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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qti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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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04/22/20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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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경험하는 Social Distance 

사회적 거리라는 행정명령에 충실 하는 중에도

어김없이 결혼기념일은 찾아왔다,


#1

남들이 하는대로 우리도 결혼을 했고

남들이 하는 것 처럼

우리도 

싸우고 지지고 볶다보

38년이란 엄청난 시간과 마주하는 날이 되었다.



#1

대부분의 아내들 처럼 

나도 결혼 기념일 날을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날로 챙기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나는 늘 불만을 쏟아내며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도 그어 보기도 하고

 달력 날짜 칸 에다 붉은 색 덧 칠도 해봤다.



#1

그렇게 구걸 하다시피 해서 얻어먹는 저녁식사나 선물이 

내게 더 이상의 의미는 무모 하다는 결론이

 마음을 비우 도록 하는데 큰 도움으로 작용이 되었고

시간은 나에게 

 나를 위한 꽃과 케잌을 챙겨서 축배를 들라고 가르쳐 주었다.


" 그래 잘 참고 봉사하면서 살아왔으니 이 잔 받아라  ."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라는 주 당국의 당부 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시장을 다녀왔다.



평소 단 음식에 연연하지 않지만

이 날만큼은 

달달하고, 고급스럽고,

조그만 조각 이지만 혀 위에 올려지자 마자

눈이 감기게 하는 부드러운 케잌을 나한테 먹이고 싶다.




단 일년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어머머 어찌 38년을.....


나 혼자 놀라고 

스스로 감격한다.




한때는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지내는게 훨씬 좋다고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혼자서 먹고 혼자 있는 걸 두려워 하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부부란 도대체 어떤 사이란 말인가?

이 물음에 파고 들다가 

오래 전에 발견한 시 하나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 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 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 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문정희·시인, 1947-)



#2


온 지구 촌이 

코로라 바이러스 Stop Sign 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결혼 38주년을 맞이하면서

곧 도착하게 될 40년 기념일 날의 

내 모습과 우리 상태를 미리 그려보는 것도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





노래: Lonely Sailing 고독한 항해 - Kim Yuna 김윤아 (부부세계 ost)

사진(1&2펌) 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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