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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자 아이 이야기
02/19/20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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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냄비를 든 아이

 

       Olmstead Point 

                               

초저녁에 잠이 든 엄마, 밤 11시 즈음이면 깨곤 했다.


그 당시는 자정이 되면 통행금지’ 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 되어 있던 시절 이었다.


하필이면 소방서와 파출소 바로 옆에서 살았던 우리는 

밤 마다 그 사이렌 소리에 기겁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익숙 해지자 

되레 안정 감을 얻기도 했다.

 

마흔에 남편 잃고 몇 년도 채 못되 군대에서 휴가 나온 장남 마저

강물에 빠져 죽는 사고 이후 

약주 없이는 잠을 못자는 습관이 생겼던 엄마.

 

큰 언니와 고향에서 ‘천’ 로 인정 받았던 둘째 언니는 

큰 도시에서 결혼 생활과 학업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었다.

 

고향집에는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인 남동생과 세상 재미를 잃은 엄마를 돌봐야 하는 내가 

보호자 역할을 감당해야 했는데 그때 내 나이 13.

 

다행히 아버지가 남겨둔 토지를 팔아 

큰 길가에 상가를 지어 매달 받는 렌트 비로 가족 생활 비와 언니의 학비를 대신했고 

그 대부분의 일은 내 담당이었다.

 

해가 기울고 여기 저기에서 전등 불빛 릴레이가 시작 되면 

언제 어디서 마셨을까..


방문 틈새를 비집고 새어 나 오는 소주 냄새를 따라 간 내 시선 끝에는 

영혼 뺏긴 몸체 하나 애달프게 구부려져 있었다.

 

겨우 몇 시간의 수면에서 깨어난 엄마의 눈동자와 걸음에서 

갈증과 허기를 느낀 내 손에는 어느 덧 노란 냄비가 들려져 있었다.

 

동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최판식 우동집’ 의 유리 문을 두드리면 

주인 아저씨는 내가 온 것을 미리 알아채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 집의 최연소 단골 손님 이었을 것이다.

 

통 나무로 잘라 만든 커다란 도마 위에 올려진 시금치와 

중 식도로 내려 친 오뎅 조각들이 펄펄 끊는 우동 국물 위에서

화사한 무늬로 휘 날리던 그 장면은 

지금도 따끈한 우동 생각이 날 때마다 나타나곤 한다.

 

행여 국물이 흐를까봐 냄비 바닥은 한쪽 팔 소매 위에 

다른 손으로는 뚜껑을 누르고

한 발짝 씩 뗄 때마다 마치 통금 사이렌 소리가 나를 기다리는 듯 했지만 

움직일 때 마다 냄비 뚜껑 사이로 빠져나오는 우동 냄새가 발 소리를 가속 시켰다.

 

엄마가 다 마시고 난 우동냄비 바닥에는 

아직도 양념이 베어 있는 살찐 우동국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속이 한껏 시원해진 엄마는 

훗날  심청’ 이라는 이름을 내게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펌- 


사십에 과부 된 엄마,

장남마저 익사하자 술 없는 밤이 없었다.

 

그 곁에 겨우 

남편 없는 허무와 아들 잃은 그 설움을 눈치 채기 엔

너무 먼 거리에 있던 막내 동생과 나.

 

초 저녁 잠이 아침까지 버티지 못해 

늦은 밤 깨어나 허기 증에 목이 타들어 가고

셋째 딸이 들고 나간 우동냄비에 담겨 올 

시원한 우동 국물만 기다리던 엄마.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와 함께 후르륵 마시고 

바닥에 깔린 우동국수를 넘겨주며 

고맙다 심청아

 

 그 이름 하나로 엄마와 나는 통했다.

 셋째 딸의 이름 중에서  

                     

* clearwater에서 -2019


 글,사진/작성

노래: 송창식의 창밖에는 비오고요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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