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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미국생활 살만하지 않은가?
08/21/20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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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나라는 거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건 사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긴 하지만 아무튼 거지라 함은 가장 천시하는 계급임이 틀림없다.  악담을 하자면 ‘거지 같은 녀석’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남에게 빌어먹는 행위가 가장 천한 것이라는 뜻이겠다. 거지를 일컷는 단어들만 봐도 그렇다.


거지, 걸인, 거렁뱅이, 비렁뱅이, 양아치, 동양아치, 상거지, 알거지 등 그들을 가리키는 칭호가 많은 것만 봐도 안다.  그뿐이랴. 그들과 관계되는 단어 역시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그들이 쓰는 모자는 벙거지, 그들이 입는 옷은 누더기, 그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은 거지망태, 그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거지 발싸개, 그들의 단체는 떼거지, 그들의 직업은 망태할아범, 노래하는 거지는 각설이라고 부른다.


멋과 낭만 그리고 보람을 찾아서 미국에 왔지만 멋은 돈이 없어서, 낭만은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고, 보람을 찾으려니 나보다 나은 사람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어 나보다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걷어다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일상, 많이 얻어다가 조금씩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임에 틀립없다.  때론 얻어오는 곳으로부터 갑질의 횡포를 피할 길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일 새벽 4시면 행동개시를 하는데 LA Crenshaw와 Martin Luther King이 만나는 곳에 빵집을 선두로 Freeway를 타고 Gardena에 Starbuks 2곳, Chipotle, Make's Jersey등을 휘 돌아 그들이 챙겨주는 빵을 수거하고, 그 수거한 빵들을 한국 어르신들과 홈리스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단체에 나누는 일을 쉬지 않고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 동안에 생긴 에피소드가 오죽이나 많겠느냐만 그 중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 있어 한 마디 하려한다. 가디나에 가면 3곳 가게를 들러야 하는데 3곳에 문 여는 시간이 저금씩 다르다.  조금 이른 곳과 늦은 곳이 있어 같은 몰 안에 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나는 나하나 선교사와 함께 이 일을 하는데 짬이 나면 몰 안에 있는 Parking장을 빙빙 돌며 가벼운 운동을 하는데 거의 3-4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다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경찰 아저씨들이다.   그들은 3-4명이 몰려와 커피를 마시며 긴 시간 밖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차에는 먹을 것이 항상 대기중이다. 우리가 받은 도네이션 중에는 크리스피 크림이 있다.  그것은 가끔 아주 예쁜 상자에 잘 포장된 것들이 있을 때가 있다.  우리가 그 예쁜 상자를 경찰 아저씨들에게 건네주면 아주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을 보는 날은 왠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그뿐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가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더니 이미 우리의 커피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상품권 값을 지불하고 우리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쉬고 있는 동안에 가게에 종업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밖에 내놓는 의자와 탁자를 정리하는 일도 도와주고, 빈 박스를 치우는 일 같은 것을 도와주다보니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마치 우리 이웃처럼 다정다감해져 봉사하는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사는 재미를 덤으로 받으며 산다.


새벽부터 거의 중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다보니 멋있는 옷 한번 입을 시간도 없고, 낭만을 즐길 시간은 없어도, 이웃들과 사귀며, 미소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고, 주며 받으며 뜨거운 정을 나누는 삶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이만 하면 미국 생활 살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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