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bell
촌장(kubell)
한국 블로거

Blog Open 07.15.2012

전체     602672
오늘방문     63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0 명
Blog News Citizen Reporter
2015 Koreadaily Best Blog
2014 Koreadaily Best Blog

  친구 새글 더보기
  달력
 
샌 라파엘 미션ㅡ치유의 사명
10/14/2018 00:00
조회  1843   |  추천   31   |  스크랩   0
IP 172.xx.xx.124



세례명이 라파엘인 의사 시인이 있었다. 성서에서 치유자인 의사로 기록된 루까나 라파엘은 그래서 의료인이 세례를 받을 때   선호하는 세례명이다. 그와는 나이가 같고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기에 분야는 달라도 모임에서 만나는 일이 잦았다. 한번은 지방 MBC 대담 프로의 초대손님으로 동시 출연할 일이 있었다. 신춘대담 프로였다. 악수를 나누는데 오후 시간임에도 술냄새가 미미하게 났다. 아예 몸에 밴 냄새같았다. 부시시한 얼굴을 보니 간밤에도 술독에 빠졌던 모양이라고 속짐작을 했다.  



그때 우리는 방송국 측 사전요청에 따라 신춘에 대한 자작품을 들고 갔다. 자연스럽게 옆좌석에 앉은 라파엘의 시를 보게됐다. 오 마이....악필도 그런 악필은 처음이었다. 한글이라기 보다 아랍어에 가깝게 구불구불 기어가는 글씨체. 개발새발 수준을 넘어 고대문자같기도 한 그의 악필은 숫제 판독 불가였다. 천재는 악필이라던가. 나폴레옹의 악필도 유명하다. 톨스토이의 원고를 교정한 사람은 오직 아내 소피아뿐이었다. 그만큼 대문호는 지독한 악필로도 소문났다. 베토벤의 악필은 곡명을 바꾸게도 했는데 소나타 ‘엘리제를 위하여(Fur Elise)’는 본래 ‘테레제를 위하여(Fur Therese)’ 였다고 한다. 아직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한참 전의 80년대 일이었다. 해독하기 어려운 저 암호같은 필체로 처방전은 어떻게 쓰나, 속으로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했다.



혹시 과한 술 때문에 수전증인가 싶어 손을 살펴봤으나 그건 아니었다. 그는 문단에서도 알아주는 술푸대였다. 주머니가 얄팍한 시인들의 술값은 거의 그가 도맡아놓고 낸다고도 했다. 바닷가에 선 아파트가 부촌으로 자리잡아 가던 시절, 버젓한 내과 개업의이면서도 그가 사는 아파트는 그저 그런 산동네의 언덕위에 있었다. 오십도 안된 어느날 그의 부음을 들었다. 뇌출혈이었다. 다른 직업인도 아닌 내과의사가 창창한 나이에 폭음 탓으로 세상을 뜨다니 안타까웠다. 지금은 별로 육필을 볼 일이 없는 세상이지만 가끔 영어로 싸인을 하며 알파벳을 그리다시피 하는 사람을 보면 라파엘 생각이 났다.  



