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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성공한 3천명 인터뷰해보니 최고의 웅변은 침묵이었다
04/09/20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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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뉴스데스크> 최연소이자 최장수 앵커, 국내 최초 프리랜서 앵커.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최초의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한국 방송 사상 가장 자유롭고 영향력 있는 앵커로 평가받는 백지연의 프로필이다. 말 잘하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백지연 앵커는 정작 자신이 최근 쓴 <뜨거운 침묵>에서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침묵’이라고 했다. 책에서 그는 나를 알아달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까지 생각을 익히고 마음을 채우라고 말한다. 승자라고 잘난 척하지도, 패자라고 울분을 터뜨리지도 말고 진정한 자신을 만날 때까지 뜨겁게 내면을 담금질하라고 말한다. 그 뜨거운 침묵의 용광로 속에서 모든 상처를 완전히 녹여내라고 알려준다. 그를 만나 그 ‘뜨거운 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들어봤다.

말로 좌중을 압도하며 말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내뿜던 백지연 앵커가 ‘침묵’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3년 만에 펴낸 <뜨거운 침묵>에서다.

누구보다 많은 인터뷰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컨설팅 회사까지 설립한 그가 왜 화려하고 유창한 언변 대신 침묵을 말하는가? 그가 말하는 ‘뜨거운 침묵’은 소리치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강렬한 힘이다.

진정한 전진을 이루기 위한 자기성찰이며 철저한 준비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발전시키고 담금질하는 훌륭한 도구라는 것.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설치된 높은 무대에 올라가 ‘나를 주목해 달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외치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주목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뜨거운 침묵입니다. 철저하게 세상과 맞닥뜨릴 준비를 하는 것이죠. 모든 것을 쉽게 드러내면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니까요.”

그는 책에서 비단 말의 침묵뿐 아니라 생각의 침묵, 감정의 침묵, 표정의 침묵, 관계의 침묵, 그리고 ‘내 안의 침묵’까지 신선한 커뮤니케이션론을 풀어내고 있다.

그는 20년 가까운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인터뷰쇼를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성공한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삶과 소통의 지혜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취업·면접·프레젠테이션·회의 등에서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나와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우리 인생 전체를 담자
철저하게 세상과 맞닥뜨릴 준비를 하라


그는 앵커 말고도 타이틀이 많다. 시사토론 사회자, 인터뷰어, 커뮤니케이션 교육자, 베스트셀러 <자기설득파워>의 저자 등. 통칭하면 커뮤니케이터다. 말로 시작해 말로 ‘끝장 보는’ 이야기꾼이다. 그런 그가 <뜨거운 침묵>이라는 책을 들고 새로운 의미의 소통을 시작했다. 그는 그간 이른바 성공한 사람을 수없이 인터뷰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30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한다.

“성공이란 매우 주관적이죠. 그들 가운데 일부는 정말 성공한 사람이었고, 일부는 성공이라고 불리는 것을 이룬 사람이었어요. 제 관심은 정말 성공한 이들에게 쏠렸고, 그럴 때마다 자료조사는 더 깊어지고 인터뷰는 길어졌습니다.”

그는 <뜨거운 침묵>을 쓰는 동안 ‘침묵’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자신의 어깨를 짓눌렀다고 토로했다.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개념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다 표현해낼 재주도, 능력도, 지력도 없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더 농익혔다 써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열정이 너무 뜨거워 겁 없이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야 비로소 내 안에 있는 침묵의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는 그동안 스피치의 핵심을 ‘진정성’이라고 주장해 왔다. 있는 대로 말하는 것이 진정성이다. ‘뜨거운 침묵’을 떠올린 것도 그 진정성을 보여주는 근원적 방법을 끊임없이 자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저도 외롭고, 슬프고, 좌절하고, 제가 실망스럽고, 그래서 쓰러지는데, 쓰러짐을 바보같이 반복하지 않고 더 궁극적으로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 땅에 온 이유를 찾고, 이 땅에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뜨거운 침묵은 소통의 궁극적 장애물과 걸림돌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세월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며 살아온 유목민이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의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오아시스에 도달하기 전에 쓰러지는 것은 더위와 갈증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조바심 때문이다.’

그는 이 메시지에 커뮤니케이터로서 전하고자 하는 진짜 침묵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 인생 전체를 담는 것이라고 했다. 왜 어떤 이의 스피치는 감동의 도가니를 연출하지만, 어떤 이의 스피치는 화려한 말 속에서도 빈 수레처럼 공허한가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화자와 청자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몇 마디 대화 속 단어 하나에도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죠.”

