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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택(peteroh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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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그 인정머리 없는 것에 대하여
01/18/2020 18:11
조회  347   |  추천   8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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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같은 반에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공부뿐 아니라 독서량이나 문학적 재능, 예술적 소질까지 탁월한 ‘별종’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온 친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저 한번 훑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다 이해되고 외워지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한 시간에 한 바퀴를 쉴 새 없이 뛰어야 하는 분침(分針)이었다면, 그 친구는 한 시간에 한 칸만 옮겨가는 시침(時針) 이었다. 그 친구에 대한 내 마음은 수시로 색이 변하는 수국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질투심으로, 다음에는 부러움과 놀라움으로, 마지막엔 절망감에 젖은 채 그 친구를 보게 되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친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면 그 친구는 저 건너편에 가 있었다. 마음이 괴로웠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내 마음을 알고 계신 듯했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능이나 능력이 아니라 ‘의욕’이라고 하시며, 자신을 격려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차려주신 ‘말씀의 밥상’에는 제자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그득했다.



비교는 두 가지 맛이다 비교의 우위에 있는 사람에겐 비타민 C 맛인 반면, 상대방에겐 씀바귀 맛이다. 어느 교회에서 예배당 신축공사 기금을 모으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궁리 끝에 교회 게시판에다 신자들의 개인별 헌금 액수를 막대그래프로 그리기 시작했다. 누가 헌금을 많이 내고 있는지 어린아이까지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공사를 2년이나 앞당겨 준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 마음속에 깔려있는 비교 심리와 경쟁심을 자극한 것이다.



조상님도 절대 도와줄 수 없는 경쟁이 있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일학년 학생 아빠들의 달리기가 그렇다. 아이들은 미리 결승점에 가서 제 아빠를 응원한다. 삼십 대 중반을 넘긴 아빠들의 근력이란 게 대개 거기서 거기라, 아주 근소한 차이로 등수가 정해진다. 1등 한 아빠에게는 월계수 잎 도장이 선명한 공책 3권이, 2등 아빠에겐 2권이, 3등 아빠에겐 1권이 상품으로 주어진다. 공책을 받지 못한 아빠의 얼굴은 이내 벌게지고 아이의 울음이 터진다. 아빠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우는 아이에게 말한다.



“미안해, 집에 갈 때 아빠가 더 좋은 공책으로 열 권 사 줄게.”

아이는 인정머리 없이 말한다.

“싫어, 싫어. 거기엔 도장이 안 찍혔단 말이야.”

누가 이런 달리기 시합을 만들었는지, 그놈을 당장 패대기치고 싶을 뿐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신작 영화를 남편과 보러 갔다. 십 년 전에 비해 너무 많이 늙어버린 로버트 레드포드 때문에 나는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사들고 간 팝콘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남편 늙는 것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로버트 레드포드가 늙는 것은 너~무 아깝다.” 남편은 나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앞서 걸어갔다. 로버트 레드포드보다 영 못생긴 뒤통수를 나에게 보이면서 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백 명도 더 넘는 미인들과 비교를 당했다. 섣부른 비교는 그래서 위험하다.



많은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남을 이길 때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에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예쁘지도 않았던 친구가 남편을 잘 만난 덕에 명품을 치감고 와서 잘난척하는 걸 보고 온 날은 나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날따라 집에 일찍 들어와서는 빨리 밥 달라고 소리치는 남편, 그가 왠지 꼴 보기 싫어지는 현상이 바로 ‘동창회 증후군’이다. 그날 남편은 굳어있는 아내를 보며 속으로 ‘마누라가 나 몰래 넣던 계가 깨졌나. 아니면 어디 가서 차를 긁었나’하며 궁금해하고, 아내는 속으로 ‘이 남자만 아니었어도…’하며 자신의 운명 감정에 들어갔다.



행복해지려면 불필요한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도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를 모르겠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가 아닌, ‘내 마음에 드는 나’를 만들려면 마음의 한 쪽을 비워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어느 부분인지 모르겠다. 내가 정작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내가 꿈꾸던 나’와 ‘지금의 나’가 아닐까.



파도에 휩쓸려 세 바퀴 뒹군 소라나 두 바퀴 뒹군 소라나, 등짝에 붙은 모래의 양은 비슷하다. 어느 쪽이 많은지 비교하는 동안 다음 파도가 들이닥친다. 우리 인생살이도 어쩌면 그와 같지 않을까.



(정 성화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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