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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보리밥+열무김치
05/30/2018 14:13
조회  471   |  추천   17   |  스크랩   0
IP 104.xx.xx.204

 


지금도 영업을 계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80년대부터 십수년이 넘도록 부산역 맞은편에는 꽁보리밥집이 하나 있었다.

지붕 낮은 허름한 밥집으로 오직 꽁보리밥만 파는 이를테면 전문식당이었다.

메뉴는 오직 하나, 꽁보리밥에 열무김치와 강된장찌개 뿐이었다.

막 유기농 자연식에 눈뜨기 시작한 때였고 음식에도 복고풍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고개 중에서도 가장 넘기 힘든 보릿고개를 살아낸 연배들이니, 어쩌면 아릿한 향수도 한몫 했던걸까

부산일보 강당에서 문학모임 파한 뒤 술꾼 우르르 서면이나 남포동으로 직행하면 

일부는 꽁보리밥집으로 몰려들 갔다. 그것도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길다란 쪽의자에 주르름이 앉아 질척하게 지은 보리밥에 열무김치 척척 얹고   

된장찌게 끼얹어 살짝 비벼서 볼 미어터지게 한입 가득 떠넣었던 그 맛

담백하고 소박하며 깔끔하고도 구수하게 찡한.....보리밥과 열무김치는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밥그릇을 비우고 나면 으례 입가심 용으로 구수한 누릉밥 숭늉이 따라나왔다.


며칠전 어느 분이 댓글로 점심때 즐겨 애용하는 식단이 보리밥과 열무김치라 하였다. 

읽는 순간 침이 고이며 따라쟁이 기질이 즉각 발동됐지만 며칠 애들이 와있는 바람에 미뤄뒀던 일이다.  

그 얼마간 고칼로리 느끼한 음식 위주로만 먹다보니 더부룩해진 속도 달랠 겸 

오늘 드디어 별렀던 꽁보리밥을 해 먹기로 하였다. 

쌀과 보리를 2:8 비율로 섞어 밥을 지었다.

물을 좀 낙낙하게 부어 진밥을 하려했는데, 한나절 불린 재료라서인지 밥이 거의 죽밥 수준이 돼버렸다.

아무려나 괜찮았다,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와 고추장 약간에 참기름 넣어 쓱쓱 비벼서 

아삭거리는 총각무김치 들여 점심 잘 먹고나니 실실 잠이 오기 시작했다. 

소찬이 진수성찬일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반찬인 때문도 아니었다.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할때 행복하다 하였듯, 입맛이 원하는 걸 먹었으니 만족도가 높은지도. ㅎ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처럼 

이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무릉도원으로 여유롭게 진입해보려 한다.

飯疏食飮水      나물 먹고 물 마시고

曲肱而枕之      팔 베고 누웠으니

樂亦在其中矣   즐거움이 그 안에 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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