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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친절하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08/27/20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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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서로 친절하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프시케-




아침나절

잔디 깎는 기계가 시원찮은 관계로

우여곡절 끝에

잔디 깎는 분들이 깎어놓은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풀들을 갈퀴로 긁어모아

울타리를 치고 있는 나무 밑에

거름 겸 깔아주었다.


잔디가 쑥쑥 자라는 

여름엔 한주만 놓쳐도

잔디가 숲을 이룬다.


아들이 보고 싶으면

 가서 보고 오자고

옆지기, 나 건희 이렇게

셋이서 이구동성으로

합의를 보면

무작정 가곤 했던 여름 덕에


잔디는 숲을 이루고

깎다가 남겨둔 어느 면적은

정말로 갈대숲처럼 

우거졌다.


옆지기는 잔디깍는 걸 

운동겸 한다고

밀고 다니는 잔디 깎는 기계를 

고집하며 사용한 지가

거의 5-6년은 되나보다.

그래도 처음엔 자동이라

수월했던 것이

한번 놓친 길게 자란

잔디를 깎느라

어떤 날은

5시간을 잔디와 싸운 날도 있다.


시에서 읽은 것처럼

건희 친구 엄마도

잔디를 깎다가

기계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를 잃었다고 들었던 게

엊그제였는데

시인은

고슴도치를 잃었다며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친절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마음써주며 친절하자..

우리는 늘 지난 다음

마음 써 주지 못하고

친절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알면서도..



며칠 전

섬을 이룬 정말 많이 자란

잔디를 잔디 깎는 사람들한테

부탁하자 해도

굳이 본인이 깎겠다고

고집부리는 옆지기 의

의견을 뒤로하고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었다


문제는 깎아놓은 풀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였다

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워낙 많기도 한데다

엄두가 않나

놓아두었다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나무들의 밑에 거름 겸

솔잎 대용으로

갈퀴로 긁어 가장자리에

돌아가며

깔아주었다


날씨가 선선해 아침 일찍 시작한 

일이 2시간도 더 걸렸다.

얼굴은 홍조가 되고

땀은 이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간 운동하지 못해

땀 흘리는 기분을 만끽하지 못하다가

정말 마음껏 땀을 흘려본 아침이다.


옆지기가 출근을 한 틈을 타

그냥 놔두면 본인이 한다고 했지만

이래저래 미뤄질 것 같아

내가 해 버리는 바람에

속이 다 후련했다.


풀들이 길었던 터라

깎여진 풀들이 땅에 떨어져

잔디 위에 있다가 비라도 오면

그 풀이 떡이 되어 밑에 있는 

잔디들이 숨을 못 쉬고

죽어버린다..


사람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한데

하물며 숨을 쉬는 잔디는 오죽하랴..


손이 가야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가듯..

잔디 깎는 일도

깎아놓은 풀들을 처리하는 일도

제때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오늘도 미뤄지는 일이 없는지

나를 뒤돌아보며

끝낸 아침나절

뜰에서 흘린 땀에

절로 세로토닌이 분비 된 듯

기분이 상쾌하다

풀 내음 맡으며

흘리는 땀이

좀 힘들긴 해도 

흘릴 만 하다

아침 우연히 들춰본 

필립 라킨의

"잔디 깎는 기계 "라는

시를 읽다가

시원하게 땀을 흘린 기분에

냉수욕으로 

스트레스를 씻어내고

 끄적여 본다

아.. 상쾌한 아침

이제 시간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니 굳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여도 좋다.

주위에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좀 더 마음을 쓰고

친절해야겠다..







영준이가 아빠한테 이 잔디 깎는 기계가 어떠냐고 묻는다








잔디 깎는 기계


- 필립 라킨-


잔디 깎는 기계가 멈추었다, 두번째다

무릎을 꿇고 들여다 보니, 칼날 사이에

고슴도치가 끼어

죽어있다, 긴 풀 속에 있었던 것이다


전에 이 녀석을 본 적이 있고, 한번은

먹을 걸 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

눈에 띄지 않는 그 세계를 

내가 망가뜨린 것이다

수리할 수도 없이

땅에 묻는 수밖에 없었다


이틑날 아침 나는 일어났지만

고슴도치는 그러지 못했다

하나의 죽음 다음의 첫날, 새로운 부재는

언제나 똑같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친절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


The Mower


-Philip Larkin-


The mower stalled, twice, kneeling, I found

A hedgehog jammed up against the blades,

Killed it had been in the long grass.


I had seen it before and even fed it, once.

Now I had mauled its unobtrusive world

Unmendably. Burial was no help:


Next morning I got up and it did not

The first day after a death, the new absence

Is always the same, we should be careful


Of each other, we should be kind

While there is still time.


from "Collected Poems"






2018년 8월 27일 월요일 아침








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친절하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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