치유의 사명이 부여된 샌 라파엘 미션을 찾았다. 히브리 말로 라파엘은 '하느님이 치유하신다, 하느님이 고쳐주셨다.'는 뜻대로 이 미션은 병원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삼대 천사인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의 이름이 달린 미션 순례길은 이로써 마무리를 짓게 됐다. Mission San Rafael Arcangel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29km 떨어진 샌 라파엘에 자리잡고 있다. 자그마한 타운인 샌 라파엘이라는 지역사회에서 미션은 역사적, 문화적, 영적 중심지 역할을 해온 게 분명했다. 위치부터 약간 경사진 언덕에 높직히 정좌해 마을을 품어 안은채, 저 아래 빌딩과 숲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었다. 한때 밀을 비롯해 보리, 옥수수, 완두콩 농사도 짓고 소, 말, 양 등 가축을 쳤으며 광대한 포도원과 과수원이 있었다는데 흔적은 가뭇없고 다만 배나무 한 그루가 남아있다 한다. 연필 그림을 지우개로 말짱 지운듯 옛자취는 채플 외엔 어디서도 더듬어 볼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치유의 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병원시설이 갖춰진 미션이었다. 미션 샌 라파엘은 캘리포니아에 첫 미션이 생긴 지 반세기 뒤인 1817년에 생긴 스무번째 미션이다. 개와 습기가 많은 샌프란시스코보다 해 바르고 온화한 환경인 이곳에 미션 돌로레스의 의료 asistencia (서브 미션) 역할을 맡겼다. 병이 난 군인들의 휴양과 면역력이 약해 쓰러진 원주민들의 질병 치료를 위한 알타 캘리포니아 최초의 요양원이었다. 1828년 당시만해도 Coast Miwoks, Ohlones 부족 등 1천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미션에서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1834년 멕시코 정부의 세속화 정책에 의해 미션이 패쇄될 당시. 지역 책임자였던 Vallejo 장군이 가축과 과수와 장비 일체를 자신의 거주지로 옮겨놨다. 내부나 외부에 남겨진 유물은 아무 것도 없다시피 됐고 미션은 버려졌다. 채플에 붙어있는 작은 박물관에는 선교사의 그림과 조각상 등 예술품 및 선교 사역물이 약간 전시되어 있다는데 그날은 문이 잠겨있었다. 1948년 토마스 케네디 주교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시키기 위한 재건 사업에 착수해 현재의 모습을 이뤄냈다. 1936년, 이곳은 미션 캘리포니아 사적 220호로 지정되었다.

 


작고 아담한 모습으로 묵묵히 서있는 올드 미션 주변에는 현장학습을 나온 학동들로 부산스러웠다. 그 소란이 오랜 세월의 정적을 일깨워 스러진 과거의 시간을 되살아나게 할듯 오히려 싱그러웠다. 채플 내부 역시 담박한 장식이 정갈해 보였다. 심신의 치유자인 라파엘 천사께 건강 지켜주시길 별도로 청원드리진 않았으나 그 모두를 능히 헤아릴 분. 미션 샌 라파엘로 초대해주심부터 이미 예사롭지 않은 인연의 귀결이리니. 병원으로 지어진 까닭에 여늬 미션과는 스타일이 다른 직각 건물의 단순한 미션 앞에는 어디에서나처럼 목자의 종과 세라신부 동상이 오가는 방문객을 지켜보았다. 화사하게 물든 도로변 초겨울 단풍나무, 그 옛날 선교사들이 절대자에게 오롯이 바친 순결한 영혼을 추모하듯 꽃다발로 서있었고. 질박한 올드 미션 옆, 부드러운 연분홍으로 채색된 웅장한 바실리카 성당 전면의 천사 조각상이 잘 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여행자의 수호천사이기도 한 라파엘 대천사가 귀가길에 오른 길손을 축복해 주는 게 느껴졌다. 환청처럼 종소리가 오래 귓가에 맴돌았다.







California missions  

San Diego de Alcala (1769)
San Carlos Borromeo de Carmelo (1770)
San Antonio de Padua (1771)
San Gabriel Arcangel (1771)
San Luis Obispo de Tolosa (1772)
San Francisco de Asis (1776)
San Juan Capistrano (1776)
Santa Clara de Asis (177)
San Buenaventura (1782)
Santa Barbara (1786)
La Purisima Concepcion (1787)
Santa Cruz (1791)
Nuestra Senora de la Soledad (1791)
San Jose(1797)
San Juan Bautista (1797)
San Miguel Arcangel (1797)
San Fernando Rey de Espana (1797)
San Luis Rey de Francia (1798)
Santa Ines (1804)
San Rafael Arcangel (1817)
San Francisco Solano(1823)

이 블로그의 인기글

샌 라파엘 미션ㅡ치유의 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