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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나는 부둣가
04/03/2020 21:30
조회  390   |  추천   1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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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리마을 부두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를 타고는 와봤지만 걸어서는 처음이다.

어촌마을답게 온데 비릿한 내음이 배어있었다.

양쪽 방파제 끝에 붉고 흰 등대가 서있어서 멀리서 건너다보면 꽤 운치있던 바닷가였다. 

막상 와서 찬찬 살펴보니 어느 해안 마을이나 그렇듯 해조류 떠밀려와 너저분한 포구엔 낡은 동력선이 기름 흘리며 서있고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제법 됐다. 

부둣가 가건물 늘어선 골목 따라 천천히 돌다보니 처음 보는 낯선 정경이 곳곳에서 기다렸다.

겹겹이 쌓인 생선상자며, 길바닥에 냉동꽁치를 부려놓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 무더기며, 빙 둘러 낚싯바늘이 달려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며 그 모두가 호기심 일구기에 충분했다.

비닐 너풀거리는 가림막 안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어구 정비하느라 바쁜 노인에게 궁금한 걸 물어봤다.

어떻게 고기를 잡는 건지, 무슨 생선이 잡히는지, 언제 출항하는지 등등.

그물이 아닌 주낙 어업(연승어업) 방식으로 장어와 납세미, 열기를 주로 잡는다 하였다. 

미끼를 단 낚시 바구니를 어장에 뿌려고 밤새 기다렸다가 새벽에 거두어들여 귀항한다고

이 방법으로 잡은 고기는 그물로 잡은 고기보다 신선도가 높아 가격이 좋다는 말도 후렴으로 따라왔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기에 부업하러 올까요? 했더니 초보는 어림도 없다며 설레설레 손사래질.

주낙줄이 엉키지 않게 잘 정돈하는 것도 기술이고, 손목 아프도록 밑밥미끼 써는 일도 기술이 필요하며, 배가 들어오면 펄펄

뛰는 생선 목에 걸린 낚싯줄 끊어내는 일도 아무나 못한다는 것.

어부와 해녀가 사는 이 갯마을은 주로 연안어업(沿岸漁業, coastal fishery)에 종사하며 살아들 간다. 

호안에서 가까운 어장에 나가 작은 동력어선으로 고기를 잡는 방식이 연안어업이다. 

코로나가 극성부리는지 말세타령이 나오는지 개의치 않으나, 단 경기가 너무 안좋아 죽을 맛이라는 넉두리 늘어놓으면서도

손길만은 빠르게 하던 일을 이어갔다.   

모처럼 본 그 담박함이 그 씩씩함이 그 의연함이 그 강건함이, 안절부절하는 세상과 대비돼 경이롭고도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산벚꽃 기슭따라 환하고 분홍 복숭아꽃 촌색시처럼 수줍게 돌담 아래 피어있는 고샅길로 들어섰다.

부두를 감싸안듯 옹기종기 모여앉은 어촌은 비교적 반듯한 규모갖췄고 맨 윗길에 우람한 당산나무 오연하기에 올라가 보았다. 

마을을 지키는 신목인 노거수 홰나무는 해풍에 시달려 구부정한 자태라서 더 신령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무가 선 언덕 인근에 떠도는 향내음은 자태 음전한 해신당에서 흘러나오는가, 아니면 기분이 그럴싸해서인가.

올해는 역병 여파로 봄마다 열리는 동해안별신굿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안내문이 마른 대나무가지에 걸린채 찢겨져 있었다.

어쩌다 요상한 세월을 만나 비록 풍어제는 못 올렸지만 어민들의 안전과 마을의 평안을 지켜줍시사 비손이라도 하고싶었다. 

풍어굿인 별신굿은 토속종교의식이라기보다 근자엔 마을단위 문화축제로 자리매김돼 주민 모두가 한바탕 흥겹게 논다고 했다.

북장단에 괭과리, 징 어우러져 쾌자자락 날리며 '막아라, 막아라, 온갖 살을 막아라~'휘휘 감겨드는 무가도 들을만 하다는 

금년봄 놀이굿 구경은 글렀으나 명년봄을 기약하며 온데 유채꽃 하늘거리는 학리마을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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