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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 신유목민
04/11/20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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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운동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진작에 예약해둔 캠핑장에 갈 수없었다. 칠십 접어들며 맛들이기 시작한 캠퍼생활을 여섯해 째 즐기 형부와 언니다. 무엇보다 두분 취향이 딱 맞아떨어져 봄부터 가을까지는 전국 방방곡자연 찾아다니느라 집을 거의 비워둔다. 날씨가 풀리기만 학수고대해 온, 올봄 첫 나들이였던지라 언니는 물리치료 받는 중에도 여행 못가게 된걸 퍽 아쉬워했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데다 유채꽃축제와 벚꽃축제가 곁들여져 선정한 동해 망상캠핑장이었다.


강원도 고성 속초 인근이 화마에 휩쓸려 초토화됐다. 강풍을 타고 산불이 무섭게 번졌다. 전신주 변압기 근처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된 산불, 어마어마한 면적의 산림과 여러 건물들이 불바다에 휩쓸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바로 그 망상캠핑장도 불길에 싸여 잿더미로 변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기로 예약했던 바로 이튿날이다. 예정대로 출발했더라면 무섭게 번지는 불길을 피해 한밤중에 필사의 탈출극을 펼칠뻔 했다.


우리도 어르신들처럼 그렇게 나이들고 싶네요,란 젊은 캠퍼들 그럴싸한 말치레에 혹했던가. 안그래도 칠십대 낭만파 유목민임에 은근 자긍심을 드러내던 언니다. 반면 자녀들은 하나같이 성화였다. 처음엔 두분 건강하신 반증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주유천하 빈도수가 높아지자 나이생각 못하고 한뎃잠 자다니 대체들 청춘인 줄 아느냐며 성화들이었다. 만일 그날 예정대로 망상에 텐트를 쳤더라면 또 길 떠나 자식들 걱정하게 만들었다며 야단들 났었을테다.


사실 얼마전에 노장 열혈 캠퍼 부부를 주춤하게 만든 사고도 발생했었다. 어느 일가족 셋이 연천캠핑장에서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참변을 당했던 것. 그때따라 기온이 급강하한 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사십대라서인지 그들만 캠핑장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중텐트 안에서 갈탄 피워 고기 구워서 저녁밥 맛나게 먹고는, 세 식구가 꿈나라로 갔다가 다시 못 올 저세상으로 가버린 사고였다. 불을 피운 다음 충분한 환기를 하지 않은 탓이었다. 가장은 오랫동안 캠핑을 즐겨온 유경험자였다는데 캠퍼의 기본상식을 주요 순간에 잊었던 모양이다.   


한국에선 뭔가 하나 떴다하면 거국적일만큼 온국민에게로 유행물결이 퍼져나간다. 한때 여행지 숙소로 콘도와 리조트가 대세이루더니 펜션과 민박이 그 뒤를 따랐다. 결이 약간 다르긴하나 캠핑문화도 마찬가지, 어느새 굳건히 자리를 잡은 트렌드다. 멀쩡한 집놔두고 사서 고생하며 레저활동 즐기는 캠퍼들이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데크가 설치된 자연휴양림이란 이름의 캠프촌이 전국에 산재해있다. 내 경우 실제로 해보니 어쩌다 한두번은 모르겠는데 도무지 취미에 맞지 않았다. 아무리 방수방풍 천이 성능 우수하고 바닥이 따끈해도, 한데라서인지 눅진 기분이 들어 자주 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별빛 바람결 물소리 나무향기를 바로 가까이 느끼며 자연속에서 세사에 지친 심신 치유하고 힐링하기, 또는 소진된 삶의 에너지 충전하기. 캠퍼들의 주창하는 낭만이니 웰빙과는 달리, 자연 찾아 나서기 전 후의 준비와 채비가 장난 아니다. 눈여겨보니 거의 중노동 수준이건만 스스로 좋아서 하면 즐거운 노동이긴 하겠으나. 텐트치고 하루 이틀 야외생활을 즐기는 여가활동인 캠핑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국인 특유의 못말리는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아파트 옆집 남편 직업은 물론이고 아이 학교 성적에서부터 차종까지 비교하며 서로 경쟁이 불 붙는 것처럼.


그렇듯 등산객들이 마치 패션쇼하듯 브랜드있는 고가제품을 사제끼는데, 캠핑 장비 또한 뒤질세라 하품 나오는 수준들이다. 자연에 나와서까지 폼생폼사 과시요 허세 어찌 버릴손가. 옆집보다 더 그럴싸한, 더 고급진 물건이라야 기도 살고 면도 선다. 세상 잣대 무시하고 아무리 자연과 일체되어 유유자적 지내고자 해도, 이미 몸에 밴 비교심리에서 어찌 자유로울 수 있으랴있어보임과 없어보이는 상하빈부 차이를 못 견뎌하는 범부들이 자연에 나온다고 바뀔까. 결국 고수 캠퍼는 장비가 단촐하고 낡은 편이며 하수는 바리바리 고가품 신삐만 모셔고 다닌다던가. 


캠핑용품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따라 당연히 선호도 높은 건 비싼 상품들다. 따라서 품질 좋은 국산제품은 쪽을 못 쓰고 미제 콜맨이나 일제 스노우 피코 제품이 인기다. 별도 지붕덮개인 타프도 마찬가지다. 텐트 역시 돔형이나 캐빈형에서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투 룸식의 큰집이 판을 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기보다 설겆이그릇 행주에 빨랫줄까지 별도로 장만해야 하고 주방용품 세트도 새로 구입들을 한다. 침낭 매트 전기장판 난로 선풍기 등은 필수, 소형냉동고 키친테이블 야외의자 해먹 건조대 가스렌지 바비큐그릴 등 벼라별 바깥살림이 총망라되어 성에다. 그러니 차에 짐이 가득, 싣고 펴고 꾸미고 접고 장거리 운전하는데 그게 보통 노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유목민들 한국에 버글버글, 새로운 풍속도를 이루고 있다.


바야흐로 신록 무르익어가며 여행다니기 좋은 계절이 왔다. 한살림 꾸려놓고 벌써부터 떠날 채비가 완료된 터라 식료품 준비해 채곡채곡 차에 싣기만 하면 된다. 땅끝마을 거점으로 보름 이상을 두고 남도 섬들을 섭렵할 꿈에 부푼 언니네. 작년 여름 한달을 제주에서 지낸 바 있어 보름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란다. 칠십대 후반 캠퍼들을 따라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경노 자원봉사 차에서라도 가긴 가줘야 하나? ㅎ
 






신유목민, 캠퍼, 휴양림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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