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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다 꼴깍
01/01/20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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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긴 강(江)에 순풍을 만난 범선(帆船)의 운이로다.

구름 속에서 달이 나오니 경치가 새로워 보이는....

봄이 깊어지며 백가지 꽃이 만발하고....

목마른 용이 물을 얻었으니 그 조화가 무궁무진하구나.

용이 물을 얻으니 하는 일마다 성취하리라.     

단비가 내려 백가지 곡식이 풍성한 격이다.

소망이 이루어지니 얼굴에 희색(喜色)이 가득하구나....

흐미~침이 다 꼴깍 넘어간다.

실실 웃음기가 번지며 입이 귀에 걸린다.

컴퓨터가 벼라별 걸 다 알려준다.

생년월일을 넣고 클릭, 한해 총 운세와 월별 운이 나오는데 첫머리부터 대번 맘을 휘어잡는 귀절이 이어진다.

좋을시고~천리 긴 강(江)에 순풍을 만난 범선(帆船) ...그 대목만으로도 충분하다.

행복은 예약되었다.ㅎㅎㅎ

해에 대한 기대심리와 놀이적 요소가 복합된 풍습의 하나로 재미삼아 보는 토정비결이다.

오래전, 그러니까 1986년 봄에 쓴 아래 글<까치소리와 토정비결>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서른 여섯 고개에 선 그해는 조병화선생이 주관하던 <문학정신>의 추천과 동시에 부산문화방송 신춘문예로 데뷰를 한 해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문득 꽃핌을 본다..' 던 토정비결 귀절대로 그해 봄 기쁜 일을 겹으로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88년부터 연달아 성급히 묶어놓은 몇몇 흔적들....

주렴을 반쯤 열고, 산은 저 혼자일 때 아름답다, 흔적을 지워가며, 물고기 종소리, 먼 섬에서 꿈꾸다,좀 철든 이제사 민망스럽다.


 


까치소리와 토정비결

 

집 가까이 산을 두고 사는 나는 자주 까치소리를 듣는다. 새 아침을 열며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소리는 청량히 맑아서 귀를 모으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만날수 있는 새라 한결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백과 흑이 깔끔히 조화 이룬 몸매에다 상쾌한 목청, 그리고 해충을 먹이로 하는 까치는 거의 국조 대우를 받고 있다.

잡다한 일상의 편편 속에서 문득문득 듣게 되는 까치소리.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까치소리의 향방을 쫓는다. 어느땐 저만큼 물러선 언덕의 미루나무에서, 가끔은 앞 집 TV 안테나에서 꼬리를 까닥대며 예의 그 맑고 높은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는 까치.

까치소리는 들을 때마다 매번 무언가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달착지근한 감회에 젖게 한다. 더구나 아침녘에 그 소리를 듣는다면 그 하루는 기꺼운 기다림으로 들뜨기 일쑤다. 미신이든 속설이든 어떠랴. 까치소리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짐에야.

하긴 나는 대체로 미신 따위에 약하다. 그래서 가리는 게 많은 편이다. 이사 날짜와 위치 등을 뽑아 보며 부질없는 짓이라 여기다가도 한마디로 좋은게 좋지 않겠나 싶다. 굳이 나쁘다는걸 억하심정으로 우겨 역행할 만큼한 용기도 담도 없는 셈이다. 절에 다닌 이후 미신에 어깨 기대는 일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실 미신이나 속설에는 전혀 이치에 합당치 않은 터무니없는 것들이 많다. 밤중에 손톱 깎으면 안되고,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나쁘고.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들어온다는 둥. 그 외에도 저녁 거미를 보면 재수없다고 잡아 버리고 아침에 내려오는 거미는 좋다며 반기는 것도 그렇다. 사실 방안에 있던 거미가 돌아다니는 건 밤이건 아침이건 거미 맘 아니겠는가. 구태여 거기에 의미를 붙이고 재수 운운하는 건 아무래도 우습다.

그러나 미신이라 치부하고 무시해버리는 것 중에는 그래도 건질만한 내용들이 있다. 말하자면 과학적으로 증명되거나 신빙성 있는 것들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미신을 장려 내지 권장하는 건 아니다. 벽에 못 하나 치면서도 방위보고 일진 보는 극성파에다 심지어 사주팔자를 좋은 시각에 맞추기 위해 미리 뽑은 사주에 맞춰 길일 길시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다는 한심파도 있는 세상이니.

하지만 밤에 불장난 치면 오줌 싼다는 얘긴 위험한 불장난을 못하게 하기 위해 창피스런 오줌싸개와 연관시킨 재치가 일품 아닌가. 짭짭거리며 소리내 밥을 먹으면 복이 나간다는 말도 식사예절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고.

아직도 나는 아이들 이를 갈때 빠진 이를 지붕에 던진다. 그리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가져가고 튼튼하고 예쁜 새 이 다오’ 하며 아이와 함께 리듬까지 섞인 기원을 보낸다. 그것은 어쩌면 고르고 건강한 이를 갖기위한 자기 최면의 한 방법일 것이다. 얼마전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 송곳니가 흔들리자 막내는 걱정스레 말했다. 내 이빨 던질 지붕이 없잖아 하고.

내친 김에 좀 창피한 얘기도 털자. 왠지 나는 돈벌레라는, 발이 쉰 개쯤 달린 벌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벌레의 모양이야 지네를 닮아 징그러운 데도 집 밖으로 몰아내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갑이 부품해진 듯하니 흐뭇할 밖에. 마루에 기어가는 돈벌레를 보면 일부러 애들 아빠까지 부른다. 이러한 속물근성에 웃는 이도 있으리라.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무욕으로 살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인간의 끝없는 갈구가 없었다면 아마 역사마저 정체되었을지 모를 일이고.

올해, 신년 벽두에 토정비결이라는 걸 보았다. 신년초라면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실천해 나갈 자세 가다듬을 시기. 헌데 어느날 서점에 들렀다가 재미 반 기대 반으로 슬쩍 본 토정비결을 종내는 사들고 나왔다. 왜냐하면 구구절절 너무 좋은 내용뿐이어서.

 용이 큰 못에 잠기니 작은 것 쌓아 큰 것 이루도다. 달 아래서 거문고 타며 한가히 높은 당(堂)에 앉다. 봄에 꽃다움을 찾다가 문득 꽃핌을 본다‥‥‥.

정말 기막힌 문장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단언하건되 아직까지 그 이상 희망적인 내용의 명문장은 본 바 없다. 토정비결을 썼다는 이지함 선생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안 맞은들 어떠랴. 일년 내내 읽고 또 읽으며 두고두고 혼자 흐뭇해하면 됐지.

하긴 너무 좋은 토정비결치고 맞는 것 못 봤다 한다. 사실 여기 나와 있듯이 매양 좋다면 아마 일 년에도 몇 번씩 행복에 겨워 까무러치치 않겠나. 논리적이고 명징한 결론을 낼 줄 아는 서양식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이지만 동양철학의 오묘한 우주관도 수긍하는 우리가 아니던가.

이래저래 올해는 날마다 까치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86. 3》 


                                                                                                                            <바닷가 오두막 일기 1>


새해맞이, 동해일출, 토정비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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