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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옛 이야기가 된 그 이야기
05/13/20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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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봄이 내 안에

내가 봄 안에 오롯이 담기는 오월이 되면 

나는 

그 봄 

그 오월 한 나절의 

풍경을 떠 올리는 습관이 있다.


아래의 글은 

오래 전에 그 때의 풍경이다.



요즘 처럼 계속해서 날씨가 화창하게 되면

집안에 갇혀있는 것들을 꺼집어 내어 맑은 바람과 봄볕으로

표백을 시키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그렇게  몇 날을 벼르다 

어저껜 겨울 내내 덮었던 솜 이불 홑 청을 벗겨내어

하루종일 햇볕에 널었다가 막대기로 툭툭 겨울을 미련없이 털어내 버렸다.

 

무슨 이유 이였는지

지난 봄에는 이불 시침을 어찌나 촘촘 하게 했던지

실밥을 뜯어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오래 전이었다.




시부모님이 이민오시면서 솜이불 두 채를 장만해 오셨다.


"침대 위에다 웬 솜 이불?"

그 옛날 온돌방에서 덮었던 빛바랜 양단이불이 뜬금없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단은

솜 이불 보자기를 슬그머니 옷장 구석 에다 밀어 넣기만 했다.

그런 내 시큰둥한 반응에 서운 하셨던 시어머님은

 

" 그 이불이 그냥 이불이 아니다,

너희 줄려고 비싼 명주 솜 에다 유명한 이불 집에서 맞춰 끼워온 솜 이불인데 

찬바람 불면 솜이불만큼 따뜻한게 없다."

 

거금을 투자 했던 사실을 내 양심에 대고 설득하기 시작하셨다.


 

찬바람이 집안으로 끼어들기 시작하자

 시 어머님은 우리 안방에다 솜이불을 기어코 밀어 놓으셨고

그렇게 솜이불을 덮기 시작 한지도 이 십여년.

 

그 후부터 매 해 화창한 봄날이면

시어머님은 솜이불을 홑 청과 솜을 분리 하는 것을

연례 행사처럼 해오셨다.




실밥을 뜯어낸 속 통을

햇볕 에다 널어놓고 막대기로 묵은 먼지를 털어 내시고

깨끗이 세탁된 홑 청을 반 듯하게 손질을 끝내시고 나면

바쁜 척 하는 내 눈치를 살피신다.


겨우 날이 잡히면

넓은 자리에 펴놓은 이불 홑 청 속에다 명지 솜을 평평하게 집어 넣느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이불을 당기면서 들었다 놨다 해본다.

 모서리를 서로 잡아 당기다 보면 엎어 지기도 해서 집안 전체가

간드러지는 웃음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내 키보다 더 길게 끼워놓인 실이 바늘 기장보다 짧아질 때마다

나는 다시 바늘에 실을 끼우고

그럴 때마다

잠시 허리를 길게 펴 시던 시 어머님은

단 한번에 실을 끼워 넣는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 보시곤 했다.

 

고풍스런 무늬를 만들어가듯이

골무 낀 손가락으로 이불 깃을 돌아가며 한뜸 한 뜸 씩 뜨다 보면

어느덧 이불 한 채가 완성이 됐다.



해 마다 봄 날이 되면

그런 식으로 솜 이불 시침 질을 하다보면

평소에 나누지 못하는 살가운 대화를 명지 솜 이불 에다 심어가며

고부간의 정분을 쌓기도 했다.


 

시 부모님께서

가까운 노인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던 그 해,

나는

 매번 이불 홑 청을 벗기고 다시 시침 질 해야하는 번거로움 에서

해방하고자 솜 이불을 다시 보자기에 싸서 옷장 에다 가둬 버리고

현대식 이불 커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치

 시 부모님이 안 계시면 겨울도 오지 않을 것처럼..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제법 거칠어지는 늦가을이 되자 

둘 밖에 없는 집안에 냉기가 차지하게 되고  

세련된 이불 속에서 자던 내가

한 밤중에 벌떡 일어나 솜 이불 보따리를 풀었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엔 솜 이불이 최고지"

 

시 어머님의 주장에 내가 손을 번쩍 들어주고 말았다.




어느덧

시 어머님 없이 혼자 솜 이불을 벗겼다 끼웠다 한지도 몇 년 째이다.

시 어머님의 부러운 눈총을 받으며

단 한 번에 널름 실을 바늘 귀에 잘도 끼워넣던 나도

이제 한 쪽 눈을 찡그려 야만 가능하게 됐다.

 


화창한 봄날,

봄 바람 잔뜩 든 이불 속통과 홑 청을 펴 놓으니

집안이 유난히 허기진 것같이 '空' 해보인다.

 

이불 맞잡아 줄 시 어머니도,

바늘 귀에 실을 끼워 줄 딸 아이도 내 옆에 없는데

추억만이 저축된 솜 이불 홑 청 위로

성큼 드러누운 봄 빛이 오수 (午睡 )를 즐긴다.


*

*

*


                          -구글-


@ 위의 글은 몇 년전에 작성하여

미주 동아일보에

-솜이불을 시 치며-  

라는 제목으로 실려졌던 글이다.


물론

그 솜이불도 버려졌고

 시 부모님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겨 가셨지만 

 이렇게 오월의 품속에 들어 있게되면 

마주보며 

시침 질 하던 생각이 난다.



노래:모란이 피기까지/ 장사익

글,사진/작성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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