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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가 있는 풍경
11/27/2018 14:00
조회  538   |  추천   1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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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을 아시는지?

종묘와 인사동 사이 익선동 일대는 서울에서 세 번째 한옥마을로 보존/육성하게 된 지역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 사대문 안에 백년 묵은 한옥들, 그것도 낡고 낮은 집들이 백 채 이상 밀집된 곳으로

전통 한옥을 활용한 카페들이 하나 둘 문을 열면서 각광받는 도심 속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잇달아 레스토랑이며 전통찻집이 들어섰고 이쁜 향초공방, 꽃집, 선물가게가 촘촘하게 들어섰다.

지하철 종로 3가역 6번 출구로 올라와 우측으로 나있는 비좁고 긴 골목길을 따라가

서울에 이런 골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허름해서 낯선 풍경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옥마을이다. 

느릿느릿 골목을 휘돌다가 실내 창가에 늙수그레한 감나무가 서있는 어떤 카페를 찾았다. 

보기좋게 전지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운치 돋우는 초겨울. 

옛스러운 것과 현대가 의좋게 공존하는 분위기대로 우리는 녹차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골목 끄트머리건만 창가 햇살이 유난히 따스히 내려 포근한 자리를 뜨고싶지 않았다.

아래 함민복의 시가 절로 오버랩되는 그런 찻집이었다. 

 


감나무 /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익선동 골목길, 감나무, 시인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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