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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혹한 여자가 2065명? 바람둥이 돈 조반니 최후는
11/14/20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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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6)
모차르트가 프랑스혁명 발발 2년 전인 1787년에 발표한 '돈 조반니'는 16세기 스페인 세비야가 배경입니다. 옴므파탈(Homme Fatale) 또는 호색한의 대표주자인 스페인의 실존 인물 돈 후안(Don Juan)을 모델로 한 이야기랍니다.

모차르트는 전작 '피가로의 결혼'에서 쇠락한 봉건귀족의 못된 욕정을 풍자하여 시민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연이어 '돈 조반니'에서 가진 자들의 그칠 줄 모르는 욕정과 존재의 얄팍함 그리고 귀족의 죄악과 뻔뻔함을 드러내고, 마침내 추상같이 처벌합니다.

이 오페라도 초연 때부터 시민들의 엄청난 환호 속에 성공을 거두었으며, 현재까지도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뉴욕타임스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로 선정하기도 했었지요. 이 모든 것이 억압받는 이들에게 따듯한 마음을 품고, 처단의 과정마저도 아름답게 표현한 그의 음악 덕분이랍니다.

의무도 없이 모든 부와 권력을 누리기만 하는 특권층인 귀족 돈 조반니와 그의 곁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그의 횡포와 부도덕함을 비난하는 이중적인 레포렐로. 버림받으면서도 여전히 돈 조반니를 사랑하는 돈나 엘비라. 자신을 겁탈하려던 돈 조반니에게 복수하려는 돈나 안나와 그의 달콤한 유혹에 쉬이 넘어가는 체를리나. 이들이 드러내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헌신을 보며 울고 웃다가, 문득 날것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소 무겁고 음울한 서곡이 연주되고 막이 오르면, 야밤에 레포렐로가 망을 보는 사이에 안나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겁탈하려던 돈 조반니는 그녀의 아버지인 기사장과 결투를 하게 되고, 결국 기사장을 죽이게 됩니다.

돈 조반니에게 버림받았던 엘비라가 길에서 그를 원망하고 있는데, 레포렐로가 그녀를 위로한답시고 아리아 ‘아가씨, 이게 그 명단이랍니다’(카달로그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 내용이 황당한데, 돈 조반니가 그동안 유혹한 여자가 모두 2065명이라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못 말리는 위인이니 너무 억울해하지 마시라고 위로하는데, 세상에! 이건 더 열 받을 일 아닌가요?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돈 조반니. [사진 Flickr]






체를리나와 마제토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을광장에 나타난 돈 조반니는 체를리나를 보곤 또 흑심이 생겼습니다. 그는 마제토를 따돌리고는 체를리나에게 자신과 결혼해서 화려한 저택에서 살자고 유혹하는데 그녀는 신랑이 있다며 저항합니다. 허나 이들이 부르는 2중창 ‘손을 잡으시오’는 너무 아름다워서 듣다 보면 어느새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지요. 다행히 엘비라가 나타나 그를 믿지 말라며 체를리나를 구해줍니다.



마제토는 체를리나가 돈 조반니를 따로 만난 것에 화가 났습니다. 그녀는 돈 조반니가 자신을 속여서 그랬다며 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용서를 빕니다. 귀여운 아리아 ‘때려줘요, 마제토’를 부르는데, 애교 섞인 명곡이지요. 그녀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르니, 어찌 마음이 풀리지 않겠어요? 결국 마제토는 화를 풉니다.

돈 조반니는 엘비라의 집 발코니 아래에서 레포렐로와 옷을 바꿔 입고 엘비라에게 용서를 빌러 왔다며 3중창 ‘나의 사랑하는 엘비라’를 부릅니다. 사실 그는 오늘 밤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려고 하지요.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엘비라는 변장한 레포렐로를 돈 조반니로 알고 키스하며 사라집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둘이 역할을 바꿀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두 사람이 모두 바리톤 음역이어서 가능하답니다. 같은 음역이니까 목소리가 구분이 안 될 수 있겠지요.






 낫을 들고 돈 조반니를 응징하려는 마제토. [사진 Flickr]








본격적으로 하녀를 유혹하려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돈 조반니를 응징하러 마제토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낫을 들고 왔습니다. 이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행위였지만, 이는 부당한 횡포에 맞서는 반란이자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오페라가 발표된 시기가 프랑스 혁명 직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계몽사상의 전파로 인해 시민의식이 고양되었으므로 귀족의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허나 돈 조반니는 마제토를 때리고 도망칩니다.

마제토의 신음소리를 듣고 체를리나가 달려와 그를 간호합니다. 아리아 ‘사랑스러운 이여'를 부르며 다시는 질투하지 말고 자신의 진심을 느껴보라며 가슴을 내어주니, 그제야 마제토는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미소 짓게 되지요.


엘비라를 속이고 애정행각을 대신하던 레포렐로의 정체가 밝혀져 도망치고 동시에 돈 조반니의 악행도 드러납니다. 그 뒤 공동묘지에서 다시 만나 각자 겪은 일을 이야기하던 돈 조반니가 재미있다며 웃자, 갑자기 묘지의 석상이 “그리 웃는 것도 새벽이 밝으면 끝”이라고 소리칩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죽은 안나의 아버지 석상이 눈을 부릅뜨고 호통치고 있네요.

석상은 돈 조반니에게 그의 악행들에 대해 회개하라고 명합니다. 레포렐로가 죽은자의 석상을 두려워하며 용서를 비는 가운데, 돈 조반니는 끝까지 거부하다가 결국 지옥 불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립니다. 지옥에서 그에게 더 큰 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합창이 울려 퍼지며 막이 내려집니다.

그는 결국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돈 조반니는 왜 그리도 채워지지 않는 성적 욕망을 찾아 헤매고 다녔을까요? 인생이 허무하다 못해 절망적이어서 자포자기 상태로 단세포적 위안을 받을 곳을 찾아 헤맨 것일까요? 끝내 반성하지 않아 더욱 분개를 살만한 바람둥이 이야기를, 모차르트가 아름답고 재치 있는 음악으로 풀어내어 '돈 조반니'는 훌륭한 명작이 되었답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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