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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의 마음
05/10/2019 09:05
조회  836   |  추천   1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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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겨울 아직 난방을 시작하지 않은 옷 매장은 가끔 따뜻한 커피가 위안이 될 정도로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다. 저녁 퇴근시간으로 옷 매장이 좀 붐비는 시각, 젊은 남자 손님이 들어와 쭈뼛거리며 말했다.



“제 아내가 입을 건데요. 예쁜 재킷 하나 골라 주세요.” “아내분 체형이 어떤가요? 피부 빛은요?” “아, 보통 키에 날씬하고요. 얼굴은 희고 예뻐요.” “그런데 가격대가 어떻게 되나요?” “아주 저렴한 것부터 다양하게 있으니 적당한 걸로 고르시지요.”



가격 걱정부터 하는 남자 손님의 형편에 맞게 저렴하면서도 따뜻하고 예쁜 재킷을 몇 개 골라 보여 주었더니 제일 화사해 보이는 재킷을 골라들었다.



“아, 정말 예뻐요. 이 옷을 아기 엄마가 입으면 정말 잘 어울리겠어요.” “사이즈가 안 맞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직접 오시라 하세요. 마음에 드시는 걸로 교환해 드릴게요.”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봉투에 담긴 10만 원을 내놓고 나머지 잔액은 카드로 지불했다. “아내가 옷 가격을 알면 놀랄까 봐서요.” 남자는 아주 기분 좋은 얼굴로 몇 번이고 되물었다. “이 옷, 따뜻하겠지요? 예쁘겠지요? 제 아내에게 잘 어울리겠지요?” 기분 좋게 나가는 젊은 남자의 뒷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다음 날 오후. 아기를 안은 젊은 새댁이 종이 백을 들고 들어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얇은 셔츠만 입은 차림새의 젊은 새댁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종이 백을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옷, 제 맘에 안 들어서 안 입을래요. 남편 옷으로 바꿔 주세요.” “남편분이 아주 신경 써서 고른 옷인데 마음에 안 드세요?” “아기랑 집에만 있는 제가 이런 옷이 필요하나요? 매일 추운 데서 고생하는 애 아빠가 입을 옷으로 바꿔주세요.”



본디 말투인지, 말을 퉁명스럽게 하고 있지만 젊은 새댁의 생각을 이미 읽을 수 있었다. 아기 엄마는 옷을 만지다가도 가격표를 보고서는 깜짝깜짝 놀랐다. “제 옷값은 얼마 안 된다고 하던데 남자들 옷은 모두 이렇게 비싸나요?” 아내 옷은 중간 대 가격이었는데, 틀림없이 현찰 10만 원 계산한 것은 빼고 카드 영수증만 보여준 듯했다. 난감했지만, 남편의 곱던 마음을 전해주고 그 가격에 맞은 남자 옷을 보여주었다.



“미쳤나 봐, 내가 이렇게 비싼 옷을 어떻게 입는다고, 자기는 맨날 헌 옷만 얻어다 입고 출근하면서.” 혼잣말처럼 내뱉으면서 눈이 젖어드는 젊은 아기 엄마를 보니 매장 주인 마음이 먹먹해졌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짧은 혼잣말 속에서 모두 보이듯 했다. “남편분이 아내에게 이 옷을 꼭 입히고 싶어 했는데, 좋은 방법이 있네요. 50% 세일하는 예쁜 옷들이 마침 몇 가지 있는데 남편분 것과 아내분 것 두 벌로 바꿀 수 있겠네요.” “싫어요, 저야 맨날 아기 데리고 다니니까 두꺼운 옷이 필요 없어요.” “그래도 남편이 서운해할 거예요.”



그제야 얼굴이 환해진 아이 엄마는 내가 권해 주는 방한 점퍼를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앞모습 뒷모습 보아 가면서 입술이 벌어졌다. “참 예뻐요. 남편분 말대로 그 색깔이 잘 어울리네요.” 따스한 남편의 방한복을 담은 종이 백을 들고 아이와 함께 점퍼를 입고 나서는 젊은 여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좋은 남편 만나서 행복하겠어요, 아기 아빠도 좋은 아내 만났고요. 그렇게 서로 위하면서 살면, 앞으로 복 많이 받을 거예요.”



그날 전산(電算)에 올라있는 매출액과 실제 판매액은 차이가 제법 났다. 누가 확인할 것도 아니지만,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부족한 판매액을 맞추면서 주인의 행복통장의 잔고가 확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보람된 하루였다.



(장 보연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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