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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솜사탕의 추억
10/16/20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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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장장 1천 3백리를 흘러흘러 남하한 낙동강.

 그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하구 습지인 을숙도 인근에 조성된 대저생태공원은

부산에서 낙동다리 날렵하게 뻗은 철를 건너면 곧바로 닿는데요. 

이른 봄 유채꽃길로 근동에 명성 자자한 그곳인데 

가을들어 연분홍 주아사 치마자락 아른아른 펼쳤다는 기별이 왔더라구요. 

바람 소슬하니 청량한 가을날 핑크뮬리를 찾아나서서 처음으로 연연한 핑크 자태와 만났는데요.

핑크뮬리의 바른 명칭은 pink muhly grass(핑크뮬리글라스)이며

학명은 muhlenbergia capillaris(뮬렌베르기아 카필라리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네요. 

꽃은 아닌,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신비로이 한들거리는 모습에서

 부드럽게 나부끼는 이국여인의 머리카락이 연상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핑크뮬리와 상봉한 순간 유년기의 가을 운동회가 떠오르더라구요.

깜장 광목 빤쯔에 청백 머리띠 질끈 매고 만국기 하늘 높이 펄럭이는 교정에 들어서면

운동장 가득하던 둥둥 북소리 와와 함성소리 그리고 선생님 호각소리. 

  그날이면 으레 천막 아래 임시점방이 운동장 가생이따라지어 자리잡았고 

  목판을 진 엿장수와 실에 꿴 삶은 밤 꾸러미를 파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설탕을 녹혀 금속판에 붓고 납짝하게 누른 다음 물고기나 각종 모양을 찍어 놓은 걸 뽑기도 했구요. 

 뭐니뭐니해도 당시 꼬맹이들 최고 인기품목은 솜사탕이었을걸요. 

솜사탕기계가 빙빙 돌면서 연분홍 솜털을 만들어내는 것만도 신기한 마술 같았지요.

  설탕이 자아낸 가는 실을 나무젓가락에 휘감아 건네주면 눈이 먼저 곱고 이쁜 색에 홀려버렸구요.

  솜처럼 폭신하면서 달콤한 맛에 정신없이 빠져들며

사르르 녹아내리는 입안의 감촉에 반해 가만 눈이 감기던 아주 오래전의 그 기억.

콩주머니 던지기를 하고 가슴 두근거리며 바톤 건네주는 릴레이를 하던 운동회날, 

일년내내 깜쪽같이 숨어있다가 그날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환상의 세계를 펼쳐주던 솜사탕 장수.

 연분홍 그 솜사탕을 회억케 해준 핑크뮬리였지만요. 

  국화와 갈대와 코스모스로 상징되던 가을이 외래종 틈입자 핑크뮬리 교란되지 않았으면 좋겠더라구요.

몽환적인 이국 정서에 취해, 오래 묵은 것들을 식상했다며 홀대하거나 외면하지는 않나 싶었어요.

  지자체마다 Grass garden을 만들면서 조경을 위한 씨앗값만도 수 억의 외화가 지출된다는데다

이쯤에서 환경과 생태문제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나요?













핑크뮬리, 분홍쥐꼬리새, pink muhly grass(핑크뮬리글라스),부산 대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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