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moore
수필가:김혜자(nancymoore)
Washington 블로거

Blog Open 04.15.2016

전체     105165
오늘방문     39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19 명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낡은 숨결
06/17/2016 17:03
조회  2719   |  추천   40   |  스크랩   0
IP 108.xx.xx.158



모든 것이 신비로운가 보다. 오랜만에 집을 방문한 92 엄마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예전과 달라진 없는 집과 물건들인데 처음 보는 신기하게 느껴지나 보다. 이방 방을 돌아보는 얼굴엔 기쁨의 열기가 동트는 새벽 하늘처럼 붉게 타올랐다. 마음이 약해져서일까? 전과 다른 엄마의 행동이 나를 당황케 한다.

 

   오랜만에 오신 엄마를 위해 친구들이 음식 대접을 했다. 이집 저집 다닐 적마다 엄마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친구마다 칭찬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 인간미가 풍성한 좋은 친구, 아름다운 환경 속에 파묻혀 겸손하게 생활하는 친구, 또는 가족이 함께 오붓하게 웃음을 나누며 행복을 누리는 가정…. 엄마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축복의 분위기요, 아름다운 폭의 그림이라 표현하신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신도 많이 달라져 보인다고 한다.  

 

    4 방문했을 때와 무엇이 그리도 달라졌을까? 엄마의 눈을 통하여 나를 되돌아본다. 며칠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나와 물체가 아니고 변한 것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들꽃과 발에 밟히는 낙엽도 사랑할 아는 마음이 점점 쇠약해가는 자신의 모습으로 변하여 연민(憐愍) 애착(愛着)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오름길에서 보지 못하던 아름다움이 내리막길 앞에 아픔으로 깊게 밀려오는 것이 아닐는지?  

 


                                                송경희, "결실" Oil on Canvas, 53.0x40.9, 2015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지만, 유방암을 앓았던 친구가 있었다. 완치됐다고 믿었던 암이 7 만에 장으로 퍼져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친구와 같이 일주일에 3번씩 아침 산책을 했다. 친구는 길을 걷다가도 발걸음을 멈춰, 먼지를 뒤집어쓴 잡풀을 소중히 들여다보곤 했었다. 마치 희귀한 약초를 발견한 신기하게 바라보던 친구의 눈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물을 보는 마음의 눈은 연령층에 따라 또한 당사자의 현실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요즈음 엄마는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자이크 같은 삶을 완성하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흘렀다. 세월이 남아있는 세월보다 많기에 지난 세월은 그리움보다는 후회뿐이다. 인생 고개 넘을 때마다 옳다고 행동한 일이 지금은 아쉬움으로 남는 모양이다. 뒤돌아보면 아쉽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엄마의 , 보이는 것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해서 하나하나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어 한다. 엄마는 많은 사람들을 당신 자신보다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나 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짧아서인지 엄마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순간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의 마지막 달력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엄마는 하루하루가 돌아올 없는 여행길로 다가서는 기분이 드나 보다. 지금은 (五覺) (, , , , 마음) 기능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은 빠져 줌도 보인다. 한평생을 살면서 후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은 결점투성이고 삶은 후회로 빚어진 결과가 아닐까? 무엇이 인생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인가? 사람들이 삶에서 추구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모두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세워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대부분 만족을 찾지 못한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엄마, 후회만 하지 말고 좋은 일만 기억해. 앞으로 좋은 날을 만들면 되지! 지금도 늦지 않았어. 행복한 기억을 남길 있는 일을 만들면 되지”. “결점(缺點) 없는 사람을 신뢰(信賴)하지 말라 했어.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면서 익어가는 것이라 했잖아.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야. 남은 인생은 덤으로 생각하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을 또다시 후회하지 않게 즐겨야 ”.   

 

   괴테는 노인들은 상실의 삶을 산다고 했지만, 마지막 힘을 다한 낡은 숨결은 꺼져가는 영혼도 태울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과 불타는 열정을 엄마의 낡은 숨결에 불어넣어 본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베여 나오는 엄마의 여정, 우아하게 늙어가는 모습으로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고 싶다. 욕심일까? 엄마의 얼굴은 미래의 모습이기에….



                                                       어머니와 나..... 빛이 낡은 사진




나의 어머니 작가 엄영선님의 출판기념 및 생신잔치






                                                     


엄마, 숨결, 구순, 엄마와 딸, 세월
"나의 가족 나의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낡은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