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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 끝?
07/11/2020 22:00
조회  355   |  추천   9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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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치도 않은 증세였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더뎠다. 병원에 머무는 일주간, 온종일 오픈된 TV 영화채널이 셋이나 돼 입맛대로 영화를 골라보았다. 그중 하나인 '오리엔트 특급살인'. 어차피 2009년을 끝으로 운행이 중지되며 오리엔트 특급의 126년 역사가 막을 내렸으니 타볼 수도 없는 열차다. 하고많은 여행지 제쳐두고 언젠가 터키를 가보리라 내심 꿈꾸며 여행목록에 끼워뒀던 곳. 영화속의 이스탄불은 최종판 나의 버킷리스트였지만 이젠 더는 자유여행이 어렵게 된 세상이란 걸 안다. 


언제나 시도때도 없이 항상 북적대던 공항이었다. 그러나 상반기 한국에 입국한 여행자 수는 작년대비 5%대에서 멈춰섰다고 한다. 트레블의 어원이 아무리 '고생'이라 하지만 위험 감수하며 탐험가처럼 목숨걸고 여행하려는 이가 과연 있을까 싶다. 코로나19 이동제한 조치로 여행객이 95%나 격감했듯 각국 항공사는 물론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Airbnb)도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이처럼 여행문화가 당면하게 된 큰 변화라면 앞으로는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은 코로나 여파로 종말을 고했다고 봐야겠다. 물론 비행기가 아니라도 기차여행도 있고 도보여행도 있으니 국내여행은 가능하나 해외여행은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그 이후의 세상은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면에서 낙관을 불허한다. 이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이 집단패닉을 일으킨다. 한마디로 예측불가능이라고 진단되는 현상황. 무언가를 더 소유하려 기를 쓰거나 멀리있는 딴 니라로 떠나보려던 무한욕구도 조절할 때다. 당장 지구촌 전체 경제가 붕괴된다고 난리인 판에 지금 팔자좋게 여행타령이냐고? 가고싶던 곳 그 정도면 갈만큼 가봤으니 더이상의 여행은 이쯤에서 접기로 작정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제 뜻과 상관없이 뉴 노멀을 받아들여야 하는 작금.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 세대는 그런대로 여러 특혜를 누렸구나 싶다. 비록 어려운 전후시대 거치며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지만 고도성장의 단맛도 즐겼고 밀레니엄을 지나 격변하는 과학문명의 혜택도 듬뿍 받았다. 


그간 솔직히 주체적 자아는 내던져버리고 최면이라도 걸린듯 외적 물결에 어영부영 떠밀리며 여기까지 왔다. 무중력상태의 건공중에 붕 뜬채로 부유하며 허황되이 살았음을 고백한다. 절제의 미덕은 커녕 물자 귀한 줄 모르고 과소비와 낭비풍조에 동조했다. 문화기행이라 포장한채 이웃집 드나들듯 해외여행 몰려다녔다. 나갈때마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여겼기에 별로 가책도 받지 않았다. 이제와보니 주어진 복 싹싹 알뜰히 긁어쓰고 설거지할 빈 그릇만 남긴 꼴이다. 그런 점에서 후대들에게 무척 미안한 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암담하고 험한 이 풍진세상을 미래랍시고 물려주게 됐으니 정녕 면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물론 신인류시대가 도래해도 그나름대로 적응하며 보다 나은 생존방식을 찾아야 가겠지만.


이번에 본 영화 얘기 서두가 삼천포로 빠지며 장황해졌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화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추리소설을 2017년 초호화 캐스팅으로 럭셔리하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에다 연기 탄탄한 배역진, 게다가 백설 두터이 쌓인 장엄 산세 감상만으로도 시간흐름을 잊을만 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편집증적인 불안에 시달리던 남자는 폭설에 갇힌 한밤중, 열 두군데난자당하며 죽음에 이른다. 그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명탐정 푸와로는 특급열차에 탄 사람들을 상대로 알리바이를 하나씩 입증해 나가는데....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침 발라 책장 넘기는 버릇을 고치게 한 루팡이며 셜록 홈즈에 심취했으니 크리스티 여사의 이 소설도 오래전에 읽었다. 영화로 다시 보니 새롭기도 하거니와 눈호강으로 말하자면 특급열차라도 탄 기분이 들만큼 덤으로 왕창 호사를 누렸다. 여행은 꼭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아니 내 나름의 창으로 이처럼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여정 즐길 수 있음 역시 알았다. 자유여행의 종언을 고하게 된 시류야 어찌 타협해 볼 방법이 없다면? 대신 독서를 통해 영상을 통해 내 틀에 딱 안성맞춤으로 장착되는 여타 여행방법을 찾아볼 일이다. 여행 홀릭에 빠져 자칫 금단증세라도 오기 전에 나부터라도. 어쩔 도리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이처럼 어딘가로의 도피가 아닌 적극적 수용으로 선회해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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