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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구엘공원
10/01/2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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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音知己(지음지기)라던가. 춘추시대 거문고 명인(名人)인 백아(伯牙) 그의 거문고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던 종자기(鍾子期). 그처럼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재능을 인정하여 적극 지지해주는 사람과의 만남이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은 구엘공원에서 대뜸 두 기인의 세기적 만남과 신기한 의기투합이 하도 놀라워 어벙하니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고집스런 천재 가우디도 가우디지만 보편상식이나 일반개념을 훨씬 뛰어넘은 기상천외한 건축물이 들어서는 걸 14년간이나 지켜보며 가우디의 창조성을 끝까지 존중해 준 후원자 구엘. 아기가 태어나 청소년이 되는 긴 세월토록 재원이 완전 거덜날때까지 구엘은 가우디를 밀어주었다.

가우디와 구엘. 어느 정도로 신뢰하면 건축가와 의뢰인의 관계를 넘어 이토록 전폭적인 후원을 해줄 수가 있을까. 건축가로써 가우디가 꿈꾸며 그려온 건물을 마음껏 짓도록 아낌없이 재정적 지원을 해준 구엘. 기이쩍은 환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펼칠 수 있게 배려해 준 구엘이 있었기에 가우디는 자신의 독특한 예술관을 최대치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가우디의 천재성을 알아본 높은 안목의 후원자 구엘은 또한 가우디로 하여 그 이름 영예로이 세상에 남게 되었다.

구엘공원(Park  Guell)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여타 어느 성전에서보다 오히려 더 진솔하게 하느님께로 다가갔다. 어떤 방식으로? 가우디와 구엘의 만남을 예비해두신 신의 섭리에 깊이 고개 숙여 경배드리고 싶었으니까. 그랬다. 가우디와 구엘의 인연은 결코 예삿인연이 아니다. 전지전능하신 신의 뜻이 임하지 않았다면 구엘공원 존재 자체가 과연 가능했을런지. 그 시대에 이리 황당하고 기괴한 형태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게 도무지 가당키나 한 일이었겠는가 말이다.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 엑스포를 통해 스페인은 전세계에 새로운 위상을 부각시켜 나가던 시기. 이와같은 시대적 배경 아래 가우디는 풍요로운 토양에서 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접목시킨 예술혼을 키워나갔다. 그 즈음 카탈루냐의 부호 구엘(Eusebi Guell)은 도시와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페라다(Montana Pelada) 산자락에 자신의 집과 분양을 목적으로 한 영국식 콘도를 지으려 택지를 구입한다. 전망 좋은, 한눈으로 봐도 딱 배산임수 지형이다. 

가우디의 독창성에 주목했던 그는 가우디에게 건축설계를 의뢰하고 190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작업환경이 나쁜 비탈진 산지인데다 시당국의 간섭으로 건설을 시작한지 14년만에 재정난까지 겹쳐 중도 하차한다. 그렇게 도심 외곽지 자갈투성이 황량한 언덕의 개발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훗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엘공원(Park Guell)을 빼고는.  공사가 중단된 이곳을 1922년 바르셀로나 시가 매입해 시민공원으로 전환시켰다. 

촌스런 구세대의 전형이라 예매문화에 익숙치 않아 현장 구매를 하다보니 한시간 남짓 줄서서 기다렸다.(예매 필수!) 긴 기다림 끝에 안으로 들어가서도 입장 인원수 제한으로 구엘공원의 심장부인 자연(Natura) 광장안으로 들어가려면 장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그동안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숲 사이로 난 여러 갈래의 산책길은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지형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편안한 휴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 친화적 건축을 지향했던 가우디의 정신이 곳곳에서 읽혀졌다. 그만큼 가우디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했다.


                                                                                                <가우디의 기도실>

<가우디의 침실>

<가우디 박물관 소장품>

<가우디 박물관 외관>


가우디 박물관으로 쓰이는 분홍주택은 가우디가 생전에 20년을 머물던 집으로 조촐하고 검소한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그만 성당이 그 옆에 서있었는 여섯시에 뎅뎅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건설현장에 널린 돌맹이를 시멘트로 뭉쳐 움집 짓듯 쌓아올려 만든 여러 돌기둥 회랑들. 일종의 인공 동굴은 긴 돌을 늘어뜨려 종유석 효과까지 주었는데 그 안에서 길거리 뮤지션들이 즉석공연을 펼쳤다. 동굴이라 묘하게 되울려 공명하는 음향이 한층 신비롭게 들렸다. 

