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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이름은 리강.
11/25/2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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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딱 세 번 만난 그때 그 친구, 이름은 리강.

스물 셋 젊은 소저인 그녀와 만나게 된 건, 봄비 부슬거리는 오후에 점심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서였다.

메뉴판을 들고 나온 동양여인을 보자 일식집이기에 당연히 일본아가씨인 줄 알았다.

일본말을 모르니 영어로, 스시에 곁들여 따끈한 국물음식이 먹고싶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인? 하고 묻더니 "안녕하세요" 어눌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그렇게 인사부터 했다.

중국에서 건너와 불어공부를 한다는 그녀, 유학생이 아니라 자기는 파리에서 눌러살 작정이라고도 했다.

몽파르나스 역 근처 스시집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그녀와는 이후 죽 필담으로 얘기를 나눴다.

A4용지에 달필로 써준 리강이란 이름, 중국 계림에 있는 이강에서 본 '떠날 이(離)' 앞에 삼수변이 붙은 '리'자에 마오쩌둥의

부인 강청 이름에서 본 그 '강'이었다.(리란 한문이 네이버는 먹히는데 이 블로그에선 ?로 나와서리 한문없이).

70대인 내 경우, 중등학교 시절 한문시간이 있어 웬만한 한문은 읽을 줄 안 덕에 그녀와 많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식당을 찾았다.

전과 달리 이번에 그녀의 도움이 필요해서였다.

이박삼일 파리에 머물며 관광을 할 참이라서 몽파르나스 역을 근거지 삼아 '나홀로여행'을 하기 앞서 호텔부터 정해야 했다.

인근에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호텔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곧바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뭐라뭐라 주고받았다.

그녀는, 남친도 주변 호텔은 잘 모른다며 다만 역 부근이라 뒷골목은 가지말고 되도록 큰 길가 반듯한 숙소 정하라 조언해줬다.

유월 햇살 따가워 땀도 나는데다 등에 매달린 내 무거운 배낭부터 처리해야 하는지라 아무데나 가까운 데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얼른 앞치마를 벗어놓더니 카운터에 몇 마디 남기고는 손으로 자기를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앞장서서 여러 군데 호텔을 돌면서 유창한 불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가격, 안전도를 따지더니 대로변 한 호텔을 낙점하고는 어떤가를 물었다.

외관도 깨끗하고 아래층에 레스토랑도 있고 가격대도 알맞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키를 받아들고는 그여히 실내까지 다 둘러보고는 창문 걸개장식 등 안전장치를 챙겨주고 돌아갔다.

머리칼을 올백으로 빗어넘겨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그녀의 자그만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와 있었다.

그날부터 파리를 떠나기 전까지 미술관으로 어디로 마구 쏘다니느라 그녀를 만날 짬이 없었고, 귀국 전날 오후에야 그녀가 일하는 스시집으로 갔다.

마침 저녁때라 같이 식사도 할 겸, 파리 뮤지엄패스 2일권을 샀으나 하루치 밖에 사용하지 않아 나머지를 쓰도록 그녀에게 티켓을 건네줄 참이었다.

그녀는 티켓을 받더니 와우~비싼 건데, 하며 좋은 식당을 알고있으니 자기를 따라오라기에 부지런히 그녀 뒤를 따라 걸었다.

사실 그날은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무진 아팠지만 내색할 계재가 아니라서 빠른 발걸음으로 뒤따라갔다.

비로소 당도한 곳, 그녀가 안내한 곳은 뜻밖에도 한국식당이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정갈한 한정식 차림은 당연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젊은 중국인 소저의 속깊은 배려심에 내심 뜨거운 것이 뭉클 치솟았다.

더구나 자신은 파리 사람이니 먼데서 온 객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건 당연하다며 막무가내로 내 카드를 제치고 부득불 식대계산을 하는 바람에 어찌나 미안+민망하던지.

그녀의 이메일이며 전번까지 사진에 담아왔는데 유감스럽게도 한달간의 여행사진을 몽땅 날리는 바람에 지금은 연락할 길마저 끊어진 리강.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유럽을 찾을 여행계획도 없다보니 더욱 아쉬운 그녀와의 인연줄이다.

이렇게 고맙고도 귀한 만남의 인연이 추억속에만 간직된채 그냥 스러져버리고 만다는 게 정녕 아쉽기만 하다.

모쪼록 그녀의 미래가 뜻한 바대로 순조롭기를, 튼실하게 타국에 뿌리 내리기까지 하늘의 도우심 부디 함께해주시길 기원한.


#파리 #몽파르나스 #그녀 이름은 리강 #파리뮤지엄패스 #나홀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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