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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계의 삶
10/08/201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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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한국 텔레비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출연하여 퀴즈풀이를 하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몇 쌍이 출연해서, 부부끼리 묻는 말에 서로 대답하는 순서였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를 뭐라고 하지?  두 글자야.” 한참을 생각하던 할머니가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웬수!” 이번엔 “하늘이 당신과 나를 맺어 준 것? 네 글자야.” 하고 물으니, 할머니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뜻 대답했습니다. “평생 웬수!”  


할아버지는 대본에 있는 대로 할머니가 '부부'니 '천생연분'이니 하는 그런 아기자기한 정답을 해 주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평생을 할아버지와 살아오며 여러 가지 풍부한 삶의 경력을 쌓아온 할머니에게는 그런 알콩달콩한 대답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얻은 한국적인 정감이 넘치는 이런 말들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 때, 그 방송을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던 저도, 사실은 그분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혼 초기 때의 일입니다. 아내와 밖에서 만나 함께 길을 걸어갈 때, 저는 아내의 원망스런 호소를 들을 때가 많았습니다. “여보, 같이 가요.” 길을 다닐 때, 걸음이 빠른 저는 항상 앞서 걸어가고 아내는 한참을 뒤 따라 오곤 했습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에도 무슨 용맹스런 기사나 되는 것처럼 먼저 휙 하니 건너가서는 뒤따라오는 아내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기다리는 때가 허다했습니다.


그런 일은 제가 자라온 시골집에서는 늘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디를 가시든지 항상 몇 발짝 먼저 걸으셨고, 어머니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시며 항상 남편의 뒷발치에서 따라가기에 바쁘셨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에 대해 가끔은 불평을 하시면서도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가셨습니다. 부부의 삶이 다들 그런 줄 아셨겠지요.  

 

때론 어머니가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가셔도, 그것을 들어주거나 도와 줄 생각은 하지 않으시고, 아버지는 항상 앞에서 폼을 잡고 먼저 가셨습니다.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다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보고 자란 저의 삶은 당연히 그들을 닮은 후예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난 후 어느 날, 아내가 다니던 마을 교회에서 간증을 하라고 했습니다. 아내의 끈질긴 성화와 요구에 끌려 마을 교회를 가끔씩 마지못해 다니다가, 어느 분의 소개로 다른 큰 교회에 나갔다가 바로 그날 하나님께 붙잡혔습니다.  

그래서 그 주간 수요일에 마을 교회에 나가 간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죄인을 찾아오셔서 불러 주신 은혜를 얘기를 한 후에, 저는 이런 말로 간증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하나님과 아내를 위해서 살겠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본 후회와 앞으로의 삶의 결단의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본심과는 달리, 살아오면서 옛 본성을 지닌 모습이 아직도 가끔 나타나는 때가 있습니다. 아주 보기에도 추한 자기중심적인 그 모습이 저의 마음과는 다른 곳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내는 요즈음도 가끔 후회스런 말을 되 뇌곤 합니다.  “그 때 그 간증을 녹음해 뒀어야 했는데….”


부부를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묶인 관계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에겐 서로를 웬수라 하며, 그 웬수끼리, 평생 웬수가 되도록 지긋지긋하게 살아온 삶이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옛날 어른들은 말로는 서로 웬수라고 하면서도 서로 갈라설 줄 모르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랑스런 웬수였습니다.  

 

여러 가지 울긋불긋한 색깔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은 없었을 지라도, 그들은 미운 정 고운 정이 깃들 인 은근한 마음의 정을 주고받는 그런 사이로 살았을 것입니다. 물론 불만과 체념이 반복되는 과정도 있었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자식들이 위로와 소망이 되었던 분들도 있었겠지요.


하나님을 아는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천생연분의 삶을 사랑도 없는 평생 웬수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양보다는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건널목을 건너는 관계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평생 웬수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로를 챙겨 주며 함께 걸어가는 삶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아름다운 관계의 삶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세월을 ‘자기 마음에 합한 사람’으로 살아온 우리들에게,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평생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매일 자기 부인이 거듭되지 않고는 결코 얻어질 수 없는 삶의 모습입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힘을 북돋우며 살아가는 그런 믿음의 공동체가 우리에겐 그래서 꼭 필요합니다.


교회는 잠시 함께 모여 예배의식만 얼른 마치고 돌아가는, 그래서 다시 혼자로 살아가는 그런 일시적인 모임 장소가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침을 받고 훈련되면서 주님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훈련장입니다. 훈련은 실제 전투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하나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의 관계와 이웃들과의 관계의 삶이, 언젠가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아름다운 관계의 삶은, 서로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선 남편을 가정의 리더로 세우셨습니다. 남편이 먼저 변하고 보면, 아내는 어느 새 이미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일을 경험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믿음의 공동체를 통해  변화되는 삶을 살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눈으로 보며 성장해 간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이 싫어하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복음은 남에게 전할 가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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