동화의 세계나 환상의 공간같은 구엘공원은 저절로 늘어진 덩굴식물, 늠름한 종려나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야자수며 올리브나무가 주변 조형물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저마다 자연의 일부가 되게끔 만들어 버리구엘공원은 묘하게도 뭐 주위 환경에 스스럼없이 녹아 혼연일체가 되게 했다. '독창적이란 말은 창조주가 만들어 낸 자연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 가우디. 맞다.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게 창작인데 정작 구약 전도서에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다 하였듯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무엇이랴. 모든게 다 자연의 한 면을 본딴 모방작에 지나지 않거늘.  

오후 늦게야 차례가 되어 자연 광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다행히 노을진 다음이 아니었기 망정, 마지막 순번일 지언정 그나마도 얼마나 감지덕지했던지. 덕분에 부드러이 안겨드는 일몰 풍경에 고즈넉히 잠길 수도 있었다. 지중해 연안의 오월, 고맙게도 스페인의 하루해는 길었다. 9시가 넘었어도 아직 태양의 잔영이 남아 훤했다. 구엘공원의 백미인 나투라(Natura) 광장을 서두름없이 아래 위로 샅샅이 훑으며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곡선이 파도 밀려오듯 한 파도동굴은 화보를 찍는 멋들어진 모델들이 자주 배경으로 사용하는 곳이라 알려졌다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광장에는 부드러운 금빛모래가 깔려있었는야외 공연 장소라 한다. 먼저 광장의 테라스를 둘러싼 뱀처럼 구불구불한 곡선의 타일 벤치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색 주황 청록 노랑 등 강렬하고 오묘한 색깔이 무척 화려했다. 세라믹 타일로 아름답게 모자익된트렌카디스 (Trencadis) 기법은 타일이나 도자기 파편으로 모자이크를 만드는 방식. 트렌카디스는 카탈루냐어로 '깨뜨리다'라는 뜻을 가진 트렌카에서 유래된 단어라 한다. 이때 사용된 타일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깨어진 폐 세라믹 조각들, 물자 귀한 1차대전시라 이를 적극 활용하였다.

벤치 중간중간 기울기 적당하게 뚫린 작은 홈은 빗물이 의자에 고이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세심히 설계된 것. 이 물길은 층계 아래 도마뱀 분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더니 곡선을 펴면 정말 굉장한 길이가 될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벤치에서야말로,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의자에 등 기대고 앉아 볕을 쬐는 바위 위의 도마뱀처럼 늘어져 오래 머물고 싶었다.  







 






살라 이포스틸라(Sala Hipostila)라는 실내홀은 자연광장의 하층부다. 수십개의 도리아식 육중한 기둥이 신전처럼 받들고 섰는데 그 천정엔 해와 달, 구름을 나타내는 화려한 장식들이 비정형의 타일과 세라믹으로 촘촘히 곡면을 에워쌌다. 그 섬세한 작업에 들인 노고와 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애초엔 시장터로 만들어졌다하나 그 자리에서 음악회가 열리면 스테레오 역할을 훌륭히 한다는 기둥과 천정이다. 

계단 아래서 기다리는 헨젤과 그레첸 동화에서 영감 얻과자와 사탕집은 달콤한 초콜릿이 살살 녹아내릴듯 사실적이었다. 과자집 지붕 위엔 세라믹 타일로 표현한 용의 형상이 꿈틀거렸다. 한 건물은 경비실로 만들었으나 현재는 기념품 판매장으로, 오른쪽 건물은 사무실로 사용된다. 그곳으로 내려가는 층계 중앙에 있는 도마뱀 분수는 구엘공원 상징물로 트렌카디스 기법의 최고봉. 인기있는 포토존으로 졸졸 물을 뱉아내는 도마뱀 배경 삼아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아래 조형물은 성경 민수기에 나오는 놋뱀 (Nehustan). 모세가 하느님의 명을 받아 십자가에 세워둔, 구원을 약속했던 놋뱀이라고 한다.

자연친화적인 구엘공원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기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원 처처에 각기 다른 모양을 한 조형물, 분수, 벽체, 테라스, 기둥, 계단, 담장 등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철부지가 천연스레 장난치듯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보는 것 같은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 무뚝뚝해 보이는 가우디 양반 어디에 요정나라를 꿈꾸는 이리 천진난만한 동심이 자리하고 있었던걸까. 꿈길같은 동화속 세상을 유영하다 현실로 돌아오니 거리엔 서서히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닮은 건물이 전송해주는 골목을 빠져나와 도심의 불빛 점점이 깨어나는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웹사이트

https://www.parkguell.cat

바르셀로나, 가우디, 구엘, 나투라 광장, 도마뱀 분수, 구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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