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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포드가 얘들 집
03/27/202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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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저마다 방향 다른 시선 

예쁜 아기고양이에게 누군가 박스와 깔개를 마련해줬으나 태풍 지나가자 다 사라지고

희고 누르고 검어 얼룩덜룩 제멋대로 뒤섞여 나온 F2? F3?

황금고양이는 털 빛깔 곱지만 꼬리 뭉툭해


                         유년시절, 작은할아버지 댁에는 흰바땅에 까만 점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다.

성정대로 조용하고 껄끔한 나비였다. 

작은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 쏜살같이 대청 들보를 타고올라가 쥐를 쫒던 민첩한 고양이.

곳간에 들끓는 쥐 때문에 키우던 냥이는 나비야~부르는 할머니 음성에나 겨우 고개들어 아는척 했다.

그외는 거들떠도 안보며 황족놀음하던 냥이는 허구헌날 안채 양지쪽에서 고롱거리며 잠만 잤다. 

곡식 축내는 쥐를 막아준다고 할머니는 끼니때마다 조그만 사기접시에 밥이랑 갈치 끝토막을 얹어줬다.

깨작거리며 알뜰히 생선뼈 발라먹고는 얼굴과 몸통 소제하느라 정성들여 핥던 냥이.

비릿한 냄새까지야 어쩌지 못하지만 언제봐도 새촘하니 몸짓이 우아하고 날렵했다.

장난삼아 광에 들어가 냐오옹~소리 흉내만 내도 실제로 쥐들은 흠칫 놀라 숨어버렸다.

그때는 도둑고양이가 더러 마을 고샅길을 살금살금 돌아다녔을 뿐

길냥이라는 건 아예 없었다.


 전에는 냥이 개체수가 지금처럼 많지가 않았다.

요즘은 도시고 농촌이고 어촌이고 산간 야영장 근처에도 길냥이가 자주 돌아다닌다.

살아갈만한 환경이 되어서인가?

우리동네에도 길냥이가 흔하디 흔하다.

얘네들 거처인 바닷가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은신처이자 집이다,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길냥이, 아파트 단지처럼 아예 떼지어 군집한다. 

일년에 두세번씩이나 되는 번식기와 한번에 대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 습성으로 개체수 증가가 한층더 가파르다.

거기다 성장속도도 빨라 비실거리던 애기도 어느새 윤기 자르르 흐르는 성묘가 된다.

길냥이는 애초부터 길냥이가 아니었다.

길냥이가 낳은 고양이는 길냥이가 되는 거지만 어미도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길냥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누군가가 예뻐하며 기르다가 유실 또는 유기 당한 고양이일테니까.

한국은 반려동물 천만시대라 한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문화는 수준미달로 동물학대를 넘어 동물유기도 빈번하다보니 

아래 사진 같이 고발창구가 열려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새끼일적엔 어느 동물이나 귀엽긴 하지만 고양이 새끼는 특히 정말 사랑스럽다.

그래서 아이들은 단박에 보석알같은 눈에 반해버려 부모 조르고졸라서

조막만한 애기고양이를 분양받아 안고온다. 

그처럼 애지중지 키우다가 주인의 부주의로 분실되는 경우와 여러 사정으로 버려지며 길고양이가 됐다.

집없이 길에서 살아가야 하는 열악한 환경 때문일까.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기 냄새가 밴 장소에 특히 집착한다.

그게 비좁은 건물 틈새건 허름한 창고 구석이건 하다못해 하수도관 속일지라도. 

영역을 표해둔 곳에 다른 녀석이 끼어들라치면 혈투를 벌여가며 그 자리를 지켜낸다.  


고양이가 한국에 살게 된 시초는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 되었을 때로

불경을 갉아먹는 쥐들을 퇴치하고자 들여왔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외국에서 다양한 종의 고양이들이 수입되었다.

따라서 여러 종이 혼합돼 지금은 그 녀석이 그 녀석 같다. 마치 성형미인들처럼. 

이 동네 고양이들도 그렇다. 

매양 그 넘이 그 넘 같다,

다만 꼬리가 잘린듯 유독 뭉툭하거나 눈병이 난 냥이가 많은데

이는 태에 있을 때 어미 섭생이 시원찮아서 기형이 된거고 불결한 환경 탓에 안질도 잦다고.

야생에서 험하게 자란 냥이들이라 혹시나 싶어 쓰다듬어 주기는 아무래도 저어된다.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매양 성정 까칠하기만 한 냥이.

  원래부터 예민한데다 조심심이 강한 동물이라 인기척이 들리면 고마 연기처럼 사라진다.

 허나 이 동네 길냥이는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

방파제 낚시터 주변에 진을 치고 사는 길냥이들은 

낚시한 작은 생선을 건네주면 덥석 물고 테트라포드 사이로 잽싸게 숨는. 

딸내미와 통화하던 중 이 동네 길냥이들은 생선을 늘 먹어서 그런지 다 살이 쪘다고 했다. 

 그 말에 듣자 딸내미는 살 찐게 아니라 부은거라며 여가선용차원에서 생수공급이나 좀 해주라한다.

사람도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붓듯이 냥이도 신장에 탈이 생겨서 그렇다면서. 

태생적으로 신장 약한 고양이라 식수부터 꼭 챙겨주라고 당부하는 딸내미 말대로 일과삼아 물배달 나선지도 한참.

낚싯터 강태공들도 은근 자랑하듯 "고양이에게 물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은 후부턴 저도 자주 물을 갈아줘요" 한다.  

계몽효과가 자리를 잡아가는듯 근자엔 물이 별로 마르지 않아 내가 좀 느긋해졌다.

 


고마운 생명수 챙겨준 얼굴 각인시켜 두려는

눈망울 또렷한 아스팔트위의 흑묘

딸기그릇에 물을 부어주자 실컷 할짝거린 다음 물러서는 냥이들

야영장 숲에서 밤되길 기다리는 음식쓰레기 청소부

물그릇이 번번 바람에 날아가버려 때로는 종이컵이 대용품 

너저분한 공터에 깃든 길냥이라도 맵씨만은 소공녀처럼

이처럼 고양이마다 몸피 둥실둥실 두리뭉실

볕부신 햇살에 시린듯 눈 지긋 감고

테트라포드 둥지삼아 살아가는 길냥이 무리

시동 끈 자동차 여열로도 추운날 위안삼 길냥이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조황 시원찮아 끝내 낚싯대 거두는 아저씨 곁에사

양지쪽이나 아랫목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걸 좋아하는 냥이

동물학대는 생명을 아프게 하니 범죄, 등산로 입구 현수막 

마른 과매기 엮음 아래 군침 삼키는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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