그는 자신의 인생과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해 소리치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뜨거운 침묵 속으로 들어가 보자고 제안했다. 세상 속을 내달리며 우리는 순간순간 자신을 너무 빨리 표현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침묵했어야 할 순간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 숙성되지 않는 생각으로 저지른 행동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되짚어보자고 했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표현한 말과 행동이 자신이 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도록 만들지는 않았는지 자성해보자는 말이다. “저 역시 그런 조바심으로 침묵의 금기를 깼다 땅을 치며 후회하고 반성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그 역시 치열했던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던 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그 경험으로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했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린, 더 치열한 30대를 보내야 했다. 살아보고 나서야, 경험해보고 나서야, 길을 걸어보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들, 때로는 자신을 좌절하게 하고 때로는 환희에 들뜨게 했던 그 많은 굽이진 골목을 되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49세, 59세를 맞을 때도 또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뜨겁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터로 꼽히는 그도 인생의 진정한 승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남이 인정하고 세상이 알아주는 승자가 아니라, 언젠가 내 인생이 마감됐을 때 스스로 열심히 달려왔노라 자부할 수 있는, 그런 승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빛나는 성공을 이루고 싶어요. 지치지 않고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기를 갈망합니다.”

“내가 10바퀴 도는 동안 그는 11바퀴를 돌았다”
음지에서 세상과 맞닥뜨릴 준비를 하라


그가 말하는 뜨거운 침묵은 숨는 것이 아니다. 세상과 등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말의 침묵만이 아니다. 생각·감정·표정·관계 등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침묵이다.

“뜨거운 침묵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가장 큰 울림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세상과 맞닥뜨릴 준비를 하는 것이죠.” 그는 간절할수록 천천히 하라고 조언한다.

말은 글보다 가볍고 무섭기 때문이다. 그가 뜨거운 침묵을 말이 아닌글로 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얄팍한 테크닉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인생을 직조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과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것을 내 안에서 익히고 태우는 뜨거운 침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설익은 말은 자칫 나를 망치는 함정이 되지만, 뜨거운 침묵은 결정적 순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함성이 될 것입니다. 생각의 물이 끓는 점에 도달할 때까지 침묵하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내 안에 모든 것이 농익고, 가마 속 청자처럼 비색으로 구워지고, 주몽의 강철검처럼 담금질됐을 때, 바로 그때 화산처럼 폭발하는 거죠.”

그는 MBC TV <뉴스데스크>의 최연소·최장수 앵커, 국내 최초의 프리랜서 앵커다. 자유롭고 영향력 있는 앵커로 평가받는다. 그는 입사 6개월 만에 9시 뉴스 앵커로 발탁돼 방송 사상 최장수 기록인 9년간 데스크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신입사원이나 새내기들이 처음부터 너무 큰 역할이나 대형 프로그램을 덜컥 맡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신데렐라니 샛별이니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열에 아홉은 ‘한 방에 간다’는 것이다. 갑자기 너무 많은 주목을 받다 보면 지켜보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새내기들 대부분이 일천한 경험과 경력 탓에 얼마 못 가 “별로다” “능력이 모자란다” 같은 부정적 평가가 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단 한 번 좋은 기회를 잡고 다음 기회를 잡을 일이 영영 없어져버릴 수도 있어요. 오히려 처음에는 좀 처지는 듯하고 동기들에 비해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았던 사람에게 반전의 기회가 오는 경우가 많죠.”

그늘에 있는 것 같지만 남들의 시선을 받지 않는 동안 충분히 준비할 기간을 갖고 나면 의외로 뒤늦게 주목받아 탄탄한 입지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갈 때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혹시 자신에게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억울해하고 있다면 한번 이렇게 자문해 보라고 한다.

“갑자기 세상이 내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을 때 곧바로 튀어나가도 당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역시 남의 성공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자신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고, 자신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그들 때문에 감정이 상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10바퀴 뛸 때, 그는 11바퀴 뛰었나 보다 하고요. 내가 7시간 잘 때 그는 6시간 잤나 보다 생각하고 말이죠.”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길게 봐서 단 몇 년 단위가 아닌 긴 선으로 풀어놓고 보면, 인생은 대체로 공평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상에 선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은 노력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모두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피나는 노력’이라는 진리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

“천상의 목소리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사로잡은 성악가 신영옥은 위출혈이 있으면서도 입술이 해질 만큼 발음 연습을 하고, 30년 경력에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지요.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3기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하루 열 시간 이상 오롯이 앉아 건반과 사투를 벌였고요. 첼리스트 정명화와 장한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잠깐이라도 악기를 놓으면 감이 떨어진다는 강박 때문에 악기를 늘 안고 다닌다고 했어요.”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 가 있는 동안 수업이 없는 날이면 거의 모든 시간을 보들레이언도서관에서 보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거나 책을 보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1444년부터 시작된 중세 유럽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둔 높고 큰 서고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책들과 오랜 세월 동안 밴 퀴퀴한 책냄새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이 자동으로 기증되는 곳이다 보니 무려 1000만 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었다. “그 많은 책 중에, 나는 과연 몇 퍼센트나 읽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 속 무한한 지식에 내가 감히 무엇을 안다고 하겠어요?” 그때부터 아는 체하지 않고, 알려고 하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콘텐츠를 쌓아라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단정하지 말라


