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수첩을 들여다보며 질문하는 장면도 많은데, 메모를 '기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 바로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말하는 행동'이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형사 콜롬보는 이미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일지라도 "아! 이거 죄송합니다만..." 하고 운을 떼며 보란듯이 메모지를 꺼내든다.
"분명히 여기 적어놓았을 텐데, 음 여기 있군요!" 이런 식으로 메모를 들여다보며 용의자에게 질문한다.
그냥 질문할 때보다 메모를 보면서 질문하는 쪽이 더 무게가 느껴진다. 즉, 이 사람은 속일 수 없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억하고 보관하기 위해서 메모를 합니다.
메모를 통해서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요.
그런데 메모는 '메모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무게감을 주기도하고,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인상을 주거나
긴장을 유도합니다. 건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해온 메모를 참고하면서 질문하거나 대화를 하면 상대는 아무래도 긴장하게 되지요.
 
요즘 다시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만, 예전에 방영됐던 '형사 콜롬보'도 인기가 대단했지요. 주름진 코트를 입고 담배와 함께
나타나는 LA 시경의 형사 콜롬보. 그는 항상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를 들어다보며 용의자에게 질문합니다. 기억하고 있는 내용도
메모지를 꺼내 보는척 하면서 상대를 압도했지요.
 
메모광인 콜롬보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 뒤 용의자에게 펜을 빌려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역시 나는 꼼꼼히 메모를 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방법이었겠지요.
용의자와 헤어지려다 갑자기 발을 멈추고 "아, 이런 죄송합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라고 했던 장면들도 기억납니다. 
이 역시 메모와 함께 상대를 긴장시키기 위한 방법이지요.
 
요즘 다양한 미국 수사 드라마가 인기입니다만, 오래간만에 '형사 콜롬보'를 떠올리면서 메모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