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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는 버스
02/09/20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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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영선       

 

동쪽 창문을 연다

황금 빛 바다 향기 묻어와 방안 가득 펴진다

행복의 공기가 아침을 열어준다. 오늘은 주일이니 더 행복한 날이다

주님께 아침 기도 드린다


주님, 이제 인생 고개 구불구불 넘고 나의 늙음 모양 보기 싫어졌으나 

마음 만은 아름다운 향기를 품게 하여 주소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사 님의 설교를 들으며 교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가방에 헌금 봉투를 넣고 성경 책과 버스 표를 넣는다

교회까지 걸어서 40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나는 버스를 타고 간다

웬일일까? 버스 표가 없다

핸드백을 뒤져도 없고 둘 만한 곳을 모두 찾아보아도 없다


얼마 전 만기가 되어 $30를 주고 샀는데, 없다

이제 늙으니 잊어버리는 것, 잃어버리는 것 투성이다

이럴 때마다 기분이 몰락하며 서글퍼진다

기분 좋았던 아침이 다 도망갔다


할 수 없지! 버스 표를 또 사면 되지. 마음을 달래 본다

좋은 옷이나 찾아 입고, 모양 내며 기분 재충전하자





나는 교회 갈 때마다 멋을 좀 내 본다

뒤 창문을 열고 키다리 전나무의 율동을 보며 

그날의 날씨를 측정하고 옷을 선택한다


오늘은 미풍이니, 회색 옷에 검은 모자가 잘 어울리겠지

복장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연출 하니까, 늙었다고 초라한 차림은 안된다


고루하고 얌전한 이미지보다는 도시적인 현대 감각에 맞추어 옷을 입어 본다

목사 님 말씀에 정식 모자를 쓰는 것은 여인의 예복이니 써도 된다고 하셔 

나는 모자를 애용한다.




 나이에 적당한 멋을 내며 생각해 본다

속이 텅 비어 있는 허영뿐인 여인의 사치하는 인상을 주면 안 되는데

자문자답하며 옷을 고른다


멋이란 품위를 바탕으로 정서적 여운이 몸에서 흘러야 한다

복장에도 매너가 있다

적절한 화장과 단장하는 것은 늙을수록 삶의 의욕을 주는 것 같다

어찌하든, 모자를 쓴 이후로 미장원에 안 가니 편리하고 돈이 안 들어 좋다

기분을 고쳐가며 집을 나섰다

5분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도착한다.



나를 늘 챙겨주는 친절한 우리 교회 권사 님을 정류장에서 만났다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기다리던 버스가 내 앞에 정지해 섰다

지갑에서 꺼낸 돈을 통에 넣었다.


할머니 왜 돈을 내세요?’ 버스 기사 님이 묻는다.

버스 표를 잃어버렸어.

잠시 기다리세요.’ 자기가 들고 다니는 검은 가방에서 버스 표를 꺼내면서

이것 할머니 것이죠?’ 하고 묻는다.


 

분명 내 사진이 붙어있는 나의 버스 표다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땡큐, 땡큐를 연발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기사 님은 일주일 한 번 타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


분실 된 버스 표는 본사에 제출하는 것이 규칙인데…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내 마음은 기뻐 들뜨니 버스가 날아가는 기분으로 달린다


창밖에 보이는 나무도 춤을 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





하이웨이 언덕을 넘어 교회 앞 정류장에 하차하니 

잠깐 기다리세요하며 기사 님이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 준다

얼떨결에 돈을 받아 가지고 오며 생각하니 이런 주책 늙은이가 있나

그분의 돈을 내가 왜 받아

그러니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교회 본당으로 날아갈 듯이 들어온 나는 주님 사랑에 

찬송을 큰 소리로 부르며 감사 기도를 드린다.


노인의 시간은 제 마음대로 날아 달아난다

주일이 어제 같은데, 오늘이 또 주일이다

마켓에 가서 기사 님에게 드릴 마카데미(Macadamias Nut) 과 

캔디를 사 들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며 기사 님에게 선물이 든 봉지를 주었다

선물을 받은 기사 님은 내 손을 잡아당기더니 내 볼에 뽀뽀한다

그 후부터 일주일에 한 번 교회 갈 때마다 내 손을 잡고 친절한 뽀뽀의 인사를 보낸다

뽀뽀는 그들의 인사이지만, 나는 그 친절이 고마워 이름 물어보았다


지미라고 말한다

지미는 참으로 좋은 사람, 잊지 못할 사람이다.


오늘도 착하고 친절한 지미의 운전으로 

행복한 마음의 깃털을 달고 교회로 날아 들어왔다


주님 감사합니다

지미의 안전 운전을 부탁 드립니다.

 주님, 항상 함께 해 주소서. 감사합니다. 주님.' 




오늘도 행복한 날이다

 


교회가는 버스, 버스 표, 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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