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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의 기억, 그 영화
05/10/2020 19:00
조회  435   |  추천   14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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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광에 눈부셔하며 부시시 깨어난 메꽃은 해풍에 부대껴 꽃잎 한나절도 못가서 상해버렸다 >



다섯시 무렵 동해 일출을 보러 나갔다.

구름 한점없는 수평선, 하늘 이리 무표정한 날 일출은 밋밋해서 아무 묘미가 없다.  

탐석이나 할까 하고 자갈밭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래밭 끝나는 곳에 모리모리 분홍꽃 피어난 게 보였다. 

갯메꽃이었다.

어릴적에 봐서 아는 갯메꽃은 바닷가 모랫벌 바닥에 난작 엎드려 기다시피하는 덩굴식물의 꽃이다.

해안 돌틈에 뿌리내리고 왕성한 번식력으로 자리 넓혀가는 갯매의 하얗게 통통한 뿌리는

달달해서 봄철 싱아처럼 씹기도 했다. 

반면 메꽃은 이파리가 엷고 덩굴 뻗어 들풀 마구 감아 오르는데 아직 꽃 필려면 멀었건만 갯메꽃은 제철이다.

강아지꽃이라고도 불렀던 메꽃은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양쪽 다 연연한 연분홍색이다. 

이 꽃을 보면 동시에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70년대에 봤으니 아주 오래됐건만 워낙 충격적인 영상이라 메꽃만 봐도,

매저키스트라는 도발적이고 야수적인 심리영화가 자동 오버랩된다. 

동시에 뮤즈라 극찬받던 카트리느 드뇌브의 매력적인 금발과 완벽한 미모부터 떠오른다.  

극중에서 상류층 부인으로 나오는 카트리느 드뇌브가 입은 의상마다 이브 생 로랑이 디자인했다는데

6-70년대 패션계를 풍미하던 낯익은 스타일에 대한 향수도 설핏 교차된다.  

프롤로그부터 지극히 환각적이면서 너무도 무자비해 비릿한 날 것이 주는 낯선 이질감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세브린느의 외설적 일탈 행위는 당시로는 납득불가였다. 

변태적인 에로틱한 화면은 현실공간인가, 망상의 세계인가 도대체 모호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작가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쉘부르의 우산,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에서 본

조각같이 아름답고 우아한 여배우의 포르노그래피나 내심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프레드 히치콕이 가장 존경했다는 감독 루이 브뉴엘 (1900~83년)은

초현실주의 예술가이자 전위영화의 맥을 고수하며 문제작만을 발표하였다.

무의식의 심연 속 꿈, 기억, 몽상, 욕망 등 상징적 심리묘사에 탁월한 영상들로

칸영화제 그랑프리,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대가다. 

마드리드 대학을 나온 그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이미 스물 여덟에 영화를 만들기도 하였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 멕시코 등지를 돌아다닌 감독은 작가주의 필름만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원제 Belle De Jour는 프랑스어로 메꽃, 1967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며

70년도 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한국에서 개봉될 땐 세브린느라 했다.

낮에만 피는 꽃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감독 루이스 부뉴엘의 후기작품이고 카트리느 드뇌브가 연기했다.

프랑스 작가 죠셉 케셀이 192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30년도 더 지나 루이스 부뉴엘이 영화화했다.

프랑스에도 메꽃이 있나본데 거기선 구경 못했으나 지난해 스페인 땅끝마을 해변엔 그 꽃이 흔했다.

영어도 프랑스어도 스페인어도 맹탕이지만 영상미만으로 100분이 스르륵 흘러갔다. 

그 시대로는 가히 비도덕적이고 획기적인 주제였겠으나 나이 들어 다시 보니 뭐 그저 그렇다.

처음 봤을 당시의 숫된 정서 그 순수는 세월의 때 오지게도 타버려 마냥 오염되고 손상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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