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bell
촌장(kubell)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7.15.2012

전체     538695
오늘방문     156
오늘댓글     4
오늘 스크랩     0
친구     0 명
Blog News Citizen Reporter
2015 Koreadaily Best Blog
2014 Koreadaily Best Blog

  친구 새글 더보기
  달력
 
수련 연못에 빗방울
04/26/2019 08:30
조회  942   |  추천   16   |  스크랩   0
IP 183.xx.xx.113














난생 처음 일본땅을 밟았다. 부산에 사는 이들은 맘만 먹으면 쉽게 가볼 수있는 일본이다. 1920년대 '사의 찬미'를 노래했던 신여성 윤심덕이 연인 김우진과의 비련을 마감한 현해탄 바다 건너자마자 바로 일본.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훼리를 타고 밤새 물결 위에 시간을 얹기만 하면 이른아침에 닿을 수 있는 일본땅이다. 


부산 살적에 일본 정도는 워낙 지척거리라 당일치기 관광을 하고 다시 밤배로 귀국할 수 있었으나 한번도 간적이 없는 나라다. 그만큼 일본에 대해 사무치는 감정이 북받쳐오르는 우리가 아니던가.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는 뿌리깊은 반일정서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이제는 반일에서 극일로, 일본보다 한층 더 잘 사는 선진국가를 만들어 보기좋게 그들을 앞서가야 하는데. 


일본에 닿은 첫날 봄비가 안개처럼 부드러이 내렸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과히 반갑지 않으나 장소에 따라서는 그윽한 운치를 돋워주기도 하는 비. 내밀한 감성의 현을 슬몃 튕기는 고즈넉함이랄지 사무치는 유현함이 좋은데다 눅눅한 누기는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게 해준다. 작은 연못에 비 내려 수없이 동그란 파문 그리면서 수련 가녀린 이파리 출렁대는 고찰. 겨자빛 새잎 몽글거리며 피어나는 서정적 풍경이 액자속 그림 역할을 해서일까. 깊은 선정에 든 구도자이듯 그 적요에 묻혀 지그시 눈 감은채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그런 곳.


물고기 낚아주는 새, 가마우지 이름이 떠오르는 야마구치에서도 딱 그런 심정이 드는 장소가 있었다. 시모노세키를 포함하는 야마구치(山口)는 안개비 아래 낮으막산지에 싸안긴채 우수에 잠겨있었다. 봉건시대인 도쿠가와 막부를 끝내고 일왕 중심의 중앙집권적 근대시대를 메이지유신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지역인 야마구치현이다. 정계의 거물 요시다 쇼인과 이또 히로부미의 고향이자 현 수상 아베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일본 보수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


야마구치현 보령산 루리코지(瑠璃光寺)는 이 지방 출신 한 사무라이 무장이 가족사찰로 건립했다는데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달라 별로 호가지 않았다. 울긋불긋한 불단과 근육질 관음보살상은 낯설기만 했다. 다만 한철 벚꽃과 매화로 사랑받는다는 절 앞 향산공원 5층탑은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로, 호수에 비치는 목조 5층탑의 반영 그윽한데다 루리코지 경내의 정원은 수채화 한폭같았다. 이미 벚꽃 낙화되어 이울고 매화만이 홀로 붉은 향산공원엔 우중임에도 웨딩사진 촬영중인 팀이 화사한 기모노 차림으로 뭇시선 아랑곳않고 포즈를 취했다.  


온천지대인 야마구치에서는 편안한 느낌이 드는 료칸식 숙소에 들어 독톡한 목욕문화를 접해보았다. 온천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객실마다 기모노와 비슷한 유카타와 편백나무향 짙게 밴 개인욕조가 마련돼 있었다. 이에 더해 가족탕, 공중탕과 자연 속의 노천온천에서 느긋하게 심신을 릴렉스시켜볼만한 쉼터이기도 했다. 창밖 비바람에 도화꽃잎 지는 소리 들으며 잠들었으나 이튿날 아침은 청명히 개여 하늘빛 푸르렀다. 간밤 꿈길엔 내내 수련 뜬 연못에 순하게 내리는 빗방울이 무수한 동그라미를 그렸던 것 같은데.









이 블로그의 인기글

수련 연못에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