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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때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부모
11/24/20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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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에서 책 여러 권을 빌려왔었다.

흥미로운 읽을거리만 골랐는그 가운데 하나인 <용서라는 고통>은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 않아 몇 주째 반납을 못한 책이다.

대출신청 대기자가 많은 <반일종족주의>와 <82년생 김지영>은 제 날짜에 맞춰 제까닥 돌려줬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용서를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용서는 피해자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며 위로한답시고 그리 말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수이자 신부인 저자 스티븐 체리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용서를 마치 권리나 의무처럼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그는 강조하였다.

이 책은 한참전 켄터베리 대주교가 사순절 묵상 도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살인 범죄로 10대 아들을 잃은 어느 여인의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들을 꼭 용서해야 하는 건가요?”

당시 교구 사제였던 스티븐 체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겨우 입을 뗀다. “용서를 떠올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너무 이르지요.”

이미 용서를 주제로 박사논문까지 쓴 스티브 체리였다.

하지만 막상 ‘용서가 절절한 현실이 돼버린 피해자의 고통’ 앞에서 그동안 자신이 믿고 의지해온 이론과 종교적 신념은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경험 이후 체리는 더 집요하게 이 문제에 매달려 신학과 의학, 심리학과 인지학 등의 연구 자료를 샅샅이 훑었다.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아프리카에 갔을 때는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반인륜적 흔적을 전해줄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로부터 만델라와 투투 주교가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 팩트인 참혹한 사건의 결과들 두고, 어쩌면 무조건적인 용서를 외치는 이들과 화해를 강조하는 이들은 용서받아야 할 인생을 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용서의 어려움을 안다면 쉽게 올릴 수 없는 말이 '용서'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 웜비어 부모의 인터뷰 기사가 싸하게 폐부를 관통하며, 며칠째 잡고 있는 책의 접어둔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게 했다.

아래 책 본문을 그대로 옮긴다.

....심각한 상처를 입힌 행위는 지독한 혐오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 끔찍한 행위에 본능적으로 표출되는 격분과 절규의 반응을 보이는 피해자와 연대감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교감이고 치유의 길이다.

피해자가 가숨속 깊은 비탄과 고통의 지옥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 있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귀 기울여 듣는 공감의 자세. 이러한 마음가짐만으로도 이미 치유의 길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산산조각난 마음을 다시 하나로 그러모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이해와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은 소외되었던 내 안의 자아를 다시 보듬어 안게 해주고 참을 수 없는 기억을 참을 수 있게 해주며 사별로 인한 견딜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도 다시 미래를 꿈꾸게 해준다. 이는 인간의 치유에 대한 놀라운 증거이자 용서로 가기까지 거쳐야 할 기나긴 과정의 첫 시작이다. -P 251

오토 부모님의 방한 인터뷰 기사대로, 벌써 몇 년째 북정권의 만행에 대해 미국 행정부를 움직이도록 힘썼던 그들은 세계인권협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죽을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한 인터뷰 내용이 위 문장에 자연스레 오버랩됐다. 
저자 스티븐 체리는 무분별한 용서 신드롬의 폐해를 적시하면서 이런 풍조야말로 상처 입은 이를 재기불능의 황무지로 몰아넣는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용서가 복수의 문제라면 계획하고 실행하면 그만이다.

인과응보의 문제라면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고, 의지의 문제라면 참고 견디면 된다.

하지만 용서는 피해 당사자 외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적 갈등과 긴장상태를 요구한다.

그 속에서 그는 절망과 분노의 이중고를 견디고 힘겨운 현실인식을 지나 투쟁과 자기성찰에 이르는 과정을 하염없이 감내해야 한다.

그러므로 용서란, 결코 종결되지 않는 고통이라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용서라는 고통 #스티븐 체리 #오토 웜비어 부모 내한 인터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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