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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빙하를 탐하다
06/06/2018 12:00
조회  1103   |  추천   20   |  스크랩   0
IP 104.xx.xx.204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대로였다.
하이 시에라 중에서도 일년 내내 눈이 녹지않는다는 빙하지대.
12000~13000피트가 넘는 고도라는 건 수치감각이 무딘 탓에 간과해버렸다.

지난해 가마솥 불볕더위가 계속되던 어느날.
어느 분의 사진에서 본, 빙하가 만든 옥과 터키석 중간쯤인 신비스런 물빛에 단박 혹해버렸다.
그 순간, 언제고 가보리라 찜해둔 팰리세이드 빙하호다.

90도를 상회하는 날씨에 방문하게 된 빙하, 그것도 머나먼 국외가 아니다.

 바로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멀지않은 두세시간 거리의 이웃에 위치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인가.


옥빛 팰리세이드 빙하(palisasde Glacier)를 막무가내라 할만큼 무작정 꼭 만나보고 싶었다.

빙하가 만든 호수를 직접 보고 싶었다.

오묘한 물빛은 화강암 쓸어내린 빙하 침전물이 쌓여 그만큼 독특한 색상을 보인다고 했다.

Palisades Glacier는 북미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빙하로 주변의 웅장한 산세로 경관 장엄하나

가볍게 나설 수 없는 10 마일이 넘는 쉽지않은 코스란 것도 귓가로 흘려들었다.
빅파인 크릭(Big Pine Creek)을 따라 오르다가 오른편으로 꺾어 들었다.
Big Pine Creek의 North Fork를 타자 그쪽 역시 고맙게도 기운차게 흐르는 계류 소리가 줄창 따랐다.
쌓인 눈 길게 흘러내리는 청푸른 설산이 건너다보이고 골짜기엔 연둣빛 메도우(Meadow)가 펼쳐져 있었다.

산행 초장인 그때까지만해도 마냥 행복감에 도취되어 주절거렸다.

아암~ 어렵사리 고산을 등정하지 않고는 덕유산 설화도, 오대산 상고대도, 천왕봉 일출도 마주할 수 없었거늘. 

그러다가 차츰 기운이 딸려 말을 잃어갔고 헉헉대며 가쁜 숨만 몰아쉬게 되었다.

트레일 헤드에서 두어 시간 지날 무렵부터 고산증이 오기 시작했다.
해발 8천쯤 되는 고지라고 했다.
천근처럼 무거운 다리는 둘째치고 어찔 현기증마저 일었다.


유백색을 띤 옥빛이면서 터키석 색깔이 나는 호수가 눈에 삼삼해 힘들어도 이를 앙다물고 걸었다.

혹한의 시베리아 전선에서 반수면 상태로 행군하는 병사처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옮기는 발자욱이었다.

오직 빛깔 기막힌 보석같은 호수를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자기암시에 자기최면 걸며

억지로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한계가 왔다.
완만한 경사라 녹록히 여겼던 바와는 달리 체력이 감내해낼 수 없는 난코스였다.

아고고~죽겠네, 속으론 비명이 새어나왔지만 겉으론 보무 당당히 걸음을 옮겼으나 이미 흐트러진 자세.  

속까지 울렁거리자 완전 널브러지기 전 깨끗이 백기 투항을 하고야 말았다.

전망 아름다운 호수고 뭐고 그쯤에서 단념하는 게 상책이었다.

괜한 오기 부리다가는 자칫 민폐만 끼치게 될 터이므로.
충분한 산행경험 없이는 무리한 코스라는 건, 빙하 흘러내리는 석벽을 마주볼 때쯤에사 알아채렸다.
빙하 덮인 겹겹의 산봉우리와 침엽수 청청한 숲, 미묘한 옥빛 호수와 계류 폭포져 흐르는 트레일을 걸어보고 싶다는

일면 소박한 생각은 그러나 단순무식의 소치였다.

자연앞에 한없이 겸손하라, 를 거듭 숙고하게 한 엊그제 산행이었다.


 












영화배우 론 체니 (Lon Chaney)가 돌로 만든 숲속의 오두막        지쳐 숨고르며 John Muir Wilderness 표지판에 기대어 


   Trailhead : Big Pine, CA Hwy 395  North Big Pine Creek. Inyo National Forest.



palisasde Glacier, Big Pine Creek. Inyo National Forest. John Muir Wilderness, 고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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