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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과메기 타령
01/06/20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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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근 해역은 고래잡이로 유명했다. 오징어며 명태는 근자에도 많이 잡힌다. 특히 전국 대게 생산량의 절반을 공급하는 동해안의 어항 구룡포.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구룡포(九龍浦)라 불린다. 신라 진흥왕 때 장기 현감이 지나가다가 천둥과 함께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바다에서 용이 떼거리로 승천하였다는 목격담은 현대과학으로 풀자면 바다의 '용오름 현상'이 아니었을까.



끝모르게 푸르른 바다 청정해역에서 건져올리는 청어며 꽁치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반건조시킨 발효 식품이다. 청어를 바닷물에 씻은 후 꼬챙이로 눈쪽을 꿰어 말리기에 애초엔 관목어(貫目魚)라 불렸다. 영덕과 구룡포 지역의 향토음식이었던 과메기가 겨울철 특미로 대중의 인기품이 되었다. 등푸른생선이 가진 풍부한 영양가가 알려지면서부터다. 과메기가 지천인 구룡포 죽도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어항에 딸린 시장이라 해물 종류도 다양하고 젓갈류도 많았다. 




해풍에 몸을 말리는 과메기 꾸러미를 보나따나 과거 풍랑 거센 날이면 파도따라 밀려드는 청어를 갈고리로 긁었다고 해서 붙여진 까꾸리계란 지명도 생길만하다. 구룡포 어디나 해안가는 물론 죽도시장에서 흔히 눈에 띄듯, 줄줄이 엮인채 대가리쪽에서 기름 똑똑 떨어뜨리던 과메기들. 약한 비위라 쥐포도 못 먹는데 꾸들꾸들 말린 과메기를 입에 넣으면 비릿할 거 같았다. 윤기 자르르한 외양대로 기름진 맛이 일품이라지만 먹는 시늉만 냈다.  




대한민국 어딜가나 흥청망청 널린게 지역 대표음식이라는 여러 종류의 먹거리들이다. 전에는 먹지 않던 벼라별 식물, 해물들이 지금은 웰빙식품으로 격상되어 대접받는다. 그런 식당마다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그렇게 지역경제가 잘 돌아가야 나라경제도 따라서 같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 두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원활히 돌아야 전체적으로 국가라는 공장도 잘 가동될 터. 하지만 힘겹게 버는 넘 따로, 쓰는 넘 따로에 엉뚱한 넘이 줏어먹기도 한다면 일할 맛이 과연 날까.


처음 한국을 여행하며 관광홍보 팜플렛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고품질이라 눈에 거슬렸다. 소장품도 아닌 일회용 안내책자이니 쉽게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팜플렛을 그리 고급지게 만들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다. 고속도로휴게소 공중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된 걸 보고 허참~기가 찼다.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과한 조형물로 치장을 넘어 떡칠을 한 걸 보면서도 어이없었다. 세금이 줄줄 새는 현장을 접할때마다 퍽 안타까웠고 아무리 제돈 아니라지만 헤프다는 느낌 지울 길 없었다. 대량생산시대라 대량소비가 답, 혹자는 그렇게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더라만.


갈수록 사람들 씀씀이는 마냥 커졌다. 그렇게 허황된 낭비를 부추기며 소비천국 나아가 황새가 뱁새 흉내질들 하는 건 아닐까도 싶다. 보릿고개 세대들은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뭐든 낭비는 죄라 여긴다. 흐르는 시냇물도 마구 쓰지 않았고 가을볕도 소중히 썼던 사람들이다. 건전한 소비생활 운운하면 젊은세대들에겐 공감되지도 않을 뿐더러 꼰대들 사고방식이라며 아예 외면해버린다. 욕망의 사다리 기어오르며 낭비가 미덕이라는 병적 신드롬에 빠져버린 사회라 거짓과 사기가 판을 치는지도 모르겠다.


이른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물회를 먹기엔 날씨 우중충해 께름하고 대게까지는 좀 성가시고 매운탕은 어디서나 흔한 메뉴...돌아다니다가 얼큰해 보이는 구룡포 별식인 모리국수를 주문했다. 경상도 사투리로 '여럿이 모이가 먹는 국시'라서 모리국수라 했다던가. 홍합, 오징어, 미역치, 아귀, 바다메기, 대게 등을 넣어 푹끓여서 손칼국수와 고춧가루 풀어 바다의 깊은맛을 냈다. 식탁 불판 위 커다란 전골냄비에서 갖은 해물과 콩나물, 시금치가 어우러져 끓여낸 국물맛은 구수하고도 시원했다.

 

푸짐하게 잘 먹고 귀갓길에 올랐다. 어둠살 내리는 영일만을 지나 포항 경주 울산으로 향하는 동안 차창밖은 내내 불빛 하나없이 새카맸다. 터널이 잦은 것으로 보아 산악지대인듯 60년대 벽촌이나 다름없이 암흑천지를 이룬 바깥세상. 불야성을 이룬 도회지나 관광지에만 사람들 모여들어 바글거릴까 조금만 외곽지대로 벗어나도 그냥 자연의 품섶이다. 봄비같은 보슬비가 고요히 내리는 밤이었다. 빙판길을 만들지 않은 푸근한 날씨가 고마웠다.



 

                                                                                                                           <바닷가 오두막 일기 3> 

구룡포, 과메기, 모리국수, 피데기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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