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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한 사람이래
11/09/2016 04:00
조회  2182   |  추천   24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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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만 되면 할 수 있는 투표를 이 나이에 처음으로 했다. 

가로늦게 지긋하니 나이들어 미국 온 까닭에 거의 從心에 이르러서야 첫 투표를 해보는데, 이도 재작년 시민권 시험을 본 덕에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4년 주기로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치뤄진 11월 8일, 그러나 일찌감치 우편으로 한표를 행사한 터였다.

투표하라고 선거용지와 안내서가 배달돼 온 것은 한참전 일이다. 

투표용지를 받고 꼬박 하루. 안내지와 설명서 펴놓고 연구를 했으나 내게는 너무 어려운 미국 대통령 선거방식이었다.   

미국 대통령 투표방식은 독특하다. 선거인단 제도와 승자독식제라는 선거제도부터 특이하다. 

대통령 입후보자만 한줄로 나열된 단순한 한국 투표방식하고는 영 다르게 일단 수많은 선거인단 목록에서 지질려 버린다. 

45대 대통령 선거 투표 용지에 대통령 후보만 나온게 아니라 주의원 구의원 시장 판사 경찰서장 등등까지 한꺼번에 뽑으란다. 

힐러리 트럼프 이름을 한참만에야 찾았을 정도, 그외는 생판 안면도 없을 뿐더러 생전 들어보도 못한 인물이 수두룩 빽빽하다. 

거기다 선거 하는 김에 주민세 올릴까 공원 더 만들까 이것저것 도시정책까지 다 묻는 Yes, No 질문에 답하라고 한다. 

수십 문제를 안내서와 대조하며 제자리에 동글뱅이를 칠해줘야되는 빡빡한 답지를 보니 마치 수능시험을 푸는 느낌이 들었다. 

두툼한 설명서를 하루종일 암만 들여다봐도 알수가 없이 결국은 훈장님 조언을 듣기로 했다. 

뽑을 대통령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했구유, 헌디 대통령 후보 외의 이 많은 사람들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몰러유.ㅠ 

대부분이 듣보잡이라서 사실대로 고했더니 정 모르는 경우 공백으로 남기라 했다. 이럴때 한인 후보가 있다면 망서림없을텐데.

투표장에 직접 가서 현장 스케치를 하고싶었지만 자칫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도 한데다낯선 투표장 분위기에 꿔다놓은 보릿자루꼴 되기 싫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진작에 우편으로 보냈다.

대통령 선거날이라 투표 얘기로 출발했지만 주제는 그게 아니다.

꽃다운 방년 18세, 수줍은 처자아니면서 이 나이에 샤이하다는 소릴 들은 얘길 하려한다. 


영어 공부한답시고 학교에 다닌지도 어언 만 이태째다.

허나 영어가 별로 느는 줄도 모르겠는 것이 여전히 의사소통은 어림없고 말문을 열려면 버벅거리기부터 한다. 

수업중에 훈장님 설명의 요지나 질문의 핵심은 파악되는데 답변을 할 자리에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왜냐? 말을 옳게 만들지 못해서이다. 알긴 아는 눈치나 우물쭈물, 훈장님도 매번 벙어리 냉가슴 앓이만 하는 내가 안타깝다. 

실제로 유창한 우리말로 하라면 까짓 수업 진행도 하겠다마는 영어가 되야 멘장이든 훈장이든 해먹지.

영어로도 수다꾼 다변가가 되고 싶다. 말문이 트여 폭포수처럼 시원스레 하고싶은 말 좔좔 쏟아붓고 싶다만....
시험을 치면 성적은 곧잘 나오는데 정작 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걸 두고 주변 모두 희한하다는 눈빛들이다. 

도시 이해불가인 정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훈장님께서 드디어 '성격이 샤이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ㅎ

뻔뻔스러워지고 뱃장 두둑해진 이 나이에 발표조차 부끄러워 못할 만큼 내가 수줍음을 탄다니 완전 개그감이다. ㅎㅎㅎ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하였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그대로 줄줄 다 아래로 빠져나가지만 표티 안나게 콩나물은 자란다. 

그 법칙에 기대어 회화실력이 좀 늘려니 했으나 콩나물 키는 매양 그대로인채 품새가 영 오종종하기만 하다.

해도해도 실력이 나아지질 않으니 이젠 남세스러워서도 공부 소리는 쏙 들어가고 운동하러 다닌다 둘러댄다. 

영어 아닌 운동에다 방점을 찍어놓고 슬쩍 시선을 돌리게 하려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는 까닭은, 한국인이 별로 없는 지역인만치 미국인들과 자유로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수업방식은 당장 필요한 회화연습은 뒷전인채 계속 문법공부에만 치중한다. 도대체 문법은 왜 하는거야, 골머리 아프게시리. 짜증이 나지만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문법은 기본 뼈대, 언어를 이루는 형식이나 양식을 알고 그에따라 단어를 알맞게 운용해 나가란다. 문법은 엔진과 마찬가지로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숙달시켜야 한단다. 수학의 공식처럼 적절한 문법을 적용해서 문장을 써야 옳은 영작문이 될테고 그러니 하긴 해야 한다.


문법 시간, 모르는 단어들만 영어사전 찾아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글사전도 수시로 들척여야 한다. 거의 쓰지 않던 생소한 낱말이라서 뜻을 모르는 경우가 흔한 때문이다. 

동명사라, 이게 뭔 소리여? 술부는 또 뭐람? 알쏭달쏭이 아니라 전혀 감도 안 잡히니 사전을 찾아야 한다. 

부정사 수동태 등등 이딴 것에 매번 걸려넘어지는 나. 머리에 쥐가 난다. went와 gone의 서로 다른 용처를 이해하려면 또 한참을 헤매야 한다. 에효~머리카락만 세게 이 나이에 뭔 짓이고. 

과거형이면 과거형이지 과거분사는 또 뭐니? 자동적으로 젠장~ 소리가 나온다. 여태껏 글을 써오며 한번도 신경써 본 적없는 거추장스런 것들이다. 골치아픈 룰을 만들어 놓고 왜 이 야단들이람. 명사 동사 아랑곳않고 뭐든 자재로이 말하고 쓰고 살았는데 지금사 이걸 꼭 해야돼? 영어로부터 도망쳐 한국으로 아주 갈까 싶다가도 그건 너무 치사하고 비겁하다. 

영어가 웬수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다 오기가 발동한다. 미국와서 세탁소하며 더한 일도 너끈 정복해냈는데 영어라고 못할소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고 삼년차가 되는 내년엔 영시를 써내릴 수 있을지 모르는 일. ㅎㅎㅎ 꿈도 야무치다.



샤이한 사람, 골 때리는 영어 문법, 대통령 투표, 11월 8일 45대 대통령 선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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