그는 커뮤니케이션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교육하면서 수많은 의뢰인을 만났다. 대선 주자, 대기업 회장, 굴지의 로펌 대표, 세계 최강 경영컨설팅회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한결같이 “말 잘하고 싶다”고 주문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 가지였다.

“콘텐츠지상주의자가 되라! 콘텐츠가 생명이다. 콘텐츠가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다시 말해 내용으로 승부를 걸라는 것이다. 말 잘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말이 어눌해도, 표준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목소리가 시원하지 않아도 콘텐츠만 좋으면 가장 훌륭하게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말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게 마련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말은 그 사람 자신이죠. 그래서 말에는 인격이 있어요.”

68억 명의 인구가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나 저마다 다른 성장 배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감정으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생각에서도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내 생각이 옳다는, 내 주장만이 바른 것이라는, 나 정도라면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깊다는 섣부른 판단 또한 유보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할 때 진정한 배움과 발전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 한 후배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대학시절 병원에 실습나간 후배는 소아병동에서 아기 때부터 백혈병을 앓아온 다섯 살짜리 소녀를 돌보게 됐는데 측은해하는 후배의 모습이 그 아이 눈에도 영 불편해 보였는지 이러더래요. ‘언니, 나를 위로하려 하지 마세요. 나에게 무슨 말인가 해주려고 하지 말아요. 내 1분과 언니의 1분은 다르니까요.’”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 쉽게 일반화해 단정해 버리는 세상만사에는 분명히 우리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오랜 아픔은 비록 다섯 살이지만 그 아이를 초고속으로 성장시켰고, 세상을 압축판으로 배우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앵커로 일하던 어느 날 오후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로 만들어지는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으로 가신다면서요?”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아니오. 그런 일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세 번이나 강력하게 부인했으니 일단락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아침 신문을 본 그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면에 큼지막한 박스 기사가 그의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올라 있었다.

“국민회의, 백지연 씨 영입 추진”

글은 녹화방송이지만 말은 생방송이다
진정성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설득하라

이런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제의가 있거나 언론사의 확인 요청이 올 때마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제의는 반복됐고, 그에 따른 오보 또한 없지 않았다. 처음에는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을 거듭 겪으면서 그는 무엇인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들의 공통적 정서라는 것이군.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남을 본다. 내 생각대로 남도 생각하리라 단정한다.’

방송 베테랑인 그에게 말은 생방송이다. 글은 편집하거나 다시 쓸 수 있지만, 말은 한 번 공중에 대고 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말은 머릿속에서 입으로 바로 연결되어 나온다. 연습도 없다. 그는 말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을 두 가지로 압축한다.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과 논리적 설득력으로 간결하게 말하는 기술이다.

“두 가지 능력을 다 갖추면 핵심만 간략하게 말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그는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을 주인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상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스피치를 준비하라는 말이다. 불필요한 말은 각설하고, 핵심을 정확하고 짧게 전달해야 상대의 마음에 꽂힐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침묵하면서 말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할 때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침묵해본 사람만이 오직 침묵의 시간에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토론회를 진행하다 보면 숨이 막힐 때가 있죠. 이른바 ‘논객’으로 추앙(?)받는 몇몇 유명인사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 상대의 의견개진조차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 갑갑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일방통행을 보면 제대로 안다는 것,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고는 합니다.”

그는 뜨거운 침묵이 비단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추천한다. 그것은 명상센터에 들어가 인위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하루에 두세 번 시간을 정해 명상하고 자연식을 먹으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체조도 하고 인터넷이나 방송과도 단절하고 지내는데 무슨 스트레스나 자극이 있어 마음을 비워내지 못하겠어요?”

그는 명상센터가 정말 효과가 있으려면 차라리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조성해 놓고 마음을 비워 주변에 휘둘리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현실에서 나를 이탈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부닥쳐야 할 상황에서 근본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침묵 속에서 말이다.

그는 세칭 ‘몸짱’이 되기 위해 만드는 몸의 근육 못지않게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생각을 운전하는 법을 터득하라는 말이다.

