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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노마드
09/10/2019 04:00
조회  491   |  추천   2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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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기 앞서 출발지점 순례자 사무소에 들러 

크레덴시알 델 페레그리노 (Credencial del Peregrino)를 발급받았다. 

이는 내가 순례길을 걷는 사람임을 보증해주는 일종의 증명서로 발급료 3유로를 내면 동시에 큼직한 가리비 껍데기도 줬다.

카미노 길의 거리와 고도가 표시된 도표, 전 구간에 걸친 알베르게 안내표와 기상변화에 따른 루트폐쇄 세세한 정보 등

유용한 자료도 줬으나 눈썹무게조차 짐스럽던 당시라 챙기지를 못했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 언저리의 작은 동네 생 장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는 니베 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전원마을.

카미노 프란세스의 출발지인 여기서부터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까지 걷는 800km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

생의 여로에서도 왕왕 그렇듯, 피레네에서 저체온증이라는 예기치 않은 암초에 부딪치며

8백킬로 도보완주 계획은 물건너가고 말았다.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를 지나야 할때는

무리하지 않도록 두 발 대신 아예 버스나 기차를 이용했다. 

실제로 한꺼번에 걸어서 완주하는 케이스는 전체 숫자의 반 정도,

같은 대륙 사람들은 구간을 끊어 해마다 나머지 코스를 걷기도 하고 차편을 택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배낭에 매달린 카미노 상징 가리비>


알베르게에 들어가면 맨 먼저 크레덴시알을 여권과 함께 접수처에 제시한 다음

스탬프인 세요(Sello)를 받고 등록을 마쳐야만 자리를 배정받았다.

스페인에서 순례길 걷는다는 징표는 크레덴시알과 배낭에 매단 가리비로,

어딜가나 일종의 특혜같은 편의를 제공받기도 했다.

알베르게라는 저렴한 순례자 숙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에서 순례자 정식을 즐길 수 있는데다 박물관 입장료 할인혜택이 따랐다.

순례자 여권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명서에 스탬프와 날짜가 찍힘으로, 카미노 길을 어느 코스로 얼마만큼 걸었는지 가늠된다. 

이 크레덴시알로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증명할 수 있어야만 콤포스텔라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무슨 특출난 학위증 받기위함은 아니지만 애들같은 치기가 발동, 

가는 곳마다 빠짐없이 크레덴시알에 세요를 받아 앞뒷면 칸칸이 거의 채워질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왕에 받은 크레덴시알 도장이니 마무리로 증명원을 받으려 물어물어 사무실을 찾아갔다.  

OMG! 순례완료를 나타내는 증서를 받자면 기다리는 줄이 무척이나 기다랗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그 정도일줄이야...

콤포스텔라 대성당 사무국은 입구부터 북적댔고 줄의 맨 끝에 서서 기다리기를 거의 두 시간여,

내 뒤편으로 나래비 선 줄이 길게 늘어가면서 점점 앞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 마침내 사무실에 들어섰다.

젊은이들은 증명서 손에 들고 자랑스레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얏호! 팔을 뻗으며 환호하기도 했다.

크레덴시알과 여권을 제시하 증명서를 받아 사진에 담고는 반으로 접어 배낭에 넣었다.

그로 한달간의 노마드 생활을 마감하고 마드리드로 향하며 또다른 여행객이 되었다. 

파리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충분한 시간이 있으므로 

빌바오의 명물 구겐하임 미술관도 들리고 싶고 마드리드 인근인 톨레도와 세고비아도 가고 싶지만

욕심이나 억지부리지 말고 그때 형편대로 구순히 따르기로 했다.  




<순례완료 증서를 발급하는 대성당 별관 오피스>


<배낭 운송을 맡길 때 매다는 수령증 봉투>

여행 가자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질만큼 신나고, 걷기라면 웬만큼한 거리쯤 자신있는 사람이다.

이와같이 두가지 다 포함해서 최적화된 카미노 길이니 그 아니 반길손가.

기나긴 산티아고 길 걷기는 아름답고 즐거운 소풍길이자 고단하고 힘든 극기훈련길,

결국 이 길은 희비가 엇갈리는 생의 축약판에 다름아님을 절절이 체득했다.  

직접 한걸음씩 내딛어 보므로 비로소 낯설지 않은 길이 되어준 산티아고 길.

길을 걷는 내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이 형언키 어려운 충만감으로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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