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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연가
01/31/2019 06:00
조회  1103   |  추천   17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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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 닿자마자 맨 먼저 시선 가는 곳은 영도의 봉래산이다섬의 한복판에 오연한 기상으로 도도히 솟아있는 산이름 때문일까함부로 범접해선 아니 될 것 같아 그저 한번씩 그윽한 눈빛되어 건너다보는 것만으로 족하던 산이다신령스런 기운이 서린 듯 산봉우리는 늘 운무에 싸여 보일락 말락 자태 숨기고가끔씩은 중턱까지 내려온 구름에 가려 산 전체가 사뭇 몽환적으로 보인다. 


봉래산은 전설 속의 별천지, 신선들이 사는 삼신산의 하나로 불로초가 있다는 동쪽 바다에 뜬 산이다. 그 까닭인가. 쉽게 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이상향으로 멀찍이서 흠모하는 마음만을보낼 뿐인 산. 옛적 진시황이 불사약을 구하고자 해동으로 보냈다는 서시 일행의 행적이 남겨진 절영도 봉래산이다. 산을 에워싼 마을 이름도 그래서 청학동, 신선동
. 


상상 속 세계인 비경의 신선도를 떠올리게 하는 봉래산이지만, 지형상으로는 5천만년 전 쯤 불을 내뿜고 솟아난 화산이라 한다. 아득한 고릿적, 가슴 속 활활 불 지르는 뜨거운 열정이 마침내 지표 뚫고 터져 나오던 산. 시대가 바뀐 지금의 봉래산 꼭대기 제일봉에는 낙락장송 대신 중계탑이 천공을 찌른다. 펄펄 끓는 지하의 마그마가 용솟음치던 폭발적 에너지 그 힘 그대로를 상징하듯 높이 솟구친 철탑, 아무래도 우연이 아닐 성싶다. 무릇 모든 존재의 만남이며 관계맺음은 예비된 하늘의 뜻에 의한 宿緣의 귀결이 아니던가
. 


평상시 나는 산과 가까이 지내온 편으로 등산을 꽤나 즐긴다. 해서 언제든 산에 갈 채비가 갖추어져 있는 상태다. 속 답답하여 환기가 필요할 때, 머리를 비워서 단순해지고 싶을 때면 가벼이 배낭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산은 어떤 산이라도 가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행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 아무래도 괜찮다. 설악 대청봉에서 해남 두륜산까지 이산 저산 두루 섭렵해 보았으나, 뒤늦게 찾은 봉래산이 안겨준 산행 느낌만큼 아늑한 감흥 안겨준 곳이 또 있을까 싶지 않다. 취중 같은 혼몽감. 어쩐지 현실이 아닌 딴 세상에서 부유하는 듯한 기분. 무중력상태로 우주공간에 떠있는 듯한 느낌. 이승의 속계를 벗어나 잠시 신선계에 오른듯 싶은
. 


'
행복한 동네'라는 산행 팀과 처음으로 오른 산은 금정산이었고 다섯 번째인가 봉래산을 찾았다. 인터넷 이웃인 해국, 정하, 물결, 달빛, 알벨또, 엘리자벳 수녀님, 그리고 루까 신부님 등이 멤버였다. 바닷빛 닮은 해풍이 밀려오는 초여름이었다. 함짓골이라는 곳에서 산행은 시작됐다. 절영도 한가운데 우뚝 솟아 퍽 높아 보이는 산이지만 정상에 이르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도 않거니와 먼 거리도 아니었다. 


올려다보면 화산지형답게 급경사진 암릉이 절벽이루고, 큰 바위가 비탈을 구르며 부서지거나 풍화작용으로 쪼개져 이루어진 바위너덜도 있지만 과히 거칠지 않은 산. 등에 땀이 밸 즈음 어느새 정상이었다. 숨가쁠 것도 없이 다다른 산정. 사방으로 짙푸르게 펼쳐진 바다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일품인 조망권, 어느 산이 이만한 절경을 품었던가. 천사만에서 내려다 본 쪽빛 지중해. 산타모니카에 무량히 펼쳐진 수평선. 남해 옥녀봉이 거느린 아기자기한 섬. 그 모두를 아우르면 여기에 필적할까. 흔연히 도취케 되는 풍광이었다. 


좌도 청청, 우도 청청, 그림같은 바다를 봉래산 정상에서 만난 이후로 그 산은 '나의 그대'로 자리잡게 되었다. 모든 산의 이름이 집약된 산의 대명사 격인 산중의 산, 나아가 내 산행의 마지막 마무리로 부족함이 없는 봉래산. 나의 그대는 그러나 늘 무뚝뚝하다. 애틋한 연가에도 눈썹 하나 꿈쩍 않는다. 줄기차게 보내는 애모의 노래에 기척은커녕 아무 반응없이 천연스런 봉래산은 그래서 나의 영원한 흠모의 대상일 밖에. 


나 홀로 몸달아 애태우며 주변을 배회하는 안타까운 짝사랑의 대상인 봉래산. 항시 안개에 가려 하얗게 아물거리는 산, 바라는 보되 오를 수 없는 흰눈을 인 히말라야같이 신성한 산. 저 멀리 외연한 봉래산은 나의 에베레스트다. 나의 킬리만자로다. 나의 록키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꿈속의 산, 幻影일 뿐인 산이다. 선정에 든듯한 환희심을 누리게 히는 심신의 휴식처, 영혼이 찾아 헤매던 이상향 그 유토피아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어도 설렘이 파도치는 산, 봉래산. 그 산을 생각하면 황홀한 감각으로 온몸 세포마다 팽팽히 긴장했다가 부드러이 이완되는 미묘한 엑스터시마저 느낀다. 동시에 그리움으로 심장이 쩌르르 떨려오는 산. 그리움이란 心谷 깊은 데를 훑으며 흘러내리는 아릿한 아픔이다. 하냥 哀戀에 여위어가야 함은 얼음 파편이 박히는 절절한 고통일지라도 그대는, 왠지 세상이 문 닫긴 적막지경의 쓸쓸한 슬픔이면서 절정의 행복감 그 희열이기도 한 것을. 


마음만 먹으면 쉬이 찾을 수 있는 산이지만 풍진에 그을려 때묻은 자취로는 되도록 삼가, 고이 흉중에 묻어 아껴두고 싶은 산. 그래서 더욱 간절히 그리운 그대. 마음 가운데 이는 느낌이나 머릿속의 생각들, 心想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1998. 7>



                                                                  <절영도 모자상 옆 휴게실>

부산 찬가, 부산역, 영도 봉래산, 행복한 동네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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