“저는 성경을 늘 곁에 둡니다. 침대 옆에도 한 권, 책상이나 화장대 위에도 한 권씩 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 읽고는 합니다. 의기소침해질 때는 ‘여호수아’, 쓸데없는 욕심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전도서’, 세상에 의문이 들 때는 ‘욥기’를 읽습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 생각의 창고를 넓힐수록 생각은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얼마 전부터 감정의 혼란에 휩싸일 때마다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 백지에 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우선 반으로 줄을 긋고 두 면에 이렇게 제목을 쓴다.

‘나를 죽이는 감정 녀석들 / 나를 살리는 감정 분들’

“각각의 감정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면 정체가 잡히지 않는 감정이 유리병 속에 담긴 듯 훤히 보이기 시작하죠. 그러면 필요한 대로 꺼내 쓰기도 하고 넣어 두기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외치는 ‘뜨거운 침묵’은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연습하고, 한 번 더 깊어지는 침묵이라고 한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감정의 주인이 돼라
상처는 부수면 되살아난다, 완전히 녹여라


그는 상처를 치유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연구하다 회의가 생겼다고 한다. 왜 상처가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고 재발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답을 찾아냈다.

“상처를 없애지 못하고 깨뜨리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100g짜리 한 덩어리라면 그 덩어리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데 많은 치유 프로그램은 기억의 한 단면 속으로 찾아 다니며 상처를 조각조각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밀어내라고 하죠. 조각조각 깨뜨리면 상처의 괴물 같은 힘이 잠깐은 약해져 순간적으로 위로를 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상의 자극에 노출되면 다시 그 조각은 큰 덩어리로 합쳐져 괴물로 나타나는 겁니다.”

상처는 깨뜨리지 말고 녹여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얼음이 뜨거운 물에 일순간 녹아버리듯, 상처를 뜨거운 침묵 속에서 녹이는 것이다. 현재보다 큰 걱정이 생기면 그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사소한 걱정이 없어져 버리듯 말이다. 고독의 시간, 진정한 침묵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고, 더 근원적인 내면의 힘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라고 그는 강조한다.

지난해 여름, 그는 아들과 휴가를 갔다 상처와 그 치유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려는데 인기척에 깬 아들과 함께 방을 나서게 됐다. 아이는 모래성을 쌓다 바닥에 무언가 글씨를 새겨 넣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글씨를 써 놓으면 파도에 휩쓸려 가고 다시 써 놓으면 또 쓸려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상처나 좋지 않은 기억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 끝에 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언젠가는 아들이 사춘기의 날벼락을 내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는 하는 엄마의 마음에서 나온 작은 꾀이기도 했다.

“우리 각자 상처 있는 것 여기에 써 보자.”

그러자 아들이 물었다.

“상처?”

“그래, 상처. 누구나 다 상처 있잖아? 너도 엄마한테 받은 상처도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잖아? 그런 것을 여기에 다 쓰고 바닷물에 몽땅 버리고 가자!”

아들은 마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상처? 음… 나는 없는데?”

“에이,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엄마가 혼냈을 때 섭섭했던 점이라도 있었을 거 아니야? 그러지 말고 말해 봐.”

조르듯 재촉하는 그에게 아들이 던진 말은 이랬다.

“상처? 나는 없어. 음… 없는 것이 맞아. 누가 상처를 주더라도 내가 받지 않으면 상처가 아니야.”

그날 아침 바닷가에서 아들이 던진 한마디는 그의 머리와 가슴속에 여러 줄기의 회오리를 동시에 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2007년부터 ‘교육 기부’를 해왔다. 2009년 회사 수익금과 콘텐츠 일체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금으로 내놨다. 이 책의 저자 인세도 ‘그늘에 서 있는 아이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출판사가 번역판권을 중국·일본·대만·태국 등지로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지구촌 아이들을 더 널리 도울 수 있어 기쁩니다.”

백지연 앵커가 말하는,
나를 채우는 6가지 침묵의 지혜


1. 뜨거운 말 : 준비 없는 말은 산산이 흩어진다
말 속에 진정성이 살아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은 비로소 소통의 위력을 발휘한다.

2. 뜨거운 생각 : 생각을 가열하면 표현의 품위가 올라간다
콘텐츠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의 창고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간다.

3. 뜨거운 감정 : 감정의 덫에서 벗어날 때 많은 것이 간단해진다
감정을 다루려면 그 정체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우리를 침몰시키는 것은 사실(fact)이 아니라 감정이다.

4. 뜨거운 표정 : 당신의 표정이 인상으로 남는다
당신의 표정은 상대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5. 뜨거운 관계 : 다 주려 하지 말고 다 받으려 하지 말라
세상 모든 관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대지 말라, 기대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6. 뜨거운 나 : 나와 마주하고 내 존재를 느껴라
상처는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녹여야 한다. 누가 상처를 주더라도 내가 받지 않으면 상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글 이임광 칼럼니스트 [llkhkb@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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