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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됐슈
08/05/20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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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용된 이바구이자 번데기 나비된 사연같은, 오래전 1998년 글로 원제목은 <골뱅이 주소>-

 


  인터넷에 사각 봉투가 뜬다. 반가운 딸아이 편지가 왔다. 클릭 한번에 제깍 내용이 펼쳐진다. 대강 훑어본 다음 다시 꼼꼼히 읽을 준비에 들어간다. 콘사이스를 펼치기 전 안경부터 걸친다. 이제부터 더듬더듬 사전 찾아가며 내용 음미하는 독해 시간이다. 가로늦게 영어 학습 중이다.

 

여름의 끝자락쯤에 김포공항을 떠난 딸아이. 어학연수란 명목으로 미국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지금은 겨울방학을 맞았다. 해서 요즘은 도서관에 가서 이메일을 열어 본다고 한다. 거기서 편지도 보낸다. 갈 때 컴퓨터를 가지고 가지 않았으니 학교에서 쓰는 공용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고, 그건 당연히 영어만 통하는 '미제'다.

 

저야 응당 쌓아야 할 어학실력이지만 그 통에 나까지 생짜배기로 영어 공부다. 하여간에 재미있다. 물론 내 영작 수준이란 게 '넌 어떠니, 우리도 잘 지낸다.'수준이다. 어쨌거나 요즘의 난 맘(Mom)으로 불린다. 즐거우면서도 좀 곤지랍다. 보통 나는 오전에 메일을 체크해 본다. 열일곱 시간 시차가 있는 곳이라 학교에 머무는 낮 시간에 메일을 보내면 내게 당도해 있을 시각은 이때쯤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시키면 문이 열린다. 딸아이 편지가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컴맹에 넷맹이었다. 여태껏 컴퓨터는 내게 타자기 역할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더러 아이들 등 너머로 인터넷 세상을 들여다보면 호기심도 피어올랐다. 무궁무진한 정보의 바다, 사이버 공간의 자유로운 익명성. 매력은 있으되 너무도 기계에 낯가림이 심한 나인지라 아예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가끔씩 필요한 자료가 있을 경우, 말만 하면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뽑아 주니 정작 인터넷 교육의 절실함을 느끼지 못했다. 변방의 구경꾼이 인터넷 속으로 진입하게 된 계기는 딸아이의 미국행에 있었다. 국제전화 요금 절약 차원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통신을 나누기로 했다. 편리하고 신속하고, 물론 공짜인 메일 주고받기부터 배웠다. 동시에 골뱅이가 든 주소를 갖게 됐다. 상황에 따라 쓰려고 야후에도, 다음에도 내 메일주소를 만들어 두었다.

 

코스탁이 뭐유? 광고 속의 주부만큼이나 요사이의 난 낯선 단어들에 주눅들어 있다. 수없이 새로 등장하는 외래어, 신조어 따라잡기에 바쁘다. 아니 대개는 모르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영어 일색인 인터넷 용어는 아직도 내게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그 벽이 높기만 하다. 컴퓨터 전문어 사전이 나와 있다지만 구해두질 않은데다 만만하게 물어 볼 아이도 곁에 없으니 더 답답한 채로 콘텐츠는 뭐며 솔루션은 또 뭔고? 혼잣소리만 뇌인다. 하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분도 못하는 나였는데 그간 많이 세련된 셈이다. 버벅거리며 마우스 조작인들 제대로 할 줄 알았던가.

 

가수 H·O·T를 핫이라 발음하면 쉰세대라더니 이제 우편으로 카드 보내는 사람이 쉰세대라 한다. 연말에 전자 카드를 활용해보니 과연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손가락 수고만 보태니 더없이 편했다. 게다가 무료였다. 엄마 놀잇감으로 그만일거라던 딸아이 말대로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쨌든 기계라면 지레 골치 아파하던 나로선 의외다.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에 불과하던 인터넷이 이젠 생활 전반에 있어 필수도구로 부상했다. 그새 천만에 이른다는 인터넷 인구, 놀라운 발전이다.

 

메일을 쓰면서 친해지게 된 인터넷. 요즘엔 편지에 부호 몇 개로 웃는 모습, 뾰로통한 얼굴도 찍어 보낸다. 느낌표는 보통 서너 개를 달아야 강조된 표가 나는 듯 과소비를 하나 인터넷 언어에 길들여져 어느새 약어 사용도 빈번하다. 제법 신세대 흉내까지 내보는 것이다. 아직까지 컴퓨터에 익숙한 편도 아니고 인터넷에 능통한 입장은 물론 아니다. 익혀나가는 과정들에 그저 신이 난다. 사용하기 나름으로 정보원(情報源)의 역할도 완벽하게 해내는가 하면 흥미진진한 놀잇감이요 다양한 구경거리 제공처인 인터넷. 그중에도 나는 골뱅이 주소를 찍는 순간이 소중하기 그지없다. - 98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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