부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마운틴 후드의 스키 역사 그 자체다. 과거 미국인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신었던 스키와 스톡, 설피, 스키를 타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 하나하나가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2~3층에 걸쳐 형성된 라운지에 우뚝 선 거대한 벽난로가 압권이다. 이 벽난로가 있어 고풍스런 알프스의 산장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동굴처럼 된 팀버라인 롯지의 갤러리. 이곳에는 90여년 동안 팀버라인과 함께 한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팀버라인 롯지 스키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오래된 스키들. 팀버라인 롯지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긴 긴 겨울밤, 팀버라인 롯지에 머무는 여행자들은 여유가 넘치는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팀버라인 롯지는 5성급 호텔 이상으로 고급스럽다.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요리가 서빙 된다. 음식도 좋지만 주목할 것은 와인 리스트다. 팀버라인 롯지 와인 셀러에는 800여종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다. 이 가운데 200여종이 오리건에서 나는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다.

오리건은 ‘신대륙의 부르고뉴’라 불린다. 피노누아 단일품종으로 와인을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이곳도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 유명하다. 와이너리들은 해안가에 낮은 구릉을 형성하고 있는 윌러밋 밸리(Willamette valley)에 몰려 있다.


팀버라인 롯지의 레스토랑. 저녁이 되면 오직 이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들만이 이곳에서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찬을 즐긴다.
 

오리건의 와인 역사는 고작 60여년에 불과할 만큼 짧다. 1965년 스물다섯 살 청년 데이비드 렛(David Lett)이 프랑스에서 가져 온 피노누아 묘목 3,000그루를 레드 힐에 심을 때만 해도 오리건은 와인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선교사들이 미사주를 빚기 위해 심은 포도나무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있었지만, 세상에 내놓을 만한 품질은 아니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렛이 포도나무를 심은 15년 뒤 오리건 피노누아의 역사를 새롭게 쓸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1979년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데이비드 렛이 출품한 1975년산 아이리 빈야드 피노누아(Eyrie Vineyard Pinot Noir)가 프랑스에서 출품한 1959년산 샹볼-뮈지니(Chambole-Musigny)에 이어 2등을 차지했다. 이것은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미국 나파벨리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눌렀던, 이른바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였다.

오리건주에는 30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대부분은 가족이 경영하는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다. 연간 2만 케이스 이상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것 역시 소규모로 와인을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를 닮았다. 생산량이 적다보니 대부분은 현지에서 소비된다. 와이너리 방문객이나 그 고장의 레스토랑에서만 마실 수 있는 와인도 많다. 이들은 나파밸리의 상업적인 성공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그저 자신의 열정과 취향에 맞는 와인을 빚고 싶은 소망에 목마를 뿐이다.

 


팀버라인 롯지 와인 셀러에 보관되어 있는 오리건 피노누아 와인. 이 와인 셀러에는 800여종의 와인이 있어 진정한 미식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다.

'팀버라인 롯지'라는 이름을 단 오리건 피노누아 와인. 특급 호텔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라 코스에 따라 와인을 매칭해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팀버라인 롯지의 저녁은 오리건주에서 빚은 피노누와 와인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한국의 특급 호텔에서는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와인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코스 따라 나오는 음식에 와인을 매칭하면서 밤늦도록 스키 이야기를 하는 일,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 아닐까?

■여행정보

한국에서 오리건주의 관문 포틀랜드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도쿄나 샌프란시스코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포틀랜드에서 마운틴 후드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대부분의 스키어들은 포틀랜드에 숙소를 잡고, 마운틴 후드의 스키장을 이용한다. 팀버라인 롯지(www.timberlinelodge.com)에서 숙박하려면 적어도 몇 달 전에는 예약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객실도 적고, 그만큼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오리건에는 팀버라인 롯지를 비롯해 14개의 크고 작은 스키장이 있다. 이들 가운데 배칠러나 윌러밋 패스 등 이름난 스키장 몇 곳을 섭렵하는 스키 투어를 계획하는 것도 좋다. 렌터카를 이용한 자유여행을 하면 캐스캐이드산맥에 있는 스키장과 더불어 태평양을 따라가는 해안 드라이브, 그리고 해안 구릉지대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하루쯤 시간을 내서 포틀랜드 시내를 돌아보면 금상첨화다. 오리건은 주 전체가 면세지역이다. 나이키와 콜럼비아 스포츠웨어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멀리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쇼핑을 하러 이곳까지 오기도 한다.

출처 : 미디어피아(http://www.media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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