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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일, 코로나 검체 채취
07/09/2020 07:00
조회  758   |  추천   12   |  스크랩   0
IP 121.xx.xx.207



돌발상황 발생으로 일주일만에 귀가하게 됐다.

누군들 매일의 일상이 물살 잔잔한 호심일 수 있으랴.

누군들 날마다 들꽃 반기는 꽃길만 열릴 리야 있으랴.  

때때로 예기치 않은 바람, 아니 그 정도보다 더 거센 폭풍 일렁이는 시간도 끼어들 수 있음이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그저 바램일 뿐.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아침이면 간밤의 무탈하심을 어른께 여쭈며 문안인사 드리던 법도가 옛일로 묻힌 요즘이다.

허나 새삼스레 그 인삿말은 여전히 유효한 세월, 더욱이 코로나 정국이 도무지 끝을 보이지 않는 흉흉한 시절이라서.  

지난주 목요일 예약된대로 숙박 정밀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1박 2일이나 2박 3일 혹은 더 충분한 날짜를 잡아 병원에 머물며 편안하고 여유로이 총체적 건강검진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요샌 어떤 건물이건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진입하려면 모두들 입구에서 발열체크부터 받고 각자 신상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병원이야 응당 이 시스템이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방호복을 입은 수문장이 적외선 체온계를 이마에 댔다.

바로 앞전에 경주여행을 다녀온 터 피로가 남아 약간 목이 쎄해서 내심 쫄았으나 괜찮은지 아무 군소리없이 통과시켰다.

아들이 이미 접수를 시켜 수속 일체를 완료해 놓았기에 간호사를 따라 예약된 입원실로 올라갔다. 

6층 간호사실에서 신장과 체중부터 잰 다음 혈압 맥박 체온 측정을 다시 받았다.

그 자리에서 코로나와 관련해 보다 정밀한 내용의 설문지도 작성해야 했다.

그간 6개월 내에 외국에 다녀왔는가? 자가격리된 가족이 있었나? 근자 새로 확진자가 늘어난 광주나 대전 방문을 했는가? 기침이나 감기기운은 없는가? 등등.

문장마다 꼼꼼이 읽고 체크하고 자필사인한 다음 입원실에 들었다.  

병원옷을 갈아입으니 갑자기 환자라도 된듯 기분이 묘한데 팔에는 영양제까지 꽂혀 영락없는 환자 행색이다.

평생 원이라고는 두 애들 출산시 산부인과 병원에서 하룻밤씩 머문 이력이 전부인데다 주사라면 예방주사도 피하는 겁보다. 

맨먼저 눈 딱 감고 엉거주춤 팔 내밀어 따꼼! 혈액검사를 시작으로 1층 영상실로 내려가 CT촬영부터 했다.

홋겹 면옷차림으로 차디찬 금속판에 누으니 선뜩했으나 CT촬영은 잠깐만에 끝났다.

저녁 내내 간호사가 들락거리며 몇차례나 반복해서 혈압 맥박 체온을 재는 바람에 첫날은 잠을 설쳤다.


이튿날 아침부터 스케쥴대로 MRI며 다공증 검사를 받고 왔는데, 열시경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한다며 특수복에 안면보호대로 중무장한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어어~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얼어붙은듯 시키는대로 그렇게 얼굴을 치켜들고 꼼짝없이 검체 채취를 했다.  

입원자의 경우는 조금 기침을 하거나 열이 있으면 자동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건 나중에 안 일이다.

언니 친구도 예약된 라식수술을 받으러 안과에 갔더니 코로나 검사부터 받고 음성 판정받은 후 다시 내원하라더라고 했다.

CT검사 받느라 찬기운을 쏘여 아마 그통에 나도 미열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시츄에이션, 하여 창졸간에 가늘고 기다란 봉이 콧속을 드나들었고 목구멍 깊숙이까지 훑었다.

비로소 비강이 걸림없이 뻥 뚫려 있는 구멍이라는 사실도 이때 첨 알았고, 작은 생선가시 하 목에 걸려도 켁켁대던 목 역시 상수도관처럼 휑하게 열렸다는 것도 알았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그야말로 엉겁결에 COVID-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거기까지는 졸지에 겪은 일이라 처음엔 어리벙벙, 슬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마이~생각사록 기막히고 경황이 하나 없었다. 

음성과 양성, 확률상 검사결과는 반반이니 재수 사나우면 걸릴 수도 있는 코로나다.

평소 각별히 조심하고 지냈으나 바로 전 주말에 경주가서 젤로 북적대는 유명음식점 찾아 점심 저녁을 먹은 터라 그게 너무도 께름했다.  

검사 결과는 빠르면 한밤 아니면 명일 아침에 나온다고 했다.  

그때부터 경주 다녀온 죄로, 만에 하나 혹시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스트레스 수치 최고로 오르며 펄펄끓는 화탕지옥을 맛봐야 했다.


몇달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묶여있다가 보름전에 겨우 풀렸는데 하필이면 이때 건강검진 받는다며 본관 지하부터 6층은 물론 영상의학과 들쑤시고 다닌 터라 불행히도 양성반응이 나온다면 병원은 전면 폐쇄조치를 당하게 될 판.

아들은 이 무슨 낭패겠으며 영상 담당 기사나 잠깐 스쳤던 의료진과 간호사는 무슨 잘못 있다고 곤욕을 치뤄야 하나.

나자신이 코로나 걸리는 게 두려운 일이 아니라 그 생각을 하자 코에선 단김이 나고 입안은 바짝바짝 마르며 목이 탔다.

담금질도 이리 혹독한 담금질이 없었다.

아들은 폐사진이 깨끗하니 걱정없다고 안심시켰지만 결과가 나올때까지 불안하고 초조하니 조마조마하던 순간들은 바로 연옥이었.

그때부터였다. 고열이 나며 인후가 심하게 붓고 입안에 꽈리같은 물집이 잡히고 입술은 벌겋게 화농을 일으켰다.

오한이 들어 연방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 거담제 주사가 추가됐다.

침 삼키기는 커녕 숨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고 증세가 심상치 않아 이비인후과 치료에 들어갔다.

아직 코로나 검사결과를 받기도 전인데 담당의는 전혀 개의치 않고 목안을 들여다보며 성심껏 치료를 해줬다. 

의료인의 윤리강령을 떠나 특별한 사명감 없이 임한다면 코로나 현장에서 과연 일신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환자 치료를 할 수가 있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일선에 나서서 근무하던 이비인후과 의사 분과 6층 간호사 분들을 생각하면 고맙고 미안코 송구스러워 고개 깊이 숙여진다.

심야인 밤 3시 간호사가 찾아와 안심하시라며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전해줬다. 

감사합니다, 누구에게 랄 거도 없이 세상 모두를 향해 두루 합장배례하고 싶었다.

하여튼 오늘까지 꼬박 일주일 맘고생 몸고생 쌩으로 오지게 하고 무탈히 집에 돌아왔다.

그 며칠새, 카톡에 문자찍기가 거북할 정도로 손톱은 길게 자라있었다. 

겨우 불어놓은 체중은 고마 도로 빠졌고 근육량 감소도 어지간하니 체력 회복되는대로 또 걸으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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