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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과거가 있는 곳..
06/17/20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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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난지 50년,

 다섯 번씩이나 강산이 변모 되고도 남은 세월이 흘렀다.




감사 한것은

이렇게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년시절의 고향 친구들은 한결같이

변모 되어가는 고향 주변의 모습을 '카톡' 이라는 매체를 통해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까지 보너스로 보내주고 있다. 


우리가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증명 해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재주가 남다른 동기가 오일 장날의 이모저모를 찍어 만든 영상을 올렸는데

여러 장면 중에 흰 천막이 내 시선을 확 끌어당기면서 떠오르는 가족

바로 내 또래 영숙이 가족이다.




아버지가 면장으로 계셨을 당시

 면사무소가 우리 집 바로 뒤에 자리하고 있었고 

 면사무소 뒷 켠에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영숙이 여섯 식구들이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영숙이 아버지는 길가 한쪽 구석에서 구두를 수선하고 있었는데

영숙이 엄마는 

대로 변에 있는 은행 담벼락 한켠에 흰 천막을 쳐놓고 밤 낮으로 

찐빵과 가래떡 그리고 연 뿌리 등 먹거리를 팔아서 

식구들의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닷새 마다 열리는 장날은 

동네 사람들에게 큰 활력을 부어주는 기다림의 날인 동시에

나에게도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장날이 되면 영숙이 엄마는

 우리 집 바로 옆 지서 골목으로 흰 천막을 옮겨다 국화빵을 구워 팔기도 했는데

그 과정이 신기했던 나는 장 날마다 

국화빵이 어떻게 완성이 되는지를 영만이 엄마 옆에서 지켜 보았다.




헝겊 기름 막대로 달궈 진 빵 틀속으로 

커다란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밀가루 반죽이 닿는 소리와 동시에 

달달한 팥이 떨어지면 길다란 쇠고리로 재빨리 뒤집고 나면

국화 꽃잎이 새겨진 빵이 틀에서 뽑혀 나왔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영숙이 엄마의 손놀림은 

더 이상 영숙이 엄마가 아닌 마법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 과정에 매료가 된 나는

오일 장날 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보다 영숙이 엄마 천막으로 먼저 달려가 잔심부름을 다 해주고

틈이 생기

직접 국화 빵 굽기 삼매경에 푹 빠져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폐장이 되어 어두워진 길을 걷다보면 엄마가 보이기 시작하고

허기진 몸은 길 바닥을 쓸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 이전부터 영숙이 오빠인 영만이와 자주 어울렸다.


영만이 오빠는 연극을 아주 좋아해서 

 면사무소 마당이나 우리집 넓은 마당을 연습 장소와 공연 장소로 이용했다.


공연하는 날이 정해지면

 나는 엄마 몰래 한복 치마를 긴 빨랫줄에 걸쳐놓고  

동네 아이들에게 성냥개비를 입장료로 받아

치마 장막 안으로 들여 보내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시키는 대로 잘 따라서인지 영만이 오빠는 가끔 나를 무대위에 올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극활동은

비밀이 아닌 비리 행위로 이어지게 되어

초등학교 들어 가자마자 중단이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2018년 봄, 고향방문시 뻥튀기 장사앞에서


이민 초창기 당시

 필라델피아 원조 떡방앗간을 가끔 들리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하얀 수건을 쓰고 분주하게 오가는 주인 아주머니와

영숙이 엄마 모습이 오버랲이 되어

지역 신문사에 글을 기고를 했던 적도 있었다.  


 밤 늦도록 은행 담벼락에 쳐져있는 흰 천막안에는 깜박거리는 호롱불과

하루동안 팔고 남은 먹거리 옆에는 영숙이도 졸고 있었고 

나는 그런 영숙이를 늘 '빵숙이' 라고 놀렸다.


                  


고향 친구가 만든 영상에서 나타난 흰 천막이

 숨겨 놓았던 나의 과거 한편을 모래 바람처럼 털어준다.

        



아무리 세상이 지금처럼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요동을 친다해도 

 내 과거 속으로 살짝 들어와 마음껏 숨쉬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나를 오라고 손짓을 해주는 동무들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방랑'에 대한 동경과 '고향'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 게오르크 짐멜 -




*3살 


음악: 팬풀룻연주 -가고파

글. 사진(용만, 양자) /작성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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