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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 구름이 되어...
05/29/20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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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때문에 창문을 열어 둘수가 없어
 무척 답답해 하다

요 며칠째 맑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 되자

집안에 있는 무엇이라도 밖으로 내어 바람을 쐬어주고 싶어 아래 위를 두리번 거리다

갑자기 

시어머님과 솜이불을 바깥에 널고, 털고 다시 시침 질 하던 그 시간이 

뭉게구름처럼 생각위로 떠오른다.


(아래의 글은 예전에 포스팅 '솜이불을 시치다' 옮김)



요즘 처럼 계속해서 날씨가 화창하게 되면

집안에 갇혀있는 것들을 꺼집어 내어 맑은 바람과 봄볕으로

표백을 시키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그렇게  몇 날을 벼르다 어저껜 겨울 내내 덮었던 솜 이불 호청을 벗겨내어

하루종일 햇볕에 널었다가 막대기로 툭툭 겨울을 미련없이 털어내 버렸다.

 

무슨 심사였을까

지난 봄에는 이불시침을 어찌나 촘촘하게 했던지

실밥을 뜯어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오래전이었다.


  

시부모님이 이민오시면서 솜이불 두 채를 장만해 오셨다.

"침대위에다 웬 솜 이불?"

그 옛날 온돌방에서 덮었던 빛바랜 양단이불이 뜬금없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단은

솜 이불 보자기를 슬그머니 옷장 구석에다 밀어 넣기만 했다.

그런 내 시큰둥한 반응에 서운하셨던 시어머님은

 

" 그 이불이 그냥 이불이 아니다,너희 줄려고 비싼 명솜에다 유명한 이불집에서

맞춰서 끼워온 솜이불인데 찬바람 불면 솜이불만큼 따뜻한게 없다."

 

거금을 투자했던 사실을 내 양심에 대고 설득하기 시작하셨다.

 

찬바람이 집안으로 끼어들기 시작하자

 시 어머님은 우리 안방에다 솜이불을 기어코 밀어놓으셨고

그렇게 솜이불을 덮기 시작 한지도 이십여년.

 

그 후부터 매해 화창한 봄날이면

시어머님은 솜이불을 홑청과 솜을 분리하는 것을

연례 행사처럼 해오셨다.


 

실밥을 뜯어낸 속통을

햇볕에다 널어놓고 막대기로 묵은 먼지를 털어내시고

깨끗이 세탁된 홑청을 반듯하게 손질을 끝내시고 나면

바쁜 척 하는 내 눈치를 살피신다.

겨우 날이 잡히면

넓은 자리에 펴 놓은 이불 홑청 속에다 명지 솜을 평평하게 집어 넣느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이불을 당기면서 들었다 놨다 해본다.

 모서리를 서로 잡아당기다 보면 엎어지기도 해서 집안 전체가

간드러지는 웃음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내 키보다 더 길게 끼워놓은 실이 바늘 기장보다 짧아질 때마다

나는 다시 바늘에 실을 끼우고

그럴 때마다

잠시 허리를 길게펴시던 시 어머님은

단 한번에 실을 끼워 넣는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시곤 했다.

 

고풍스런 무늬를 만들어가듯이

골무 낀 손가락으로 이불깃을 돌아가며한뜸 한뜸씩 뜨다보면

어느덧 이불 한채가 완성이 됐다.



해 마다 봄날이 되면

그런식으로 솜 이불 시침질을 하다보면

평소에 나누지 못하는 살가운 대화를 명지 솜 이불에다 심어가며

고부간의 정분을 쌓기도 했다.


시 부모님께서

가까운 노인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던 그 해,

 

나는

 매번 이불 홑청을 벗기고 다시 시침질 해야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하고자 솜 이불을 다시 보자기에 싸서 옷장에다 가둬 버리고

현대식 이불 카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치

 시 부모님이 안 계시면 겨울도 오지 않는 것처럼..


                                                                                    -구글-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제법 거칠어지는 늦가을이 되자 

둘 밖에 없는 집안이 냉기가 차지하게 되고  

세련된 이불 속에서 자던 내가

한 밤중에 벌떡 일어나 솜 이불 보따를 풀었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엔 솜 이불이 최고지"

 

시 어머님의 주장에 내가 손을 번쩍 들어주고 말았다.

 


어느덧

시 어머님 없이 혼자 솜 이불을 벗겼다 끼웠다 한지도 몇 년째이다.

시 어머님의 부러운 눈총을 받으며

단한 번에 널름 실을 바늘에 잘도 끼워넣던 나도

이제 한 쪽 눈을 찡그려야만 가능하게 됐다.

 

*

화창한 봄날,

봄 바람 잔뜩 든 이불 속통과 홑청을 펴 놓으니

집안이 유난히 허기진 것같이 '空' 해보인다.

 

이불 맞잡아 줄 시 어머니도,

바늘 귀에 실을 끼워 줄 딸 아이도 내 옆에 없는데

추억만이 저축된 솜 이불 홑청 위로

성큼 드러누운 봄 빛이 오수 (午睡 )를 즐긴다.


*

*

*


                                    -구글-

@ 위의 글은 몇 년전에 작성하여

미주 동아일보에 실려졌던 글이다.

 

이젠

너무 오래된 솜이불이라 더 이상 덮을 수 없어

 얼마 전에

시 어머님 몰래 갖다 버리고 나니

어쩐지 죄를 짓는 듯 한 마음을

추스리는 뜻에서 다시 올려봤다.


 

글,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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