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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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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06/09/20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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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처음 보는 같이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집에 왔다는 안도의 느낌인가? 오랜 침묵과 외로움에서 벗어난 감정의 위안일까? 기쁨에 충만하여 집안을 이곳저곳 둘러 본다. 눈에 띄는 것마다 멋있고 새롭게 보인다. 매년 한두 번씩 딸이 사는 포틀랜드 (Portland) 오고 갔지만, 고령(高齡) 되고 보니 여행을 자주 것이 요즈음 나의 상황이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4 만에 집에 다시 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자던 엔도르핀(Endorphin) 살아나 희열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송경희, 유화, 10호, 무제


 “엄마 이상해? 우리 집에 처음 사람처럼 그래?” 하는 딸의 말도 귓전 밖이다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무엇이 변했는지 몰라도 색다른 분위기다. 집에서는 보라색 웃음을 담은 분꽃 향기가 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에서 오는 느낌과는 다른 향기다. 딸의 유능함이 가져다준 행복이 아닐지 싶다


  딸과 사위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은 정년퇴직한 후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직장의 요청으로 다시 돌아가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딸도 승리욕이 대단하다. 국방성 계약관으로 때는 고작 4시간 잠을 자며 자기 일에 충실했다. 결과를 보면 과정을 짐작할 수가 있다고 했듯이 그들은 자기 인생을 성실하게 꾸려온 부부다. 집안 분위기는 집주인이 그려내는 영혼의 거울이라고 한다. 딸의 분위기와 여유로운 생활은 사랑을 나눌 알고 베풀 아는 넉넉한 마음과 인간성에서 얻어진 보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 부부애(夫婦愛) 버팀목은네가 있어서, 내가 존재한다.” 신뢰와 이해 그리고 헌신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 서로 아끼고 존경하며 생활하는 그들의 인생관은 나를 감동하게 한다.  


  어제는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여름 별장에 갔다. 가랑잎 떨어지고 겨울비 내리는 꼬불꼬불 산을 넘어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슴이 왕래하는 길을 따라 호수 쪽으로 현대식 오막살이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도 처음 오는 곳이 아닌데 새로운 정서의 색채가 나에게 감동을 준다. 응접실에 앉아 길게 누운 호수와 높은 , 능선에 덮인 하얀 눈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절경이다. 마치 동화 속에서 보는 꿈속의 그림처럼 아름다움이 나의 눈에 이슬로 번진다. 아름다움에 취해 눈물이 났다. “ 기분이 좋으세요?”라고 묻는 사위 말에자연은 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다운데, 삶이 너무 조금 남아 매우 슬프다 서글픔을 토로했다.




  이제 미래는 없고 남은 것은 살아온 세월의 추억뿐이다. 구순을 넘는 생을 살았으니 무슨 여한(餘恨) 남겠는가? 추억을 먹고 사는 연륜. 꽃이 떨어져도 내년에 봄이 다시 오겠지만, 내게 봄은 번이나 찾아올까? 촉촉이 스며드는 삶의 그리움. 은혜의 날들이 저물어간다. 여명의 날이 많지 않으니 삶이 나를 버리는 같아 슬픔이 깃들어 온다


  심기 반전하여 나의 여생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장수의 축복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다. 나의 고령을 영광과 찬양으로 받아들인다. 영혼의 문을 활짝 열고 오색 물감을 풀어, 오그라져 가는 심장에 붉은 장미꽃 향기로 피워 보자. 늙었다고 슬퍼 말자.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세라고 하지만, 나는 10년을 살고 있으니 이게 무슨 횡재인가? 이제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무관한 나이가 됐다. 인생 90대는 노망 세대라고 불리지만 이젠 노망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이렇게 오래 살고 보니 자식의 영광을 같이 나누며 희열에 날을 보내니 장수의 행복감과 생기(生氣) 솟는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행복의 연속이다새해 나의 여생(餘生) 평화(平和), 안녕(安寧), 행복(幸福)으로 시작했다. 오늘의 삶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린다.

2016 1 20





여행길, 엄영선, 구순, 김혜자, Port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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