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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사진 - '산골(散骨)을 하며'(박찬)
07/27/2017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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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setooth reservoire, Fort Collins Colorado




'산골(散骨)을 하며'


박찬(1948 ~ )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맑습니다

산색(山色) 더욱 푸르러 여름입니다

당신은 저에게 집을 한 채 지어 주셨으나

저는 당신에게 집 한 채 지어드리지 못합니다

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물러

고단하고 싫증이 났을 터이므로

저는 당신을 훠이훠이 풀어드립니다


더러는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십시오

더러는 주린 날짐승의 먹이가 되었다가

먼 땅에 다시 태어나십시오

더러는 빗물에 씻겨가 물색 산천어와 노십시오

더러는 나무와 풀도 기르십시오

그리고 더러는 꽃으로 피어 가을날

저희들 찾아오는 길 따라 손을 흔들어주십시오

당신은 꽃을 많이 기르고 싶다고 하셨지요


매양 그렇지만 또 눈물납니다

이제 세상이 모두 당신 집이지만

당신은 어디에도 안 계십니다

어디에도 남아 있지 마십시오

그리움 속에도 그리워하는 마음속에도

부디 계시지 마십시오


부모님의 오래된 유택(幽宅)을 열게 된 모양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몸이라는 집 한 채 받아 살아있는 아들은

유택이 답답하셨을 것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그것은 불효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자식들은 불효로써 살아갑니다.

이제 어디에도 안 계신 부모님, 그러나 부모님은 계십니다. 부모님이 들어가신 새 집 주소는 그리움, 자식들의 그리움입니다.

<이문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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