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무정
04/14/20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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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故鄕)


70이 넘은 어떤 분에게 고향이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면서, “고향이 뭐요?” 하고 퉁명스레 되물었다.

물어본 나는 좀 멋 적게 되어 고쳐 물었다.

제 말씀은, 태어나신 곳이 어디시냐구요?”

그랬더니 그분이 대답했다. “만주에서 태어났어요!”

 

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별로 없다.

태어난 곳은 세 살 때 떠났고, 자라던 곳은 열세 살 때 떠났다.

자라던 곳은 저수지에 깊이 잠겨버려 돌아갈 수가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이 시작되었고,

군복무 2년 반을 마치고 서울에서 7년을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 후로 40년 넘게 이곳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어디가 내 고향일까?

 

고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부모님들이 사시던 곳인가, 내가 태어난 곳인가. 아니면 내가 제일 오래 살던 곳인가.

영주귀국 했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온 이야기가 가끔 블로그에 올라온다.

고향을 찾았더니 이미 그리던 고향이 아니더라는 말을 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신청했던 어느 시인은,

가 봤댔자 이미 많이 변해버렸을 고향이라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몇년 전, 이스라엘 여행을 하는 중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한국아이들이 여럿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아이들은 거기서 태어났으니 그곳이 고향이겠지만,

그들은 고향에 가고 싶은 생각이 날까?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곳이 고향이라면, 이 땅에는 내 고향이 없다.

고향은 추억 속에만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타향에 사는 나그네 인생 아닌가!

사람 사는 곳엔 어디든 *청산(靑山)이 있게 마련이니,

타향살이 정이 들면 내 고향 된다, 정 들어 사는 곳이 고향일 것이다.

언젠가는 본향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분명 오겠지만!

 

*청산 : 소동파(蘇東坡)의 글, 인간(人間)도처(到處) ()청산(靑山)’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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