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bell
촌장(kubell)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7.15.2012

전체     496844
오늘방문     72
오늘댓글     3
오늘 스크랩     0
친구     0 명
Blog News Citizen Reporter
2015 Koreadaily Best Blog
2014 Koreadaily Best Blog

  친구 새글 더보기
  달력
 
눈이 내리네
11/25/2018 05:00
조회  462   |  추천   9   |  스크랩   0
IP 14.xx.xx.211




토욜 새벽 여섯시 경, 어둠이 채 물러나지 않은 아파트 창문 너머로 펄펄 날리는 눈발이 보였다.

웬 선물이야, 이리 소담스런 첫눈으로 환영해 주니....어둑신한 하늘에서는 눈송이 연신 휘날려 시야마저 자욱했다.

서울을 비롯 중부와 강원 영서지방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올겨울 첫눈이 내린 서울의 적설량은 8.8㎝, 1981년의 폭설 이후 서울에서 관측된 첫눈으로는 가장 많은 적설량일거라 했다. 

허공에 빗금 그으며 춤추듯 낙화하는 눈꽃들, 하르르 벚꽃 쏟아져 내리듯이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점차 눈발 굵어지자 눈에 드는 건 오직 사태진 백설 뿐, 수천의 백학 무리가 펼치는 군무만이 허공을 가득 채웠다.  

마치 햇 목화솜 풀어 한아름씩 휘날려대는 것처럼 가벼이 쏟아져내리는 송이송이 눈송이들.

첫눈은 보통 진눈깨비되어 풀풀 날리다 마는데 반해 올핸 첫눈치고는 무척이나 푸덕지게도 내렸다.

풍성하게 첫눈이 오면 다음해 농사는 대풍이라는데 어쩐지 만사 두루 형통할 거 같은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흐벅진 설화가 빚어낸 설경은 심산유곡 아니라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였다.

아파트 정원의 눈 얹힌 산수유 붉은 열매며 홍시 몇 알 퍽도 고왔으나, 눈더미로 전나무 가지들은 축 쳐지고 말았다.

잎새 지지 않은 단풍나무는 정열의 붉은 드레스에 하얀 너울 쓴 탱고의 여인같이 고혹적이었다. 

진작 서둘 걸, 아침 식사 후 내려가보니 날씨가 어찌나 푹했던지 한 시간만에 눈은 환상이듯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북한산으로 첫눈맞이하러 갈 생각이었으나 이미 눈은 다 녹아버린데다, 폭설 후유증으로 교통혼잡에 사고빈발이라는 뉴스에

외출은 생략하고 대신 아파트 앞에서 사진 몇 장 담아두었다. 

바닥엔 쌓인 눈 아직 하이얗고 눈이 녹아 질퍽해진 도로가에는 나목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수로 방울방울 물무늬 아롱졌다.

그리고......어느새 단풍나무는 말짱하게 눈을 털어내고는 화안히 서있었다. 





첫눈/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서울의 첫눈
이 블로그의 인기글

눈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