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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군
06/24/20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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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59.xx.xx.123



어느결에 우격다짐으로 밀어닥친 새 질서에 길들여졌던가. 거부하거나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편하다. 타협의 여지같은 건 추호도 없다면? 처음엔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맞대응한다. 부정하고 분노해봤자 어림도 없다. 무력하게 주저앉아 결국은 수용하기에 이른다. 보이지도 않는 거대하고 완강한 시스템 앞에 감히 어째보랴, 이해나 납득이 아닌 체념 그리고 순응한다.


안전 제일의 틀 안에서 오도카니 도사리고 있는게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나아가 자유롭기까지 하다. 외부의 모든 게 다 조심해야 될 경계대상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희한한 세상이 도래하자 뭘 모르고 마구 손사래질부터 쳤다. 헛수고였다. 적군처럼 조용히 다가든 바이러스. 느닷없이 분출된 마그마, 붉은 용암되어 막무가내 물결져 밀려오는데 이 불덩이 감당할 자 뉘 있으랴.

 

대중교통 이용을 꺼려 아예 당분간 먼 나들이는 꿈도 꾸지 않고 자제해온지 몇달째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몸살이 나다못한 신유목민 언니는 드디어 캠퍼로 나섰다. 언니의 끈질긴 유혹을 떨구지 못해 어느 유월 이러구러 해남 길위에서 조인했다. 남도 유람 잘하고 서울에서 다시 정선으로 향했다. 백운산 운해에 빠져 사흘간 꿈결같은 신선놀음에 취했다가 부산으로 돌아오는 날. 아뿔사! 강원도에서 부산가는 교통편은 만만찮았구나. 


서울로 향하는 언니와 제천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전날 지도를 펴놓고 폰의 교통앱도 열어두고 원주로 갈까, 제천으로 갈까, 머리 맞대고 논의했다. 코로나로 이동인구가 없다보니 총총 박혀있던 버스편이 대폭 축소돼 시간대 맞추기가 까다로웠다. 문제는 어제까지 있던 버스편이 하룻새에 가뭇없이 사라지는 현상조차 다반사. 결국 부산가는 운행버스는 하루 딱 세 대만 있었다. 이른 아침 8시와 11시 그리고 오후 3시, 선택의 여지없이 11시 버스를 타고 영주 안동 영천을 거쳐 부산에 닿았다. 


그날 일찍부터 서둘러 제천 시외버스터미널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어디나 디지털화는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전처럼 줄서서 기다리다가 차례되면 조그만 창구에 대고 버스표 주세요, 말할 필요 없이 무인발권기에 카드를 넣고 티켓을 구매했다. 전자동시스템인지라 매표원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낯선 풍경이라 얼떨떨하다. 기계에 서툰 촌할무이 버스표 사려면 말 물어 볼 사람 하나 없는 바야흐로 무인시대가 도래 정착됐다. 갑자기 세상이 두렵다. 이렇게 기계에 일자리들이 점점 잠식당하는구나. 그뿐인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아날로그적인 나같은 부류는 더듬수 놓다가 도태되기 십상인 세상이다.  


겁나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버스에 올랐다. 출발 시각이 되자 기사양반 앉은자리에서 버튼 하나 눌러 문을 닫았다. 빠르게 내달리는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때가 때인만치 손님은 딱 세명뿐이다. 제천에서 동부산까지 버스요금은 26.500원. 인건비에 장거리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도 대형차라 제법 될거다. 도저히 타산을 맞출 재간이 없다보니 사업자 측에선 차편을 최대한 줄인다, 기사는 직장을 잃고 주유소는 수입이 줄어들고....도미노현상처럼 줄줄이 무너진다. 아찔하다. 몰아닥칠 한파는 서릿발같으리라. 앞으로의 세상 그런대로 적응해 맞춰가며 살아야 가겠지만, 돌아보니 지난 시절 그때가 좋았군. 

https://blog.naver.com/kubell  새 놀이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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