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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20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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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 났으면 반드시 돌아 가는 때 또한 있는 법이다."


그분의 부음(訃音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나를 껴안으며 토해 낸 말이다.


지난 43년 이라는 흘려 보낸 세월 속에서 

그 분과 나눴던 시간의 조각들 하나 둘씩 모아 붙여보니

마치 어제 있었던 일 인양 생생하다. 


 

그분을 교회에서 알게되어 주치의로 만났을 때 내 나이 22살 

미국이민 3년 차였다.


 그당시 한인사회에서는 윤박사님’ 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얼마 후 부터 나는 할아버지’ 라 불렀다.

한국인들에게 흔하지 않은 구레나루 수염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아버지’ 라는 단어 안에는 

무조건 봐 주기만 하고 어리광만 부릴 수 있는 

보온병 같은 따스함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 되었고

그분과의 시간속에서 나는 내가 쉴 수 있는 견고한 집을 지어가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갑자기 따스한 등이 그립다 

달 빛과 별 빛이 내 등에 쏟아내리면

나도 그 등에 밤새도록 업히고 싶어진다.

콧등이 찌그러지도록…’

 

기억의 창을 열면 

내가 꺼져 있을 때 마다 

내게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한 선한 사람이라고 다독여 주셨고 

그런 칭찬은 

바닥으로 부터 튕겨 올라 치솟는 힘으로 작용 되어 다시 시작할 수가 있었다.


 

특히 40-50대에 들어 치열한 격동기의 혼란에 빠져 있는 내게 

속에서 들 끊는 것들을 끄집어 글로 표현 해보라는 그 분의 권고가 

지금까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글을 쓰다보면 내 안에 든 나와 소통 한다는 것도 배웠다.

 

결코 

녹록치도, 견디기도 힘든,

삶의 연장속에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비타민과 같은 그분의 격려와 칭찬이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탄탄한 무늬로 짜여 졌기 때문이었다 



그분 앞에서 몇 마디만 쏟아 내고 나면

찌그러진 마음도 다림질 된 것처럼 펴 지곤 하여

갈 때와 돌아 올때의 기분의 무게가 확 달라 지곤 했다.

 

병원 카페테리아서는 딸로 알려졌고 

한인 사회에서는 후원자와 조력자로 알려지게 된 것도  

장학재단 설립 후 기금및 운영을 전적으로 내게 맡기고 난 뒤 부터다.


 


평소 조용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이나 환자들이 무척 어려워 했지만 

틈이 생기면 당신이 한인사회로 부터 받았던 반목과 질투 

그리고 

배신 등으로 인한 억울한 오해에 대한 진심을 내게 토 하시기도 했다.


 

만남의 관계란 서로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인간이라는 개체는 

결코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틈을 이용해 살짝 노출 시키기도 하셨다.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내 마음 속에는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것에

모든 것이 극복이 되고 또 충만했다.


 

의사와 환자에서 할아버지와 딸 사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멘토(Mentor) 와 멘티( Mentee) 로 소통이 시작 되면서 

이민 초기 시절부터 치열한 중년의 덫에 걸려 찢기고 지쳐 있을 당시

 나의 영혼을 꼼꼼히 수선 해준 명의 (名醫) 이시기도 했다. 


 

윤박사님의 부고 소식(5월13일)이 한인사회 미디어로 통해 알려졌다.   

향년 88세의 일기로 수면 중에 편히 가셨으니 부럽다고 하는 측도 있지만

 이 지역 한인들 특히 이민 1세들 에게는 일종의 충격이 되었다



지난 54년간 

의사로서필라델피아 한인회와 서재필 재단 설립자로서 

또한 펜주 인권옹호국 서기관으로서 

한인을 비롯하여 소수민족들이 문화적 차이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당신 스스로 

 낮은 다리가 되기를 자청한 것을 인정 받아 왔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바람처럼 스치는 수 많은 인연도 있지만 

죽는 날 까지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필연도 있다.

 

‘ 나는 열심히 써 내려가고 당신은 열심히 지우십니다.

끝없이 쓰면 끝없이 수정하고 지워주시는 스승님

언젠가 몽땅 연필이 되면

찌그러진 지우개로 만나게 되나요?


 

 

이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 분은 여전히

내 영혼의 가장 순수한 지점에서 수선 공으로 늘 만나게 될 것이다.

 

Fairwell !!





해금: 엄마의 바다 /신날새

글,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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