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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파트라니?
07/04/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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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유카꽃ㅡ>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유카꽃송이ㅡ>새로이 올라온 꽃대ㅡ>유카씨 맺힌 묵은 꽃대궁


월요 산행을 하다가 비탈길에서 우람스런 한 포기 유카를 만났다.

낡은 육신 곳곳은 찢겨지고 부러진 줄기야 상처로 남루했으나 품섶 자식농사만은 옹골찼다. 

잎 끝부분은 가시처럼 날카롭고 잎자루 떨켜는 갑옷으로 변했지만

행여 아가들 찌를세라 고개 외로 틀어 비켜선 모성 덕에 꽃대궁 하늘 향해 늠름히 솟구쳐 주렁주렁 꽃송이 매달았다. 

첫째에 이어 새로이 돋아오른 둘째 곁가지엔 막 벙글려는 꽃망울 빼곡했다.

자줏빛 연한 꽃대 쭈욱 뻗은 막내 새순은 어리지만 때가 차면 한몫 단단히 할듯 아주 실팍졌다.

고목 등걸같이 늙은데다 햇볕에 타 새카매진 묵은 대궁은 지난해 핀 꽃마다 씨 맺어 갈무리하느라 속 메말랐을 게다.

개화의 흔적 가득 품어 안고 직립으로 곧추선 한 포기 유카, 하늘 뜻 순명하여 대가족 이뤄냈다. 참으로 장하다.

요즘 하이 데져트 지역 산야마다 희끗희끗 유카꽃 한창이다.

작은 깃대 치켜들고 길 안내라도 하려는 듯 거친 잡목 숲에서 목 길게 빼고 서있는 유카. 

자라는 속도가 빠른데다 터 가리지 않는 질긴 생명력이 장점인 용설란과 식물인 유카다. 

더위는 물론 추위에도 전혀 굽힘없이 빳빳하니 의연한 잎새며 거침없이 쭉 뻗은 꽃기둥 나름 퍽 모던하다.  

그늘조차 변변치 않은 자리에서 쨍한 불볕 온몸으로 견뎌내면서도 자세 초연해 어쩐지 광야의 고행승처럼 경건해 보이는 꽃,

흐린 날의 그 꽃대는 얼핏 외로운 넋의 손사래질 같기도 해 섬뜩해져서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만든다.

야트막한 산기슭 여기저기 제철 맞은 유카꽃이 아름차게 피었는데 저처럼 한그루에 각기 다른 세대가 모여 앉은 건 처음 본다. 

한 뿌리 바탕 삼아 같은 품안에서 피고지고 또 올해도 새로 피어나는, 그렇게 근원의 끈 놓치지않는 유카가 대견스럽다.

    

두 달 가까이 요셉은 한국에서 지내다 돌아왔다. 

부산에만 머문 덕에 다행히 봄철 황사현상으로 인한 곤욕은 치르지 않았다.

LAX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요셉은 커피집부터 찾았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아쉽게 생각났던 게 아침마다 손수 내려 마시던 커피였다고 한다.

아들은 애오라지 녹차 애호가, 며느리는 이따금 커피를 마실 뿐이니 그럴싸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계제가 아니었다. 

커피 생각이 날 적마다 일부러 스타벅스를 찾아갈 수 없는 노릇이고 거리 가까운 M매장의 커피맛도 미국과는 달랐다고.

여기에선 항시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만날 수 있던 맥커피 한잔인데 그 풍미조차 즐기기가 어렵더라는 것. 

물맛 좋은 한국에서 커피를 내리면 더 훌륭한 맛일텐데...그러면서 낙동강 물이 무척 맑아졌더라는 얘길 덧붙였다.

전에 대구와 부산에서 살았기에 낙동강을 익히 아는 바, 일부 구간을 지날 때면 차창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고약했다.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로 인한 오염으로 강이 썩어 녹조도 심했는데 신기하게도 깨끗이 정화됐더라 낙동강

부산시민의 식수원이기도 한 낙동강인지라, 근자에 들어본 한국 소식 가운데 가장 반가운 굿 뉴스였다.

잇따라 한국은 아파트가 아니라 개파트더라며 시니컬하게 웃었다.

개파트가 뭔고? 했더니 고층아파트 층층마다 칸칸마다 어느 집이나 개를 상전 모시듯 위하고 사는지라 아파트가 온통 개천지던데 그게 개파트 아니고 무에냔다. 

외로운 독거노인 반려견으로 키운다면 수긍이나 가련만아파트 인근 공원의 젊은 층 전수가 치장시킨 애완견을 안거나 데리고들 걷는데 그것도 대부분 명품견 뿐이더라고

아들네도 두 애들 모두 대학생이라 외지에 나가있으니 그 넓은 아파트에 둘이 남아 조막만한 강아지 몽이와 콩이 재롱 더불어 지낸다.

그쪽네 아파트엔 도대체 노인네라곤 그림자도 뵈지 않더라며 늙은 부모들 노인 복지시설이나 양로시설로 떠나면서 생긴 공간을 개가 몽땅 차지한 모양이라고 했. 

우스개이긴 하겠지만, 아무리 재산 지닌 노인이라해도 집안 권력서열 순위 맨 꼴찌 자리는 실버세대 몫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예전 같으면 기침소리만으로도 가정내 기강을 잡던 권위있는 어르신의 위상인데 세월이 요상해 견공 뒤편으로 밀려나 버렸다. 

하긴 농경사회라면 몰라도 대가족제도는 이미 설 자리 잃었으며 동시에 집안 전체를 통괄하던 어른이 따로이 필요없게 되었다.

산업사회의 역군으로 활약한 전력은 무도회의 수첩, 빛의 속도로 변하는 정보사회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노티즌'돼 버텨보고자 안간힘을 써보나 날로 발전하는 첨단기능을 새로 익혀나가기엔 역부족임을 자인한다.

이제 대가족제는 커녕 핵가족 시대마저도 어언 1인 가족으로 바짝 줄어 든 개인주의 시대임을 어쩌랴. 

유교사회에서야 짚신도 짝이 있다 할 정도로 결혼은 당연지사였고 대를 이을 자녀 역시 생기는대로 낳았지만

요즘은 부모가 되면 양육비 지출로 휘청거리게 됨은 물론이고 특히 교육비 부담으로 등이 휜다고 아우성부터 친다.

따라서 자연 저출산 풍조로 흘러가게 마련이며, 세태를 반영하듯 역피라밋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그렇게 노령화사회가 될수록 역동성이 줄어들며 모든 면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는데, 한술 더떠 거기다 아예 결혼

자체를 마다하는 사람들까지 급속도로 증가하며 1인가구가 흔해졌다.

실제로 마트에 가면 굳이 가정집 부엌이란 게 필요치 않을만큼 입맛대로 오만 게 다 완성품으로 나와있고, 1인용 전자제품에 소형 구와 집기 등이 갖춰져 있어 혼자 살기에 아무런 불편없는 세상이 되었더라면서도 요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살아온 시절은 그래도 가족의 개념이란 게 한솥밥을 나누며 공고히 굳어졌지 않냐며, 아웅다웅 살았을 지라도 로봇이

아닌 인간인 우리에겐 그 시절이 한결 사람 사는 거 같았다고 했다. 

가사일에 매여 살아온 나조차도 그건 어쩐지 민숭맹송, 사는 재미가 반감될 거 같으니 어쩔 수 없는 구시대 노장 맞나벼. 



<LAX 공항에서 맛진 커피 한잔에 마냥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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